Blue Murder - Nothin' But Trou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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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와 아름다운 발라드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Blue Murder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 !!
거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상징성이 느껴지는 1집 자켓과는 달리 본작인 2집 [Nothin' But Trouble]은 반바지를 입은 장난끼넘치는 꼬마(그는 존 사이크스의 아들인 패리스 사이크스) 사진을 써 전작과는 전혀 다른 시각적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1집 때의 황금의 라인업 시절에 써놓은 것들이 상당수 수록되어 있음에도 전체적으로 1집에 비해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들다.
첫 곡 'We All Fall Down'부터 전작 분위기와 비슷한 면이 느껴진다. 스몰 페이시스(Small Faces)의 커버곡 'Itchycoo Park', 존 사이크스의 공격성과 서정성 모두를 반영한 전형적인 존 사이크스식 멜로딕 프레이즈의 'Save My Love',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자유분방한 솔로를 구사하는 'Love Child'에 이르기까지 공격성과 육중한 파워를 연출하려 하고 있다. (그의 'Child' 시리즈는 1집의 'Sex Child'-눈부신 얼터네이트피킹이 불을 뿜는-에서, 2집의
'Love Child'-크로매틱 스케일이 협박적으로 달려드는-에 이르기까지 드센 기상을 알 수 있게 한다)
'Valley Of The Kings', 'Riot', 'Blue Murder' 등등 수록곡 모두가 강렬한 인상을 주는 데뷔앨범이 비해 본작은 처음 접했을 때의 임팩트가 약하다. 멤버 모두가 분발하고 있음에도 사운드는 슈퍼 헤비급에서 미들급 정도로 떨어진 듯 들린다. 분명한 지향성이 느껴지는 전작에 비해 집중력도 떨어진다. 차라리 본작이 블루머더의 데뷔작이었으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헤비메틀이라는 특정 장르를 떠나 락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명반 중의 하나로 기억될 거대한 금자탑을 이미 공개한 바 있어 그 후속작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너무 컸던 것이다. 존 사이크스 자신도 이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 전임자들을 능가하는 그리고 전작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인맥을 동원해 유능한 뮤지션을 물색했고 여러 클럽들을 돌아다니며 재능 있는 또 다른 뮤지션들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불멸의 전설을 또 한번 만든다는 것은 역시 불가능했다. 이게 평생 짐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속에서 존 사이크스는 결국 2집에 대한 혹평을 뒤로 한 채 블루머더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95년 사이크스로 활동하기에 이른다.
시작부터 완벽함을 보여준 블루머더인지라 두 번째에선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본작.
태생적으로 이처럼 불행할 수밖에 없었던 본작은 그래서 더욱 비극적이다. 마치 18세의 폴리니가 보여준 쇼팽 피아노협주곡의 완벽함, 게자 안다의 티 없이 아름답고 투명한 피아니즘(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에브게니 므라빈스키의 격정(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 6번), 브루노 발터의 모차르트 레퀴엠,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자기침잠과 거룩하기까지한 표현력(J.S. 바흐의 평균율클라비어곡집)이 이후 등장하는 많은 연주자들의 기를 죽일 수밖에 없는 그러한 '비극'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