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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y's Child - The Writing's On The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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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은 수록곡들의 앞부분에 일종의 브리지(bridge) 혹은 인트로(intro) 역할을 하는 멘트를 삽입하고 있는 독특한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도 중세 영어를 통일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 왕(King James) 버전의 성경에나 나올 법한 Thou 따위의 고어를 사용하는 고색창연한(!) 분위기로! 그들 스스로도 컨셉트가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단다.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관계(relationship)’이다. 그리고 삶의 회색 빛 진실들도 담고자 했다. 마치 한 편의 단편을 읽은 듯한 느낌을 주고싶어한다.
첫 트랙으로는 잔잔한 기타 트레몰로 주법과 향수를 자아내는 키보드 연주에 얹힌 이들의 목소리가 걸쭉한 Intro(the writing on the wall)가 마치 영화 대부(God Father)의 한 장면처럼 흐른다. TLC의 No scrubs를 공동 작업해 그 경력에 비한다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신예 케빈 “?r스피어” 브리그스(Kevin "She'kspere" Briggs)의 작품 So good이 그 뒤를 잇는다. 거친 기타 샘플링과 업템포한 리듬 트랙, 그리고 풍부한 성량의 가창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문제의 트랙 Bills, bills, bills가 이어진다. 이미 세 글자 짜리 제목의 히트 싱글로 크게 재미를 봤던 이들임을 감안하면 더 재미있기도 하다. 이곡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창 닭살 돋게 지내던 몇 달이 지나 백수 건달(a scrub)의 본색을 드러낸 한심한 무능력자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No scrubs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긴 하다. 역시 케빈 브리그스의 작품이다. 팀 멤버들도 공동 작업에 나선 곡이다. 특히 리키 마틴(Ricky Martin)과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의 라틴 파워를 잠시 잠재우고 차트 진입 5주만에 1위로 초고속 등극한 트랙이기도 하다.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Wild Wild West)의 사운드트랙 가운데 수록된 동명 타이틀 곡 덕에 비록 ‘일주일의 앤(Ann)‘이 되었지만 싱글 판매량이나 라디오 플레이로 봐서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다. 이들의 본거지인 R&B 차트에서도 8주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했던 맥스웰(Maxwell)의 Fortunate를 침몰시키고 1위에 올라서더니 7월 31일 현재 3주 째 1위를 고수 중이다. 비굴하게 여자한테 손만 벌리는 짜증나는 놈팽이를 노래하고 있는 후렴구가 남의 얘기라 그런지 재미있기만 하다. 특히 멤버 중 라 타비아의 직, 간접 경험이 크게 반영되어 있는 곡이라 한다.
랩 싱어 송 라이터 미시 “미스데미너” 엘리어트(Missy "Misdemeanor" Elliott)가 함께 한 Confessing이 그 뒤를 이었다. 역시 케빈이 작곡한 Bug a boo는 정신없이 쏘아붙이는 느낌의 편곡이 인상적이고, 토니 토니 토네이(Tony Toni Tone)의 드웨인 위긴스(Dwayne Wiggins)가 선사한 미드 템포 발라드 Temptation은 정말 곡 제목처럼 매혹적이다. 뒤를 이어 차분한 분위기의 Now that she's gone, 묵직한 터치의 리듬 트랙이 강조되고 있는 Where you'd go, 비슷한 리듬과 샘플링이 반복되는 Hey ladies가 흐른다. Thou shalt move on to the Next라는 멘트와 함께 흐르는 If you leave에서는 빌보드 연말 차트 결산 차트 1위 곡 Too close, 후속곡 I still love you로 작년을 최고의 한해로 보낸 R&B 남성 보컬 그룹 넥스트(Next)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수려한 하모니의 조화란 정말...
그리고 주목해야 할 또 한 곡의 트랙이 있으니 바로 Say my name이 그 주인공이다. 그 독특한 리듬 트랙 진행 방식과 키보드 편곡만 듣고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다운 색깔이 확실한 트랙이다. 휴일 오후 같은 편한 느낌의 기타 연주와 커피 향 짙은 보컬이 잘 어울리는 She can't love you도 그윽하다. 드루 힐(Dru Hill)의 최고 히트곡 In my bed를 작곡하기도 했던 대릴 시몬스(Daryl Simmons)가 힘을 실어 준 또 다른 근사한 발라드 Stay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이미 언급한 바 있는 히트 싱글 No, No, No의 경우 믹스를 맡기도 했던 와이클리프 진(Wyclef Jean)이 어쩐 일인지 이번 앨범에서는 손을 떼고 있어 최근 근황이 아쉬운 그를 만나볼 수 없어 아쉽긴 했다. 이들이 이제는 그의 명성 없이도 홀로 설 수 있음을 감지한 진정한 우정(友情)일까? 모던 포크 록 같은 분위기의 연주가 이채롭게 울리는 특이한 트랙 Sweet sixteen에는 심지어 혼 섹션 파트까지 등장한다. Outro(Amazing Grace... Dedicated to Andrea Tilman)는 이제껏 들어왔던 그 어떠한 리메이크와는 느낌이 다른 독특한 편곡의 아 카펠라 버전이다. 중간 중간 끊기는 호흡이 특히 그러하지만 그럼에도 장난스럽진 않고 감히 흉내내기 힘든 흑인 특유의 가스펠 필이 진하다. 그리고 보너스 트랙으로 영화 Why do fools fall in love에 수록되었던 Get on the bus가 재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