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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calyptica - Apocalypt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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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헤비 첼리스트로 이루어진 락과 메탈의 교향곡『Apocalyptica』
메탈리카(Metallica)의 타다 남은 재 속에서 솟아오른 불사조처럼, 아포칼립티카는 그들의 셀프타이틀 새 앨범 『Apocalyptica』를 발표하였다. HIM과 라스무스(Rasmus)라는 핀란드의 거대한 락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작품은 타오르는 화염만큼이나 매혹적인 위험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자가 음악계에서 오랜 성공의 경력들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아포칼립티카는 그것들과는 무관하며 사실상 창조의 과정에서 진화하는 그룹의 비전으로서 그 자체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현의 울림과 겹겹이 배치된 매력 있는 음악적 구조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만의 정밀한 표현기법을 향해 락과 메탈, 클래식 장르간의 날카로운 칼날을 타고 가며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 결과적으로 메탈음악을 편곡하여 레퍼토리로 삼는 과정에서 벗어나 자작곡들을 통한 재평가를 이루어내었다.
핀란드의 명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Sibelius Academy)에서 적을 두고 공부하던, 메탈음악을 사랑하는 4명의 첼리스트들로 1993년에 결성되어, 밴드는 합주를 하며 갈고 닦은 데모를 통해 자신들의 영감이 차례로 수순을 밟아가게 하였다. 앞서나갔던 연주자들이 클래식 작품을 선택했던데 비해 이들은 자신들만의 표현기법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로써 세상에 드러난 『Plays Metallica By Four Cellos/1996』는 전세계 헤비메탈 매니아들에게 강력한 화학반응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스래쉬메탈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하고 있는 메탈리카의 얼굴을 그들의 날카로운 활로 뒤바꿔버렸다. 메탈리카를 좋아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모든 팬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이 데뷔작은 파격적인 8곡의 헤비메탈 교향곡으로서 북유럽의 변방 핀란드를 곳곳에 알렸고, 그들만의 재해석을 길을 닦아가도록 했다. 이 단일 앨범만으로 80만장의 카피를 훌쩍 넘어버린, 열정으로 뭉친 이 헤비 첼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에서 몇 개의 마법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는지, 1998년에 공개된 『Inquisition Symphony』를 통해 처음으로 자작곡을 선보였다. 상업적인 커버곡들 ‘For Whom The Bell Tolls’과 ‘One’같이 전작과 연관성을 드러낸 부분도 있지만, 세풀투라의 ‘Inquisition Symphony’는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자작곡 ‘Harmageddon’의 풍부한 감성, 음적으로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사운드 요소들, 열정적인 멜로디 전달을 둘러싼 보다 헤비한 첼로 연주들로 가득차 있었으며, 이러한 설득력 있는 연주는 의심할 바 없는 밴드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작용했다.
아포칼립티카는 독특하고 일관된 밴드 중 하나로서 그들의 명성 굳히기를 계속한다. 자작곡을 통한 가능성은 세 번째 작품이 된 『Cult』로 타진되었다. 이 앨범이 기본적으로 전작들과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지만 단 3곡을 제외하고 모든 곡이 오리지널 곡들이었고, 오리지널리티를 더 확장시킨 현실을 듣는 것은 팬들에게는 약간의 허탈감이다. 반면 새로운 경향 또한 무시 못할 요소로 작용한다. 국제적으로 더 명성이 높아져감에 따라 거기에는 무언가 주어져야만 했는데, 2003년 10월에 발표된 『Reflections』는 커버곡이 아닌 자작곡이 전부를 차지했고 실제로 메탈의 거장을 초빙하기까지 했다. 어둠의 지배자로서 명성이 높은 슬레이어(Slayer)의 드러머 데이브 롬바르도와 아포칼립티카의 동침은 시벨리우스(Sibelius)와 스래쉬메탈의 만남만큼이나 자극적이며, 빠른 템포에 격렬한 헤드뱅잉이 가능한 첼로-락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 자작곡들을 통한 재평가는 이로서 완전히 확립되었고 다음 단계로 세계 정복을 위한 준비를 2004년 가을 무렵부터 시작한다. 의미심장하게도 밖으로 드러난 새 앨범의 타이틀은 『Apocalyptica』이며,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함께 뭉쳤다.
“제 생각엔 이번 앨범은 『Reflections』와 밴드의 최근 라이브 사운드를 섞어 놓은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요새 아포칼립티카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우리의 셀프타이틀로 정했죠.”라며 에이카 토피넨(Eicca Toppinen)이 설명한다. 데뷔이래 늘 따라다녔던 커버밴드라는 타이틀을 태워버릴 연료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아포칼립티카의 역사에 있어서 성공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새 앨범 『Apocalyptica』는 겨울에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는 북유럽의 기후만큼이나 맹렬한 기운을 들어내고 있으며, 빛이 계속 드리워지는 백야(白夜)만큼이나 매력적인 아름다움이 더해져 이 두 가지 요소의 대비와 균형을 이루어내었다. 그것은 이 작품이 레코딩된 핀란드의 핀복스(Finnvox)와 독일의 플래닛 록(Planet Roc), 그리고 스웨덴의 토이타운(Toytown) 같은 스튜디오가 밴드의 리더인 에이카 토피넨 자신이 목표하는 바에 따라서 조성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했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또 한가지, 각자의 활동을 통해 뮤지션으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두 프론트맨, HIM의 발로(Valo)와 라스무스(Rasmus)의 라우리(Lauri)가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핀란드 출신이라고 모두가 활발한 형태로 친분을 쌓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핀란드의 다양한 TV쇼들에서 함께 출연하고 같은 락씬의 일부로서 활동해왔다. HIM의 경우 데뷔하기 이전(1995년)에 이미 아포칼립티카의 서포트 밴드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라스무스의 라우리는 한때 그들의 게스트 뮤지션으로 부름을 받은 적이 있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타이밍이 맞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라우리가 의욕적으로 도전에 임하게 되고, 친구인 라우리의 참여 소식을 발로가 듣게 되자, 마침내 새 앨범에서 듀엣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밴드의 리더 에이카는 말한다.
“그들의 보컬이 녹음된 것을 듣는 순간, 제대로 믹스만 되면 멋진 것이 되리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들이 거기 있었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서로 잘 맞는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남성 싱어들의 목소리는 스타일에 있어서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듀엣을 조성하지 않으려 하는데, 발로와 라우리에 대해서 우린 그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들의 목소리는 진정 상호보완적이었고, 그런 면에서부터 첼로 파트도 유연하게 흘렀죠.”
작년 11월 29일 발표된 이 두 명의 남성보컬이 노래하는 첫 싱글 ‘Bittersweet’은 발표된 라우리와 발로, 아포칼립티카의 공동작곡으로 이루어진 다크 발라드로 셀린 디옹, 샤니아 트웨인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디렉터 안티 요키넨(Antti Jokinen)의 지휘아래 이들의 고향인 헬싱키에서 뮤직비디오로 촬영되었고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칸디나비아에서 발표되었으며, 수주간 자국인 핀란드에서 차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 싱글은 새로 출시된 비디오게임인 『The Settlers: Heritage Of The Kings』의 테마송으로 쓰이고 보컬리스트 발로의 솔로앨범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이어 올해 1월 초에는 후속 싱글 ‘Life Burns’의 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이 싱글의 리드보컬과 작사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같이한 라우리가 담당했다. 이 곡에 대해 작사를 맡은 라우리는 “그 곡은 삶과 죽음의 얇은 선상에 대해 쓰여졌습니다. 정치적인 곡은 아니지만 내가 그 곡을 쓰고 있었을 때, 나는 불타오르는 타워들과 다른 공포스런 재앙들을 내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흥미진진한 참여가 또 성사되었는데, 비록 한 곡이지만 슬레이어의 드러머 데이브 롬바르도가 다시 신작에 참여하게 되었다. 밴드는 1998년 네덜란드 헤드뱅어 헤븐 페스티벌에서 ‘Mandatory Suicide/South of Heaven’을 그와 함께 메들리로 연주한 전례가 있는데, 이미 충분히 경의를 표한 멤버들의 제의를 그가 마다할 리가 없었다. 그는 작년 10월에 가졌던 슬레이어의 헬싱키 ‘Unholy Alliance’ 투어 도중, 밴드의 연락을 받고 신곡 ‘Betrayal/Forgiveness’의 드럼파트를 연주해주었는데, 스래쉬메탈의 영향을 받은 이 곡은 핀란드의 메탈집합체로 유명한 핀복스(Finnvox) 스튜디오에서 녹음이 진행되었다. 단지 상업적인 차원의 참여가 아닌 이런 열정 어린 뮤지션들의 대화는 골수적인 추종세력을 거느리고 있는 북유럽의 락, 메탈 커뮤니티에서 이 앨범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신작은 유명 락커들의 참여와 팝음악, 락, 메탈, 클래식의 결합이라는 두드러지게 겉으로 드러난 부분과는 달리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아포칼립티카의 독자성이 훨씬 표면에 나타나고 있어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셀프타이틀, 셀프 프로듀스, 11곡의 자작곡으로 이루어진 밴드의 창작력과 연결된 장르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으며, 과거 아포칼립티카가 청자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도 있는 메탈에서 빌려온 초라하면서도 전형적인 연주 수법과 전염성이 부족한 창작력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보다 정밀해진 표현 방법은 이들이 팝음악으로 우회한 것이 아니라 첼로가 낼 수 있는 현의 깊은 울림을 순수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모든 의구심들에 마침표를 찍게 됨으로써 아포칼립티카는 과거의 먼지를 털어 버리고 락밴드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것은 에이카의 발언에서도 더욱 명확해진다. “분명히, 빠른 헤비메탈 리프들을 연주하는 것도 멋지지만, 우리의 이 앨범에선 진정 첼로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톤과 질감을 창조해내고 싶었고, 그것은 약간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했어요. 『Reflections』에선, 세 곡은 좀 느리고 나머지 트랙들은 아주 빠른 것들이었죠. 하지만 이 레코드의 분위기는 대체로 더 무드가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보다 그루브에 기반하고 있어요. 또한 감성적인 흡입력은 더 강해진..."
현명한 팬이라면 새 앨범에서 지나친 과장이나 가식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확실성과 고유의 색깔을 구현한 것이다. 새 앨범은 라우리의 리드보컬을 타고 돌며 드럼, 베이스와 첼로의 3중주가 어우러진 강렬한 하드락 트랙 ‘Life Burns’로 시작된다. 첼로의 현과 활의 마찰로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Quutamo’는 기본적으로 현악합주의 형태를 띄지만 드럼의 비트감으로 인해 락킹한 면모도 부가되어있다. 락의 강렬한 느낌이 절제된 형식으로 표현된 밴드의 성숙미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곡이다. 발로의 저음과 라우리의 고음이 대조를 이루며 진행되는 발라드 ‘Bittersweet’은 헬싱키에서 1월 17일에 열린 아시안 지진해일의 자선공연을 통해 12,000명의 관중들 앞에서 선보인바 있는 곡으로 두 보컬리스트의 개성이 강조되기보다는 아포칼립티카를 서포트해주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락스타들이 참여는 이 곡의 인기를 보증해주고 있다. 첼로 협주곡 ‘Misconstruction’은 곡의 구성상 메탈에 가깝고 유연하기보다는 거친 질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극적인 기운이 감도는 ‘Death Zone’은 본 작을 자연스럽게 마무리하고 있다.
‘헤비 첼로를 위한 아포칼립티카에 의한 협주곡’. 다시 말해, 첼리스트들이 표현하는 락과 메탈음악은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지만 클래식계에서도 메탈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은 없다. 물론 엘렌드(Elend)와 다크 생추어리(Dark Sanctuary)같은 그룹이 있지만, 다크 앰비언트 음악을 메탈로 보기는 어렵다. 그 희소성만큼이나 음악적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Apocalyptica』는 락음악을 좋아하는 당신의 열정에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공교롭게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흔히 블랙앨범이라고 불리는 메탈리카의 다섯 번째 앨범은 셀프타이틀이었고, 아포칼립티카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도 셀프타이틀로 발표되었다. 이 다섯 번째 앨범들에서 메탈리카는 스래쉬메탈에 벗어나 음악적 색깔을 바꾸었지만, 반대로 아포칼립티카는 메탈리카의 그늘에서 벗어나 밴드의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메탈리카라면 아포칼립티카의 연주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