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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ilian Hecker - One Day (2CD)

따스한 햇살과 싱그러운 애수를 동시에 지닌 막시밀리언 헤커(Maximilian Hecker)의 2008년 화제의 신작. [One Day]

Bio
독일 출신의 청년 막시밀리언 헤커는 처음에 드러머로 음악을 시작했다. 여러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하던 와중 갑자기 자신의 음악이 하고 싶어진 그는 모든 밴드 활동을 중지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진심을 담아 녹음한 그의 데모는 처음 30장 만을 만들었는데, 그 30장 중 한 장을 듣고 막시밀리언 헤커의 상업성을 발견한 키티-요(Kitty-Yo) 레이블에서는 그의 곡[Cold Wind Blowing]을 영화 [알래스카(alaska.de, 2000)]의 사운드트랙에 수록하면서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사운드트랙을 통해 막시밀리언 해커는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그 당시 정규 앨범이 가장 기대되는 아티스트로 떠오르게 된다.

데뷔작 [Infinite Love Songs]의 거대한 성공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CF에서 그의 노래를 접할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 데뷔작과 동시에 발매된 두 번째 정규작 [Rose] 역시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며 일렉트로닉한 요소들을 포함하면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특히 한국에서 유독 사랑을 받았던 [Lady Sleep] 앨범 역시 각종 공중파를 장악하면서 브레이크 없는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거대한 성공에 힘입어 리차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의 V2로 이적하면서 네 번째 정규앨범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을 내놓는다. 여린 목소리 이외에도 의외로 무척 생기넘치는 평상시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트랙들 또한 존재했는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매력으로 가득한 네 번째 앨범 역시 여러 히트곡들에 힘입어 뜨거운 실적을 거두었다. 이후 자신의 솔로 활동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Once I Was]라는 베스트/커버곡 모음집을 발표하면서 과거사를 되돌아 보는 한편, 새로운 내일을 기약하는 장을 마련한다.

One Day
한국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는 대만에서 먼저 발매된 본 작 [One Day]는 굳이 따지고 들면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의 연장선에 놓여있다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를 막 벗어난 시점과도 같다. 확실히 전작들에 이어 점점 밝은 곡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레이스를 무척 긍정적인 기분으로 진행시키고 싶어하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가성을 쓰는 곡들의 비중이 비교적 많았는데 어느덧 평범한 톤의 보이스로 녹음한 곡이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까지 도달했다. 확대해석 하자면 이것을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담아보려는 시도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면밀히 따져보면 그런 곡들은 일반적인 톤에 더욱 어울리게끔 만들어졌다. 시리고 아픈 느낌은 없지만 훨씬 담백하고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팬 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부드러운 포크 팝 튠인 [The Space That You're In]과 디스토션 걸린 기타가 멋진 드라이브 감을 선사하는 [Misery], 깨질 것 같은 연약함을 머금고 있는 [Miss Underwater], 오케스트레이션이 어우러진 4분의 3박자 왈츠 곡 [This Poison Called Love], 댄서블한 비트와는 상반되게 여린 보컬을 들려주는 [Summerwaste] 등의 곡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풍부한 오케스트라와 친숙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미드 템포 발라드 트랙 [The End of Longing], 서글픈 첼로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This House Called Love], 싱그러운 건반 사이에 흩날리는 보컬을 담고 있는 [Letter From You], [The End of Longing]의 연작과도 같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Wind Down], 맑은 실로폰과 오케스트라가 본격적으로 중심이 되는 트랙 [All These Cradle’s Blankets Will Never Veil My Whole Substance], 그리고 서정미를 한 움큼 움켜쥐고 있는 앨범의 타이틀 트랙 [One Day]를 끝으로 이 새로운 여정은 마무리된다.

Bonus CD
보너스 CD에는 전작에 수록됐던 희귀한 데모 버전들과 네 곡의 미공개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친숙한 과거의 곡들의 색다른 버전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무척 특별한 기회인 듯 하다. 그리고 몇몇 트랙들은 유독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하며 오히려 원곡보다 나은 경우도 간혹 있다. 막시밀리언 헤커의 팬이라면 반드시 주목해서 들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가을, 그리고 적어도 앞으로 다가올 겨울과 봄 사이에 본 작은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따뜻한 무언가를 가슴속 깊이 전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연약하지만 결코 깨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한상철(파스텔 문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