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자 - 가야금 산조와 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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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타계하신 지미자선생님의 단 한장의 앨범으로 가야금 명인 성금연선생님의 딸로 태어나 유일하게 남기신 음반입니다.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성금연 선생님은 일평생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가야금 집대성에 전력을 다하여 왔음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이기 전에 스승과 제자로서 마주 대해야 했던 그 많은 시간들 속에 성금연 산조의 흐름을 지키며 따라 왔음을 어찌 보면 필연의 과정이 되었던 듯 싶습니다.
옛 어르신들로 지금은 작고하시고 안 계신 문화재 여러 선생님들이 모두 그랬듯 어느 한 부분의 일가를 이루기 위해선 그 인접 예술 세계를 반드시 섭렵해야 했던 그 시절에 악, 가, 무에 두루 능통하셨던 성금연 선생님께서는 가야금이 안고 있는 그 한계성과 음역의 공간을 모두 처리 활용하여 더 이상의 "가야금 소리"를 가락으로 품어 낼 수 없는 경지에까지 도달 시켰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작에서 끝까지 숨 한번 쉬지 않고 한 시간을 담아내는 산조 한바탕은 그 야말로 치밀히 짜여져 調놀음이 분명하고 장단의 짜임새가 확고하여 두 번 다시 갖다 쓰는 가락이 없고 [기,승,전,결]이 가락 구성을 정확히 사용, 그 음계 음정을 분명히 그려 내므로 흔히 산조가락에서 보이는 모호성과 애매성을 일거에 해소시키셨습니다.
짧으면 5분에서 7분, 20분, 30분, 45분 그리고 60분으로 편집하여 연주해도 그 구조와 장단의 배열이 무리가 없을 만큼 자유 자재한 산조 한바탕의 짜임은 앞으로 많은 음악학적 규명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성금연산조의 특기할 만한 대목은 "굿거리" 장단의 가락 짜임새 부분인데 중중머리 장단과 박자의 수는 같으나 그 느낌과 시김새는 전혀 다르며 어느 산조부류에서도 이 장단의 가락 짜임이 없기 때문에 산조발달사의 역학적 조사 연구가 필수입니다.
부족하나마 성금연 선생님의 가락을 전승, 보존해 가는 위치에서 앞으로 많은 숙제들을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이며 가야금 주자로서 명실공히 아낌없는 노력을 다해 후일 부끄럼 없는 연주자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병술년 삼월 山汀 지 미 자
가야금:지미자.
반주:북/김명환(1913~1989,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고법 기능보유자)
녹음 / 녹음:1982년12월10일 국립극장 소극장(달오름극장) 연주실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