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 Laan - Chocolate And R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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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스타의 간판스타 리타 칼립소(Rita Calypso)의 그녀. 차분하고 고혹적인, 그리고 월드-와이드한 스웨디쉬-아메리칸-스페니쉬 싱어 송라이터 안나 라안(Ana Laan)의 화제의 정규 앨범.
Bio
그 누구보다도 로맨틱한 목소리를 가진 안나 라안(Ana Laan)은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태어났고 스웨덴과 영국에서 자라났다. 스웨덴인이면서 스페인 문학교수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안나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다양한 성장배경 탓에 그녀는 영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스웨덴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줄 안다고 한다. 그리고 약간의 불어 역시 가능하다.
스웨덴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안나는 마드리드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간다. 대학교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지독한 호기심 덕분에 방대한 양의 책을 섭렵한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딱히 오랫동안 한 곳에서 정착하는 생활을 하지 않았던 그녀는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열린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채득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안나는 문득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차분하고 안정된 그녀의 보이스는 여러 아티스트들을 매혹시켰는데 그런 결심을 한 이후부터는 스페인의 슈퍼스타들과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안나는 세르지오 달마(Sergio Dalma), 조르주 드렉슬러(Jorge Drexler), 디에고 바살로(Diego Vasallo), 등의 아티스트와 함께했고 우리에게는 시에스타(Siesta) 소속의 매직 위스퍼스(Magic Whispers), 그리고 리타 칼립소(Rita Calypso)의 보컬로 인기를 얻었다. 시에스타를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일궈 냈지만 항상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했다.
보도자료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언급 된 사항 이다만 그녀가 이전에 진행해 왔던 여러 활동들, 특히 리타 칼립소에 재직해있었던 당시보다 오히려 데뷔 음반을 발표한 이후부터 직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스페인에서는 나름 셀레브리티라고 하는데 아예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은 채-심지어 프레스용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던- 베일에 가려진 채 활동했던 리타 칼립소 당시와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도약을 이뤄낸 셈이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왜 리타 칼립소 때 그녀의 얼굴과 개인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었나 의아해 하기도 했는데 그런 피드백들이 오바는 아닌 셈이었다.
2004년도에 발표한 화제의 데뷔작 [Orégano]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에서 영향 받은듯한 구성/멜로디를 바탕으로 심플한 어쿠스틱 포크/보사노바 풍의 분위기를 풀어내면서 관심을 끌었다. 심지어는 일렉트로닉한 요소들을 첨가하면서 모던한 느낌을 추가했는데, 일본과 유럽, 그리고 북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앨범은 성공적인 세일즈를 기록했다. 앨범에는 곧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인 바호폰도 탱고 클럽(Bajofondo Tango Club)의 후안 캄포도니코(Juan Campodonico), 루치아노 쉬페르비엘(Luciano Supervielle)과 일전에 언급했던 조르주 드렉슬러 등이 참여하면서 안정적인 모양새를 주조해 냈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성공적인 투어를 마쳤으며 시카고 트리뷴에서는 올해의 베스트 라틴 앨범 10위에 그녀의 데뷔앨범을 랭크 시키기도 했다.
Chocolate and Roses
본 작 [Chocolate And Roses]에서부터 안나는 확실히 자신만의 음악적 캐릭터를 갖게 됐다. 다양한 스타일과 분위기, 그리고 가사들로 채워져 있지만 이런 요소들을 모두 자신만의 것으로 녹여내는데 성공한다. 전 곡이 스페인어 였던 전작 [Orégano] 보다는 확실히 친숙한 영어 가사들의 비중이 늘었는데 영어 가사는 스페인어로 해석을 해 놓았고 스페인어 가사는 영문으로 해석해 놓았다. 마치 코넬리우스(Cornelious)의 앨범과 비슷한 부클릿 구성인데 영어권 국가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것 같다. 일본과 미국, 그리고 본 국에서는 2007년 가을에 발매가 됐으며 아르헨티나에서는 2008년 봄에 공개됐다.
본 앨범은 2006년 뉴욕에서 작업됐다. 각 곡들은 그녀가 가진 충실한 라틴의 뿌리를 토대로 가지를 키워 나가는 모습을 조목조목 보여주고 있다. 영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약간의 불어와 스웨덴의 트레디셔널 포크 송을 포함하고 있는 본 작은 다양하지만 그렇다고 중구난방은 아닌 독특한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전 작에 이어 레오 시드란(Leo Sidran)이 앨범의 프로듀스를 담당하고 있다. 수줍은 매력과 일렉트로닉한 조합은 마치 도미노(Domino) 소속의 후아나 몰리나(Juana Molina)를 연상케하며 가끔은 좀 더 성숙한 릴리 알렌(Lily Allen)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달콤쌉쌀한 무드를 차분히 이끌어 간다. 우아하고 재치있는 그녀의 목소리와 행복한 사운드 어레인지는 평화롭고 때로는 공기보다 가볍게 느껴지곤 한다.
일렉트로닉한 요소들은 여전히 사방에 배치되어 있지만 전작보다는 훨씬 어쿠스틱 중심의 곡 운영을 펼쳐보이고 있다. 일단 몇몇 트랙들에서는 국내에서도 친숙한 시에스타의 간판 작곡가/기타 연주자인 라몬 레알(Ramón Leal)이 기타연주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보사노바 풍의 클래식 기타 소리를 본 작에서 많이 들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노래들은 확실히 시에스타 시절의 곡들과 차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전부터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폭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선전하고 있다. 현악과 전통 악기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화음을 코러스로 이용하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효과들을 구석구석에 배치한다. 심플하고 애절한, 그리고 가끔씩은 적당히 흥겨운 앨범 속에 취해있다 보면 어느새 CD가 끝나있다. 아, 너무 통속적인 표현이다.
로맨틱하고 달콤한, 그리고 이국적인
리타 칼립소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려온 당신이라던가, 아니면 기존 시에스타 풍의 사운드를 사랑했던 팬이라면 본 작 역시 마음에 안들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시에스타 때와는 다른 여러 가지 '무언가'를 담으려는 흔적이 엿보이는 만큼 팬 층이 한 곳에 고정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시카고 트리뷴의 언급대로 월드-와이드한 신예 라틴 보컬리스트의 부재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유독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만, 단순히 라틴 특유의 보컬로 그녀의 목소리/음악을 축약하기에는 다양하고 또한 애매한 구석이 있다. 히스패닉 버전의 뷰욕(Bjork)부터 톰 요크(Thom York)의 라티노 시스터라는 표현까지 종종 돌아다니고는 있는데 거기에 대해 백프로 동의는 못하겠지만 앨범을 듣다 보면 왜 그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에 대해 짐작은 가능할 것 같다.
여러 가지 문화적 환경을 온몸으로 체득한 그녀의 노래들은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환영을 받았다. 이 지적인 싱어-송라이터는 밝고 유쾌하면서 또한 사려 깊은 고유색을 띄고있다. 앨범의 커버를 보면 안나 라안이 햇빛 찬란한 쇼파에 걸터앉아 해맑게 웃고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만약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창가 옆 쇼파에서 이 음반을 듣게 된다면 아마 당신의 표정도 앨범의 커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초콜렛과 장미는 달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콜렛은 미각으로 장미는 정서적으로 그렇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타이틀로 내건 본 작을 듣는 동안은 아마도 청각으로 그 달달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래 달콤함에는 국경이 없는 법이다. 마치 그녀의 노래들처럼.
한상철 (파스텔 문예부 http://myspace.com/pastelmusic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