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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a Bruni - Comme Si De Rien N'etait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부드럽고 지적인 유혹. 전세계를 매혹시킨 프랑스 퍼스트 레이디, 칼라 브루니(Carla Bruni)의 2008년도 세 번째 정규 앨범. [Comme si de rien n'était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Carla Bruni
19세에 모델로 데뷔한 칼라 브루니(Carla Bruni)는 사실 어렸을 적부터 싱어-송라이터를 꿈꿔왔다. 영화 [패션쇼(Prêt-à-Porter)]와 [언지프(Unzipped)]에 출연했으며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던 칼라 브루니는 이탈리아의 거대 타이어 제조사 CEAT의 상속녀이기도 하다. 기업가이자 클래식 작곡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프랑스 파리로 거처를 옮겼으며 스위스의 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다가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카메라맨이었던 오빠의 여자친구를 통해 어린나이에 모델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게스의 설립자 폴 마르시아노(Paul Marciano)에게 발탁되면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다. 칼라 브루니는 사진촬영과 런웨이에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데 프라다, 샤넬, 크리스찬 디올, 지방시와 함께 일하면서 연 75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가장 소득이 높은 패션 모델 탑 20에 랭크되기도 한다.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 옹호론자인 칼라 브루니는 믹 재거(Mick Jagger)와 제리 홀(Jerry Hall) 커플, 그리고 도날드 트럼프(Donald Trump)와 말라 메이플스(Marla Maples) 커플을 파경으로 몰고 가기도 했는데, 급기야는 프랑스의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와 3개월간의 데이트 이후 엘리제 성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녀는 타임지에서 '핵폭탄의 힘을 가진 남자'를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녀는 프랑스 최고의 권력자를 쟁취했다.

1997년 무렵, 칼라 브루니는 패션일을 접고 음악에 전념한다. 1999년에는 프랑스의 유명 뮤지션 줄리앙 끌레르(Julien Clerc)에게 자신의 가사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 가사들은 줄리앙 끌레르의 2000년도 앨범 [Si j'étais elle]의 기본 바탕이 됐다.

2003년에 칼라 브루니는 자신의 데뷔 앨범 [Quelqu'un M'a Dit]를 발표한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조니 미첼(Joni Mitchell)과 셀쥬 갱스브루(Serge Gainsbourg)의 자장권 안에 걸쳐 있는 송 라이팅을 보여주면서 프랑스에서 백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실적을 거두어 냈다. 음반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레오 까락스(Leos Carax)가 만들어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의 프랑스의 빅스타 루이 베르띠냑(Louis Bertignac)이 프로듀스한 본 음반에 수록된 [Le plus beau du quartier]는 영화 [낯선 여인과의 하루 (Conversations With Other Women)]를 비롯한 여러 광고에 삽입되면서 꾸준하게 인기를 얻었다. 셀쥬 갱스브루의 트리뷰트 앨범인 [Monsieur Gainsbourg Revisited]에도 참여하면서 셀쥬 갱스브루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고,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의 개막식 행사에서 이탈리아 국기를 들고 중앙으로 오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2007년 1월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작 [No Promises]는 예이츠, 에밀리 디킨슨, 도로시 파커, 크리스티나 로세티를 비롯한 여러 시인들의 작품들을 토대로 작곡됐다. 루 리드(Lou Reed)가 리딩을 담당했으며 시 작품들로 이루어진 영어 가사였기 때문에 마리안느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l)이 발음 지도를 했다고 한다. 음반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에서 골드 레코드를 기록했다.

"프랑스 대통령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더 이상 내 노래를 듣지 않는다 해도 이해한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내 노래를 들어준다면 그것은 정말 기쁜 일일 것이다." – Carla Bruni

Comme si de rien n'était
2008년 7월 21일,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발매된 본 작은 작고한 자신의 오빠인 카메라맨 바지니오 브루니 테데스키(Virginio Bruni Tedeschi)를 기리는 음반으로 알려져 있다. 앨범이 발매되기 이전에 온라인에서 딱 두시간 동안만 선공개 되기도 했는데 프랑스의 각 방송국은 이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르코지는 21일에 정식 발매되는 본 앨범의 출시를 위해 G8 정상회담 일정을 늦출 정도로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속지에 그려있는 그림들은 여러 헐리웃 영화의 오프닝 애니메이션 타이틀 제작팀으로 유명한 듀오 쿤젤+데이가스(Kuntzel+Deygas)의 멤버인 플로렌스 데이가스(Florence Deygas)가 그렸으며 음반의 사진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진작가 장-밥티스트 몬디노(Jean-Baptiste Mondino)의 작품으로 채어져 있다. 본 작은 프랑스 앨범차트 3위로 데뷔했으며, 한 주 뒤에 1위로 등극하기도 했다. 포크를 기반으로 1960년대의 프렌치 팝과 보사노바, 플라맹고 등의 다채로운 요소들을 흡수하고 있는 본 음반의 수익금 중 일부는 자선단체에 기부 된다고 한다.

영화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와 [슈렉(Shrek)]에 삽입되면서 한국에서도 사랑 받았던 밥 딜런(Bob Dylan)의 [You Belong To Me]와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의 시를 가사로 차용하고 있는 [La possibilité d'une île], 줄리앙 끌레르와의 합작 [Je suis une enfant], 체 게바라를 위한 곡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싱어-송라이터인 프란체스코 구찌니(Francesco Guccini)의 1971년도 곡 [Il vecchio e il bambino] 등의 다채로운 곡들로 가득하다. 사려깊고 촉촉하며 몇몇 곡들은 유독 권태롭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헤어나올 수 없게끔 만든다. 허스키한 보이스로 속삭이듯 부르는 곡들은 확고한 그녀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불어에 어울리는 목소리이다. [No Promises]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이 바로 영어로 이루어진 가사였기 때문이라는 언급이 있어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칼라 브루니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멜로디와 가사를 비로소 본 작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중년의 농익은 프랑소와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라던가 노라 존스(Norah Jones), 그리고 캣 파워(Cat Power)의 곡들을 좋아한다면 본 작 또한 당신을 매료시킬 것이다. 음반은 확실히 이전 작들 보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의 커버 만큼이나 짙푸른 녹음과 잘 어울리는 노래들을 담고있다. 물론 바쁜 도시 속 일상에서도 훌륭한 BGM이 되어줄 것이며, 이는 오히려 혼잡한 상황에 놓인 당신을 여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한상철(파스텔 문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