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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ja Ilic & Balkanika - Balkan 2K

월드 뮤직계의 반젤리스! 발칸 반도 문화와 음악의 본질을 들려주는 세르비아 출신의 산야 일리치와 그가 이끄는 16인조 밴드 발카니카 대표작! [Balkan 2K]

2007울산 처용문화제 월드뮤직 페스티발 참가로 발칸음악의 모든 것을 보여준 천재 뮤지션
**서 남준 - 고란 브레고비치(Goran Bregovic), 에밀 쿠스트리차 (Emir Kustrica)와 함께 오늘날의 발칸 음악을 이끄는 선두주자!
**황 우창 - 발칸 반도 문화의 정수를 모은 시대의 아이콘!


발칸 반도 문화의 정수를 모은 시대의 아이콘 – 산야 일리치 & 발카니카!!

발칸 반도에 대한 막연한 이해와 사전 정보들
발칸 반도의 음악은 우리에게 친숙한 것 같지만 아직까지는 낯설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발칸 반도를 구성하는 국가들의 이름을 대시오'라는 질문에 만일 애호가 여러분들 가운데 '유고슬라비아'를 언급한다면, 분명 그 애호가는 386 세대 또는 그 이상일 것이다. 일단 지도상에 유고슬라비아라는 나라는 없어진 지 오래다. 만일 '발칸 반도 사람들이 주로 듣고 즐기는 대표적인 음악가 또는 장르를 대시오'라는 질문에 '고란 브레고비치'나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라고 대답하는 애호가들이 있다면, 일단 누가 봐도 발칸 반도 음악을 접했고 실제로 즐겨 듣는 분이라고 보고 싶다. 대신 '집시 음악'이라고 대답한다면... 맞는 듯 하지만 뭔가 부족하거나 찜찜한 구석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정확한 현실이다. 틀린 것은 아니다. 이처럼 발칸 반도는 친숙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낯선 지역도 아니고, 뭔가 명쾌하게 대답하기엔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다. 사실 발칸 반도를 구성하는 국가들도 그렇고,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 역시 구 유고 연방 붕괴 이후 명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발칸반도의 음악 하면 맨 먼저 집시 음악이 떠오르지만 광대한 집시 음악의 스펙트럼 속에서 발칸반도는 우리가 주목할 만한 음악일 뿐, 발칸 반도의 음악을 개운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산야 일리치(Sanja Ilić)와 그가 이끄는 밴드 발카니카(Balkanika)의 음악은 안개 속의 풍경처럼 막연했던 발칸 반도의 문화와 음악에 대해 아름다운 전경을 조심스럽게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먼저 발칸 반도는 그리스를 포함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구성하는 여러 나라들을 모두 포함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코소보나 루마니아, 체코 등의 일부 국경 지역까지 포함하면 발칸 반도 문화권은 의외로 매우 광범위한 지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집시 문화까지 고려해 보면, 발칸 반도를 이해하는 데에는 ‘집시들의 이동 경로에 걸쳐 있는 지역’이라는 개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오랜 세월에 걸쳐 지중해 해안을 따라 광범위하게 이동한 집시들이라, 발칸 반도에 뿌리내린 집시들의 음악은 여타 지중해 북부 연안을 따라 이동하며 이베리아 반도까지 진출한 여타 집시들의 음악과도 다르고, 지중해 남부 연안, 즉 아프리카 북부 해안을 따라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 등지를 여행한 집시들의 음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렇다 보니 발칸 반도의 음악과 산야 일리치의 음악을 다루는 데에는 집시 음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일단 집시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발칸 반도 음악은 집시 음악에 발칸 반도 특유의 금관 밴드, 그리고 요란한 관혼상제 음악 형식이 한데 어우러진 흥겨운 음악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발칸 반도의 음악이 월드뮤직의 유행에 얹혀 해외에서는 80년대부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란 브레고비치(Goran Bregovic)를 필두로 하여 90년대 중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화를 통해 등장하는 발칸반도의 사회상은 실제로 90년대 초반 벌어진 내전 때문에 매우 암울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발칸 반도는 유럽 문화와 집시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지역이 되었다.

집시(Gypsy)와 집시 음악
현재 음악 학자들이 보는 집시들의 기원은 인도 북부(現 라쟈스탄 지역)이며, ‘집시’라는 단어는 '이집트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Egyption'에서 조금씩 변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은 수천 년을 거쳐 천천히 서쪽으로 이동해 지금의 터키 지방에서 갈라졌는데, 일부는 이집트를 비롯해 지중해 남단을 끼고 지금의 모로코까지 이동했고, 일부는 북서쪽으로 이동해 발칸반도와 지중해 북단 해안선을 따라 지금의 이베리아 반도까지 진출했다. 물론 이 가운데 일부는 더욱 오랜 시간을 들여 러시아 지방까지 이동하기도 했는데, 덕분에 집시를 부르는 이름은 'Gypsy' 이외에도 각 언어권 별로 조금씩 다르다. 라틴어권에서는 'Gitan', 'Gitano' 등으로, 발칸 반도와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는 'Rom' 또는 'Romalen' 등으로 불린다. 또한 집시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이제 많이 바뀐 편이어서, '자유분방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대신 집시 민족들 역시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대부분 특정 지역들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역사는 기록 문화’임에 비교해 볼 때 집시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남길 수 있는 문자가 없었다. 덕분에 이들의 역사는 많이 유실되어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음악학, 역사학, 인류학 등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집시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자료 조사, 그리고 정보 교환이 용이해지면서 집시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각 분야별 학문 가운데 집시에 관한 연구는 이제 활기차게 벌어지고 있다.

산야 일리치 & 발카니카
위에서 언급했듯 발칸 반도의 음악, 그리고 이 음반의 주인공 산야 일리치(Sanja Ilić)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칸 반도 음악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렉산다르 산야 일리치(Aleksandar Sanja Ilić)라는 본명으로 태어난 산야 일리치는 세르비아 대중음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곡가 겸 연주자이다. 또한 TV 음악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베테랑인데, 그의 고민 속에는 세르비아를 비롯한 발칸 반도의 정서를 음악으로 구체화하는 방법이 항상 존재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자신의 밴드 발카니카(Balkanika)이며, 200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프로젝트 밴드는 약간의 멤버 교체를 통해 지금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그의 음악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같은 세르비아 출신 영화음악가 겸 연주자 고란 브레고비치(Goran Bregovic)나 에밀 쿠스트리차(Emir Kustrica)를 연상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뭔가 산야 일리치의 정체성을 묘사하기엔 많은 선입관과 편협한 이해가 뒤따를 지도 모른다. 발칸 반도의 음악과 문화를 세계에 소개한 고란 브레고비치나 에밀 쿠스트리차는 이제 발칸 반도 문화의 정체성을 풀어내기엔 코스모폴리탄이 되어버렸고,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이전에 발표했던 음악들(또는 영화들)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음악이 잘 다듬어진 발칸 반도의 보석이라면 이에 비해 산야 일리치와 그가 이끄는 밴드 발카니카는 이들보다 좀 더 발칸 반도의 색채가 강하고, 다이아몬드 원석에 가까운 원색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그러나 산야 일리치의 음악적 미덕은 소박하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모습을 선보이지만 결코 상업적인 음악이 아닌 발칸 반도 음악의 본질에 다가서는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 있다. 고란 브레고비치가 최근 수 년 동안 유년 시절에 동네에서 들었던 발칸 반도의 브라스 밴드 형태로 회귀했다면, 산야 일리치의 음악은 발칸 반도의 전통 악기들과 현대 악기들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신구의 조화, 전통과 진보의 융합에 성공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덕분에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상황에 따라 매우 색다르게 들리곤 하는데, 라운지 음악을 세계적으로 보급하는 데 앞장선 부다 바(Buddah-Bar) 시리즈에 실린 그의 대표곡 'Korana(코라나)'와 'Balkan Vocals'를 들어보면 원곡과 달리 색다르게 리믹스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발칸 반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산야 일리치와 발카니카의 음반은 지난 2000년에 발매된 "Balkan 2000"이다. 대신 이 음반은 “Balkan 2000”이 아니라 “Balkan 2K”인데, 산야 일리치가 직접 국내 발매사 측에 타이틀 변경을 요청했고, 내지도 새롭게 꾸며달라고 했다니 그가 한국 음악 애호가들에게 느끼는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산야 일리치와 발카니카는 이미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이 있다. 지난 2007년 울산에서 개최된 처용문화제-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발카니카’라는 이름으로 내한해 무대를 장식한 일이 있는데, 산야 일리치 역시 당시 공연에서 커다란 감동을 받고 이번에 정식으로 첫 선을 보이는 음반에 대해 한국 팬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귀를 끄는 'Kermes'와 타이틀 곡 'Balkan 2000', 그리고 총 수록곡 가운데 대미를 장식하는 'Anathema'는 이들의 음악 세계를 즐기는 데 반드시 들어봐야 할 인상적인 곡이다. 그리고 이번 국내 발매반에는 2006년에 발매된 공연 실황 영상물인 "Live On Kalemegdan with Symphonic Orchestra and Choir"가 한정 합본 발매로 함께 소개된다. 2007년 울산 공연 때보다 더 큰 규모로 벌어지는 이 공연 실황 영상물에서, 우리는 음반 "Balkan 2K"에 수록된 히트곡들을 포함해 산야 일리치와 발카니카의 대표곡 열 여섯 곡을 감상할 수 있다. 이들의 희귀 영상물을 통해 국내 음악 애호가들은 발칸 반도의 정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다시 실현될 이들의 내한 공연을 통해, 보다 원초적인 발칸 반도의 정수를 통해 어느 음악들보다 진솔하고 감동적인 무대 현장을 다시 느꼈으면 한다.

글: 황 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