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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 - Untitled

메인스트림 힙합 최후의 히어로!
NAS / 나스 (Untitled)

1994년, 힙합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데뷔 앨범 ‘Illmatic’ 이후 East Coast의 대부이자 ’힙합 신의 마에스트로’로서 군림해온 ‘나스’!!

수 많은 논란 속에 결국 ‘무제(Untitled)’라는 앨범 타이틀조차 없는 신보로 2년 만에 귀환했다. 

어셔 ‘Love In This Club’의 팔로우 다 돈 프로듀싱, R&B 싱어 케리 힐슨의 피처링과 나스의 폭발적인 라임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첫 싱글 ‘Hero’를 필두로 록킹한 기타 코드 위를 넘나드는 유려한 플로우와 절묘한 라임이 돋보이는 ‘Sly Fox’, 최근 힙합/R&B신에서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더 게임과 크리스 브라운이 함께한 ‘Make The World Go Round’,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와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Black President’, 발매 전부터 이 앨범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이자 나스 본인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핵심을 담은 트랙 ‘N.I.*.*.E.R’까지 거장다운 진지함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15곡의 ‘정통 힙합’ 넘버 수록! 


나스, '랩(Rap)'을 부활시키다! 거대한 논란 속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신작 [Untitled]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가운데 나스(Nas)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만약에, 정말 혹시나 그에 대해서 모른다면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방법이 있다. 나스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랩 게임의 최정상에 군림하는 랩의 신(神)이다. 그의 데뷔 앨범 [Illmatic]은 힙합 역사상 가장 찬란한 결과물로 손꼽히고 있으며 나스를 90년대 미국 대중 음악계 최고의 작사가 중 한 명으로 등극시켰다. 클래식 데뷔 앨범에 이어 96년에는 팝 샘플링과 하드코어 힙합의 가장 탄탄한 조합으로 손꼽히는 [It Was Written]으로 힙합계의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90년대 말 잠깐 슬럼프를 지나 제이지(Jay-Z)와 뉴욕의 왕좌를 놓고 벌인 역사적인 배틀의 한 가운데 있었던 수작 [Stillmatic]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그는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는 대신 언제나 도전하는 뮤지션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God's Son]에서 보여준 올드 스쿨로의 회귀는 [Street Disciple]의 올드 스쿨의 미래적 진화에 대한 실험으로 이어졌다. 이미 완성되어 발전의 여지조차 없어 보이던 그의 랩도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Stillmatic]의 "One Mic", "Rewind"나 [Lost Tapes]의 "Fetus" 등을 통해 새로운 플로우를 개발하고 가사에서 다루는 주제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나갔다. 그동안 수많은 스타가 명멸했던 랩 음악계에서 그는 영원히 기억될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행보가 언제나 화려한 조명 아래 일방적인 찬사로 귀결되지는 않았다. 나스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의 두 번째 앨범 [It Was Written]은 대중적인 요소를 대거 삽입하면서 마니아들에게 변절자로 오해받기도 했으며 [I Am]과 [Nastradamus]가 연이어 실망스러운 반응을 얻어내자 그의 입지는 한순간에 몰락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의 앨범에서도 몇몇 수록곡에서 비트의 초이스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빛나는 랩에 비해 앨범을 완성하는 능력은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 꾸준히 시달려왔다. [Street Disciple]은 나스의 비트 셀렉션과 관련된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나스 본인의 자부심과는 별개로 이 앨범의 실험적인 비트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으며 그의 반대자들에게 이런 의심은 언제나 나스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데 매력적인 도구였다. 급기야 지난 2006년에는 [Hip Hop Is Dead]라는 타이틀을 통해 지금의 상업화된 힙합에 일침을 가하면서 남부의 인기 랩 스타들과 충돌하기까지 했다.

 나시르 존스(Nasir Jones), 인종 차별과 부패한 사회에 직격탄을 날리다

 이런 일련의 논란이 힙합계 안에 국한되었던 것이라면, 이번 앨범이 몰고 왔던 폭풍은 전미를 강타하는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지난해 나스가 자신의 새 앨범의 타이틀이 [Nigger]가 될 것이라고 밝히자 미국 대중음악계는 엄청나게 들썩거렸다. 음반사의 관계자들은 그 사실을 부인하면서 나스와 충돌했고 각계의 유명 인사들은 나스의 인종차별적 단어 선택에 큰 우려를 표하며 그를 비난했다. 그런 앨범 타이틀이 전국 소매점에 진열되는 것조차 불투명했으나 나스는 계속 고집을 부렸다. 제이지, 알리샤 키스(Alicia Keys), 아이스 큐브(Ice Cube) 등의 동료 뮤지션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나스가 선택한 타이틀이라면 무언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이라며 대부분 찬성했다. 팬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열렬히 지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에 심각한 반감을 표현하는 팬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결국 앨범의 타이틀이 ‘무제(Untitled)’으로 교체되었다는 뉴스가 또다시 음악계를 강타했다. 공개된 앨범 커버에는 앨범 타이틀 대신에 ‘Nas’ 특유의 로고와 나스의 등에 채찍질 된 ‘N’ 모양의 상처뿐이었다. 뜻밖에 그 자신은 담담하게 “이 앨범이 뭐라고 불릴지는 상관없다. 당신은 이미 이 앨범의 타이틀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테니까…”라고 대답했다.

 사실 이 앨범은 발매 2주 전부터 벌써 붓레깅(Bootlegging)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되어 버렸다. 나스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 눈치이지만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미리 접해본 팬들의 반응은 이번에도 엇갈리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재능과는 상관없이 나스가 대중에게 친절한 뮤지션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팬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인데 프로듀서 진용을 봤을 때 이미 예상했어야 했다.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메인스트림에서 발매된 랩 앨범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성격의 사운드가 담긴 앨범이 될 것이 분명한 본 작에는 주류 랩 음악계의 성공 공식이 적용된 트랙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앨범의 독특한 사운드는 양날의 칼과 같다. 본 작을 손에 쥔 청자에게 그나마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이 앨범의 사운드를 섣불리 예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비트에 올려진 나스의 랩이 듣고 싶어.', 혹은 '이 프로듀서의 지난 히트곡이 좋았는데 나스와 함께 하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기대 말이다.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이 앨범은 올해 최고의 랩 앨범이 될 수도, 또 다른 논쟁을 부르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피프티 센트(50 Cent)를 겨냥한 디스(Diss)가 포함된 가사가 인상적인 "Queens Get The Money"는 청명한 피아노와 나스의 랩뿐 어떤 리듬트랙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자연스러운 그루브는 비트가 정해주는 리듬에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그런 것과는 질감이 다르다. "You Can't Stop Us Now"는 바로 얼마 전에 새 앨범을 발매한 90년대 힙합의 전설,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르자(Rza)와 같은 샘플을 사용했지만, 색다른 편곡이 돋보인다. 이 곡에서 들려주는 나스의 흑인의 억압받은 과거에 대한 가사와 은유적인 표현들은 과연 명불허전으로 다양한 느낌을 내포하는 사운드와 함께 숙연한 감정을 연출한다. 쿨 앤 드레(Cool & Dre) 특유의 선이 굵은 멜로디가 멋들어진 "Make The World Go Round"는 신세대 스타인 더 게임(The Game)과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 참여해 힘을 실었다.

 여기에 "Testify"에서는 현재의 랩 게임과 흑인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으며 "N.I.G.G.E.R."에서는 흑인 사회의 역사와 현재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꿰뚫는다. 하지만, 그는 억압받은 과거에만 매달리지 않고 흑인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유출된 버전보다 더 장중해진 디제이 툼(DJ Toomp)의 비트도 메시지를 잘 부각시킨다. 이 곡처럼 본 작 비트의 대부분은 유행가 특유의 짧고 인상적인 멜로디와 리듬만을 강조하는 대신 메시지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런 전체적인 사운드의 방향 때문에 몇몇 곡은 그의 고정 팬들에게 더욱 소중하게 다가올 텐데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와 멋들어진 라임을 쏟아내는 "Fried Chicken"이나 "Black President"는 이 앨범의 엇갈린 반응과는 별개로 사랑받는 곡으로 남을 것이다. 바퀴벌레의 시선으로 게토를 바라보는 독특한 컨셉 송인 "Project Roach"와 음모론에 대한 부분이 특히 재미있는 "We're Not Alone"도 흥미로운 수록곡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앨범의 가장 가치 있는, 혹은 이목을 끄는 두 개의 트랙은 오피셜 싱글인 "Hero"와 후속 싱글로 내정된 "Sly Fox"다. 이미 어셔(Usher)의 "Love In This Club"으로 차트를 휩쓴 팔로우 다 돈(Polow Da Don)의 야심작인 이 화려하고 멋진 비트는 그야말로 슈퍼 히어로를 묘사하는 배경으로 손색이 없다. 나스와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이 비트는 나스의 폭발적인 라임과 완벽하게 결합했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시종일관 꿈틀대며 폭발을 거듭한다. 록의 어프로치가 가미된 "Sly Fox" 역시 훌륭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 곡에서 나스의 랩은, 음…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하다! 누구든지 이 곡에서 들려준 나스의 기량을 절반이라도 흉내 낼 수 있다면 그는 분명히 리릭시스트의 대접을 받을 것이다. 미디어의 거짓과 선동, 그에 지배당하는 이들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부은 가사도 가사거니와 리듬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플로우와 절묘한 라임은 15년 전보다 조금도 녹슬지 않고 오히려 더욱 예리하게 날이 섰다. 

 메인스트림 힙합 최후의 히어로

 앞서도 거듭 말했지만 나스의 신작은 결코 가볍게 즐길만한 힙합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큼 친절한 앨범이 아니다. 이 앨범의 비트는 대중에게는 꽤 까다로울지도 모른다. 이 앨범의 가사는 몇몇 청자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다. 본인 역시 이번 앨범이 논쟁적인 앨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앨범에 대한 반응이 어찌 되었든 2008년 가장 의미 있는 힙합 앨범이 나스의 본 작임에는 틀림없다. 모두가 실체가 없는 이미지만을 쫓을 때, 나스는 허상에 대한 묘사를 집어던지고 이미지 너머의 실체를 향해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이는 랩 게임에서 실종된 리릭시즘의 재탄생이다. 주류 음악계에서 이런 대범하고 무모한 도전은 없어진 지 오래되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그는 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무엇을 얻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는 흑인 음악의 역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대한 한 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나스는 ‘랩’을 부활시켰다.

글: 예동현(흑인음악 미디어 리드머/www.rhythm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