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만 - 호적 연주집 / 천수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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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만 호적 연주집 - 천수바라
호적 또는 날나리, 새납 이라고 불리는 태평소 음반이 발매되었다.
태평소 소리는 시끄럽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태평소 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아지랑이가 너울대는 느낌과 신이 나고 예쁘고 고운 소리이다.
태평소를 위한 곡이 많지 않다보니 그동안 태평소 연주만을 담은 독집 음반은 국내에 없다. 최경만 선생님은 태평소 연주곡이 잊혀지기 전에 후학에게 남겨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체계적으로 그 소리를 잡아 음반을 발매하였다.
음반에는 승무 반주음악으로 사용되는 천수바라를 비롯 긴연불, 반염불, 굿거리, 꽃방아타령, 느린허튼타령, 자진허튼타령과 민요로는 방아타령, 긴아리랑 등을 연주하였다. 이밖에 수확의 풍성함과 풍요로움이 태평소 가락으로 최고조에 이르는 ‘풍년가, 농가나 마을의 큰 행사 때 불렸던 ’능게‘연주도 음반에 수록하였다.
능게는 태평소로 흔하게 불리는 곡이지만 요즘은 따로 가르치는 데가 없다 보니 부르는 길을 제대로 알고 연주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 하여 이 음반에 수록하게 된 것이다.
최경만은 앞으로 태평소 외에 후학을 위해 앞으로 경기민요를 비롯 채보집을 내고 서도민요 음반을 낼 예정이다.
최경만胡笛연주곡집 “천수바라”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최경만 胡笛 연주곡집 천수바라
“삘릴리~” 하는 피리 소리의 의성어가 호적(태평소)의 딴이름인 ‘날나리’와 어딘지 비슷하다고 느껴 봤는가? 실제 피리와 호적은 모두 겹서(複簧: double reed) 악기로 사촌지간이다. 그래서 피리 전공자들은 예외없이 호적을 배우고, 호적 연주자는 피리 전공 출신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피리가 늦어도 삼국시대나 그 전에 중앙아시아부터 이 땅까지 흘러들어와 일찌감치 향악기화한 반면 호적은 그보다 한참 늦은 고려 말엽쯤, 아마 해금과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다. 현재 국악기로 분류되는 악기 중 호적보다 나중에 한민족에게 소개된 악기는 18세기 전후 들어온 양금 밖에 없을 것이다.
호적은 문헌과 일상 생활에서 흔히 ‘태평소’로 더 잘 알려져 있고, 그 밖에 새납(쇄납), 날나리 등 여러 가지 별칭이 있다. 그러나 민속악 현장에서는 ‘호적 시나위’, ‘호적 풍류’ 등이 입에 익은 까닭에, 피리 명인 최경만의 세 번째 앨범 천수바라는 부제(副題)를 ‘호적 연주곡집’이라 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으로 시작하는 조지훈의 시 ‘승무’를 읽으면서, 긴 소매끝 휘감기는 호적 가락까지 떠올릴 수 있을 예술적 체험과 상상력의 깊이를 지닌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앨범 수록곡 중 긴염불, 반염불, 굿거리, 꽃방아타령, 천수바라(타이틀곡), 느린허튼타령, 자진허튼타령은 실제 절집에서 승무 반주음악으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이 중 염불―타령―굿거리 계열의 음악들이 2007년 최경만 명인이 손수 구성한 <호적 풍류>의 골격이 되었다.) 능게, 자진능게, 휘모리, 풍년가, 대취타는 호적 하면 얼른 떠오를 귀에 익은 가락들이고, 양산도, 방아타령, 긴아리랑은 원곡인 경기·서도 민요 가락에 호적 특유의 시김새를 더해 연주한 것이다.
[프 로 필]
최경만은 1947년 서울에서 출생, 16세부터 故지영희 명인을 사사했다.
국악예술고등학교 졸업반인 1965년(18세) 신인국악경연대회에서 문공부장관상을 받으면서 신예 피리 연주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약관의 나이에 미국, 일본 등 5개국 순회 공연에 동참했고, 1973년(26세)에는 리틀앤젤스 예술단의 음악감독이 되어 유엔센터 공연 등을 이끌었다. 1977년(30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서도 LA중앙국악원, LA민속악회 ‘시나위’ 등을 설립하는 등 활발한 해외 공연 활동을 계속했다. 在美중 첫 음반 <최경만 피리 연주곡집>(킹레코드, 1994)을 국내에서 발매했으며, 1997년(50세) 영구귀국했다. 국립국악원 민속단에 입단한 뒤 두 번째 음반 <최경만의 피리풍류>(오아시스레코드, 2001)을 냈다. 국립국악원 민속단 예술감독을 거쳐 2007년(60세) 정년퇴임했다. 현재 충남국악단(부여) 예술감독, 한국음악연구회총연합회 회장, 중앙대 겸임교수.
최경만은 잊혀질 위기에 처한 피리 음악의 재활성화에 힘을 쏟아, <굿풍류> <푸살>(이상 2005), <대영산>(2006), <호적풍류> 등의 음악을 재현 또는 재구성해 왔다. 호적(태평소) 연주곡집으로 꾸민 세 번째 독집 천수바라는 어느 덧 이순(耳順)을 넘겨버린 나이마저 잊은 명인의 실험정신과 창작열의 결실이다.
[수록곡 해설]
긴염불, 반염불, 굿거리, 꽃방아타령
앞의 세 곡은 승무의 반주음악이며, 마지막 꽃방아타령도 절 의식에서 쓰곤 한다. 느린 6박자 긴염불에서 점차 빨라져 반염불, 굿거리로 연결된 뒤 자진허튼타령으로 마무리짓기도 한다. 요즘은 잘 연주되지 않고 있어, 후학들이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록했다.
천수바라, 느린허튼타령, 자진허튼타령
승무의 반주음악으로 쓰이는 곡으로, 매우 느린 6박자로 연주된다. 점차 빨라지는 반염불, 흥겨운 호적굿거리 등으로 다양하게 연결해 연주하다 자진허튼타령으로 마무리짓는다.
양산도, 방아타령
원곡은 세마치 장단의 흥겨운 경서도민요이다. 이번 음반에서는 이처럼 민요 가락을 호적으로 옮긴 것이 많은데, 호적도 다양하고 세련된 시김새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함이다.
긴아리랑
전문소리꾼들도 여간한 호흡과 목청으로는 잘 부를 수 없을 만큼 쉽지 않은 곡이다.
피리와 함께 한스러움을 절절히 표현하면 잘 어울리는 곡이나, 이번에는 호적으로 원곡에 스민 한과 피리의 세밀한 표현, 잔가락까지 표현해 보았다.
능게, 자진능게, 휘모리
농가나 마을의 큰 행사 때 쓰였던 곡이다. 흔한 굿거리 대신 덩더쿵장단이어서 누구든 쉽게 귀로 익혀 흥얼거리며 즐길 수 있다. 이 곡들은 기본적으로 초장, 중장, 종장으로 짜여 있으나 요즘 연주자들은 앞뒤 상관없이 마음대로 연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음반을 통해 후학들이 바른 음악구성을 알게 하고자 담아보았다.
풍년가
농악 하면 떠오르는 곡으로, 원곡은 대표적인 경기민요이다. 수확의 풍성함과 풍요로움이 호적 가락으로 최고조에 이른다. 편안한 굿거리장단에 호적의 특성을 남김없이 구현하는 곡이다.
대취타
임금의 도성 밖 행차나 군대의 행진 등에 연주된, 웅장하고 힘이 있는 곡이다. 원래는 징, 자바라, 장고, 용고, 나각, 나발 등을 갖추어 연주해야 하나 이번 음반에서는 북, 징, 자바라, 장고와 호적만으로 연주해 보았다.
[함께한 연주자들]
장고/이경섭(중앙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꽹과리/최순호(중앙국악관현악단 단원)
징/박세라(중앙국악관현악단 단원)
디렉터/장덕화(전 KBS민속악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