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 Gonzalez - in Our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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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CF와 드라마를 사로잡은 스웨덴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원곡의 화제의 커버버전 [Teardrop]이 삽입된 호세 곤잘레즈(José González)의 두 번째 정규작. [In Our Nature]
호세 곤잘레즈(José González)는 스웨덴의 고텐부르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이민자였는데 1978년에 스웨덴에 정착했다고 한다. 호세 곤잘레스는 어린 시절부터 라틴 포크와 팝송을 들으면서 자랐는데 쿠바의 싱어-송라이터인 실비오 로드리게즈(Silvio Rodriguez)의 빅팬이었다고 한다. 고텐부르그 대학에서는 생화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처음에는 블랙 플랙(Black Flag)이나 미스피츠(The Misfits)에 영향받은 하드코어 펑크 밴드인 블랙 어겐스트 더 월(Back Against the Wall)에서 연주를 시작했고, 또 다른 하드코어 밴드인 르네상스(Renascence)에서 93년부터 98년까지 베이시스트로 있었다. 97년에서 98년도에는 온리 이프 유 콜 미 조나단(Only If You Call Me Jonathan)이라는 이모코어 밴드에서 기타를 치기도 했다.
하드했던 과거를 결산하고 드디어 담담한 자아성찰의 길로 접어든다. 방 구석에서 혼자 클래식 기타를 잡고 자신만의 곡들을 하나 둘 씩 만들어 가면서 정규앨범을 준비하게 된다. 그리하여 공개된 2003년 작 [Veneer]가 유럽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고, 이 놀라운 호응으로 인해 2년 후에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발매가 이루어진다. 나이프(The Knife)의 커버곡 [Heartbeats]가 소니를 비롯한 한국의 CF에 사용되면서, 그리고 그의 다른 곡들이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삽입되면서 소소한 관심을 모으고, 앨범은 UK 차트 7위에 까지 랭크되면서 성공적인 세일즈 실적을 올린다.
텔레비전 쇼에도 자주 등장했다.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 쇼에는 2006년, 2007년에 출연했고 지미 키멜(Jimmy Kimmel), 줄스 홀랜드(Jools Holland)의 쇼, 그리고 캐나다의 MTV 라이브에 출연해서 매번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 냈다. 한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얻었던 미드 [O.C.]의 두 번째 시즌과 BBC의 4채널의 광고에서 [Stay in the Shade]가 사용됐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가 극장판의 음악을 담당했던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Friday Night Lights)의 텔레비전 시리즈에서도 호세 곤잘레스의 곡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친숙하고 부드러운 그 만의 엠비언스는 전세계에 팬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Veneer]의 성공 이후 그는 [Top of the Pops]를 비롯한 여러 텔레비전 방송과 각종 페스티발에 참여하게 되며, 제로 7(Zero 7)이나 사바스 앤 사바라스(Savath & Savalas), 그리고 영국의 MC 플랜 B(Plan B)와 같은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피쳐링하기도 하는데, 워낙에 자연스러운 그의 목소리와 기타연주는 마치 또 다른 하나의 유기적인 '어쿠스틱 악기'처럼 인식되어 이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의 작업물들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스웨덴의 힙합 프로듀서인 엠비(Embee)와도 함께 작업했으며 최고의 DJ 순위에서 내려오지를 않고 있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리믹서/퍼포먼서인 DJ 띠에스토(DJ Tiësto)가 호세 곤잘레스의 곡 [Crosses]를 리믹스해 주기도 했다. 또 다른 스웨덴 출신의 스타인 옌스 렉맨(Jens Lekman)과도 스플릿 투어 싱글을 발표한 바 있다.
In Our Nature
2003년(인터내셔날은 2005년)에 첫번째 음반이 발매된 이후 무려 4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이 두 번째 정규작을 만날 수 있었다. 일부 팬들은 당연히 앨범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특유의 아날로그틱한 공간감과 단촐함, 그리고 일렉트로닉 밴드의 커버곡이 하나 실렸다는 점은 그대로지만, 게스트 보컬이라던가 신시사이저, 그리고 직접 처리했던 퍼커션 파트에 따로 연주자를 섭외해서 진행한 요소들은 전작보다 약간 몸집을 불린듯한 느낌을 준다. 2004/2006년도에 발매됐던 EP인 [Stay in the Shade]에서 이미 이런 움직임들이 짐작 가능했는데 디테일한 요소들을 신경쓰지 않는 청자들이라면 한결같은 느낌 또한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How Low]와 같은 가사를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면 정치적인 요소들 또한 포함하고 있는데 그는 소리치지는 않지만 무척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In Our Nature]의 가사는 한국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던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책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과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실천윤리학(practical ethics)]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본 작에는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라운지 듀오 쿱(Koop)의 히트 곡 [Summer Sun]의 게스트 보컬이었던 유키미 나가노(Yukimi Nagamo)가 피쳐링하고 있기도 한데, 리틀 드래곤(Little Dragon)의 보컬리스트인 그녀는 호세 곤잘레즈의 애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곡들이 보컬 코러스를 삽입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전 작품보다 풍부한 느낌을 주고 있다. 호세 곤잘레즈는 본 앨범의 발매 이후 가졌던 여러 투어에서 자신의 애인과 퍼커션 주자 한명을 데리고 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 서서보는 페스티발의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독특한 울림을 제공하면서 꾸준히 큰 무대에 서게 됐다.
- Teardrop
전작에서의 나이프 커버 버전과 그 맥을 이어가는 일렉트로닉 커버 트랙이다. 브리스톨 트립합씬의 풍운아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걸작 [Mezzanine]에 수록된 곡으로, 앨범이 발표됐던 1998년 당시 꾸준히 솔로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던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의 보컬 엘리자베스 프레이져(Elizabeth Fraser)가 피쳐링 한 곡이다. 이 당시에 나는 엘리자베스 프레이져가 참여한 크레익 암스트롱(Craig Armstrong)의 곡 [This Love]도 무척 좋아했는데 그녀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곡이 새롭게 필터링되는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는 트랙들이라 할만 하다. 네 마디마다 한번씩 피아노 코드가 울려주는 원곡의 효과를 버징 섞인 클래식 기타 5/6번 줄로 구현해내고 있는데 연주와 구성은 원곡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지만 좀더 보컬 멜로디를 뒤틀면서 에스닉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다. 이 커버 버전은 아마 본 앨범에서 가장 주목 받는 트랙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미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미드 [하우스(House)]의 2008년 5월에 방영된 시즌 막방에서 호세 곤잘레즈의 버전이 삽입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는 [Killing for Love]가 첫번째 싱글로 낙점됐다. 이국적인 느낌을 가진 보컬의 떨림과 재빠른 기타의 핑거링이 러프한 느낌을 주는 트랙이라 하겠는데, 그의 곡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클래식 기타를 거칠게 핑거링 할 때 발생하는 버징을 그대로 녹음하면서 무척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형성한다. 심지어는 이러한 요소가 독특한 울림을 주면서 퍼커션의 역할마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종종 있다.
스웨덴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Down the Line]이 첫번째 싱글로 커트됐다. 이 트랙에서 호세 곤잘레즈의 보컬은 유독 길버트 오 설리반(Gilbert O'Sullivan)을 연상시키는데 미묘한 긴장감과 드라이브감이 절묘하게 맞물려 있는 곡이라 하겠다. 박수소리와 신비로운 퍼커션이 독특한 효과를 끌어내고 있는 [Time to Send Someone Away],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멜랑꼴리한 트랙 [The Nest], 특별한 효과 없이 8분 여의 러닝타임을 끌고 가면서 듣는 이를 압도하는 마지막 곡 [Cycling Trivialities]를 끝으로 앨범이 종료된다.
2008년 중순에는 [In Our Nature]의 리믹스 12인치 바이닐 [In Our Nature Remixes]를 500장 한정으로 발매한다. 음원들은 관심을 가져본다면 온라인 상에서 구할 수 있겠는데, 원곡의 소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4곡의 리믹스 버전들은 무척 흥미로운 들을꺼리를 제공한다. 이들은 파스텔 뮤직에 이 12인치를 몇 장 보내주기도 했는데 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알아서 보내주는 것을 보니 음악만큼이나 착한 사람들 인 것 같다. 너희들은 아마 복 받을 거다.
앨범의 부클릿에는 클래식/스패니쉬/나일론 스트링 기타 회사인 코르도바(Cordoba)의 주소가 적혀 있는데 아마도 호세 곤잘레즈가 애용하는 기타, 혹은 협찬사가 이곳인 것 같다. 클래식 기타의 레코딩에 관심이 있다거나 호세 곤잘레즈의 기타 소리가 무척 매혹적이라고 생각되는 연주인들은 http://www.cordobaguitars.com/에 방문해서 카탈로그를 한번 훑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참고로 집시 킹즈(The Gipsy Kings)가 이 회사의 기타를 사용하고 있다.
아침 안개와도 같은 어슴푸레한 매력으로 넘쳐난다. 전작보다는 좀더 풍부해진 공간감을 가지고 있는데, 전작이 너무 고요했다고 생각됐던 분들에게는 훨씬 다양한 요소들을 제공해줄 것 같다. 물론 전작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선택했다거나 매시브 어택의 커버곡에 현혹되어 구입했다 하더라도 후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좀 높은 연령대의 분들 중에 일전에 언급했던 길버트 오 설리반이라던가 캣 스티븐스(Cat Stevens)를 사랑하는 음악팬이라면 의외로 본 앨범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들으면서 뭔가를 사색할만한 분위기/공기를 제공해 주는 음반은 귀중하다. 사색은 하고싶은데 그렇다고 과도한 침묵은 원하지 않는 당신이라면 바로 이 음반이 당신의 곁에 함께할 것이다. 컴퓨터 네트워크와 디지털 시스템에 찌들은 현대인들에게도 본 작은 자연의 휴식을 선사해 줄 것이다. 쓰다 보니 무슨 기능성 음반 설명서 같아졌는데 어쨌든 음악은 무척 소중한 것이다. 더구나 이런 식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머금고있는 음반이라면 더더욱.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