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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t - Somewhere Before / Anthology : The Atlantic Years 1968-1975

Keith Jarrett <Somewhere Before : The Keith Jarrett Anthology The Atlantic Years  1968~1975>

20대 초반의 키스 자렛
그의 젊음과 패기, 강렬한 의욕이 담긴 초기 애틀랜틱 시절 연주들

당신은 키스 자렛이라는 연주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혹은 그가 어떠한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이라고 이제껏 인식해왔는가? 재즈계 최고의 비르투오소? 혹은 어떤 피아니스트보다도 창조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최상의 재즈 피아니스트? 뭐 그밖에 다른 여러 가지 이미지로 개개인이 받아들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현재 그의 이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재즈 팬들에게 하나의 완전무결한 신뢰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키스 자렛의 음악은 초보자에서부터 재즈에 대해 상당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애호가들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완벽한 이상이자 지고의 존재로 자리매김해 있다는 것이다. 현존하는 어떤 연주자도 이만한 인지도와 지지, 신뢰를 받는 경우는 적어도 피아니스트에 관한한 없다고 단호히 말할 수 있다. 그의 개런티는 재즈 연주자로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은 수준이며, 지명도및 경력 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이미 범접할 수 없는 성과를 쌓아왔다. 변화무쌍한 악상을 자유자재로 전개하는 당대 피아노 솔로의 마스터이자, 현존하는 최상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 리더라는 이 고정관념(?)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아닐는지? 그런데 당신은 혹시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는가?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 천재 뮤지션인 그가 과연 데뷔시절, 그러니까 불과 20대 초반엔 어떠한 연주를 했었을까’하는 생각 말이다. 이미 우리가 익히 접해왔던 키스 자렛의 음악은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ECM레이블에서 발표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헌데 과연 그의 음악과 연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게 전부인 것일까? 이 연주자에게 예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뭔가가 더 있지는 않았을까?

60~70년대 키스 자렛은 지금과는 다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키스 자렛이 68년도부터 70년대 중반까지 ECM이 아닌 임펄스나 아틀란틱 레이블(정확히 말하자면 그 산하에 있는 Vortex와 Wounded Bird에서 발매된 것까지 포함한) 에서 남긴 여러 음반들은 분명 그 나름의 특별하면서도 소중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당시 키스 자렛의 프로젝트를 나누어 본다면, 폴 모션과 찰리 헤이든, 듀이 레드맨으로 구성된 아메리칸 쿼텟 멤버들과 함께 한 음악들, 그리고 얀 가바렉과 욘 크리스텐센, 팔레 다니엘손과 함께 했던 유러피안 쿼텟, 여기에 자신의 피아노 솔로작업들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중 임펄스와 아틀란틱 레이블 시절의 음악은 바로 아메리칸 쿼텟과 멤버 구성및 음악의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1968년 키스 자렛의 첫 데뷔작인 <Life Between the Exit Signs>을 비롯해  초기 두어 작품들은 색소포니스트 듀이 레드맨이 빠진 찰리 헤이든, 폴 모션의 트리오 편성이기도 하고 비브라포니스트 게리 버튼이 참여한 작품도 있지만, 이들 프로젝트는 단발성이거나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편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키스 자렛을 이야기할 때는 아메리칸 쿼텟과 ECM레이블에서의 솔로연주, 그리고 ECM에서의 유러피안 쿼텟으로 크게 나누어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키스 자렛의 이름만으로도 음반을 모두 콜렉션하는 열렬한 극성팬들이 아니라면 이제껏 임펄스와 애틀랜틱에서 발매된 그의 초기음반들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단적으로 말해 이 레이블에서의 음악들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ECM레이블 시절의 솔로작, 그리고 게리 피콕과 잭 디조넷 트리오에서 들을 수 있었던 명징하고 아름다우며 클래식에서 동기를 얻은 서사적이며 거대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 세련되고 창조적인 선율이 끝없이 샘솟는 듯한 피아니즘들을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아직 그의 연주 스타일이 덜 여물었다고도 볼 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1973년도에 발표했던 두 장의 대표적인 솔로 걸작앨범<solo concert : Bremen & Lausanne>이나 1975년 작<The Koln Concert>같은 앨범들이 시기적으로 겹쳐 있고,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기에 이는 그다지 타당한 설명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에 오히려 그것보다는 애당초 레이블별로 음악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다소 다르고 감성의 기저도 상당히 다른 곳에 위치한다고 생각되어진다. 그래서인지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상대적으로 이 시기의 음악에 대한 팬들의 지지는 다소 약한 편이며, 평론가들의 언급도 ECM시절에 비해 별로 다루어지지 않는 편이다. 키스 자렛이 1966년부터 69년까지 찰스 로이드 쿼텟의 멤버로서 3년간 활동하던 당시( 아마도 그에게 있어서 타 밴드의 일원으로 소속되어 활동한 기간 중 가장 길었던 시기가 바로 이 때였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일렉트릭 밴드 멤버로서 재직한 것도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는다.) 찰스 로이드에게서 체득한 에스닉하면서도 당시 플라워 무브먼트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듯한,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이며 주술적인 요소가 그의 음악전반에 어느 정도 부각되어 있던 시기가 바로 이 즈음이다. 거기에 당시 시대적인 흐름상, 대중들보다 뮤지션들에게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프리재즈의 이디엄역시 종종 받아들여 시도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찬찬히 이 시기들의 피아노 연주를 다시금 뜯어보면 분명 지금 우리가 전형적인 자렛의 피아노라고 느낄만한 요소들 또한 연주 군데군데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운드의 구성과 음악전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게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의 피아노만 따로이 떼어놓고 본다면 여전히 그다운 터치와 음색, 고유의 진행방식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지금 소개할 앨범은 이 시기 중에서도 애틀랜틱 시절에 발매했던 초기시절의 음원들을 두 장의 CD에 셀렉션 해 담아낸 편집반이다. 이 레이블을 통해 키스 자렛은 총 7장의 리더 작들을 발매했다. 그중 1976년에 발표되었던 <El Juicio>를 제외한 6장이 모두 1968년부터 1971년까지 연이어 발표된 것으로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초기작들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애틀랜틱 시절의 자렛 연주는 그의 음악이 데뷔당시에 어떤 모양새를 띠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온전한 텍스트로 봐도 무방하다. 한마디로 신인시절 자렛의 면모를 그대로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음악들인 것이다. 이번에 국내 라이센스되는 이 컴필레이션 반에는 동 레이블에서의 총 7장의 음반 중 68년 작인 두 번째 앨범 <Restoration Ruin>을 제외한 6장의 앨범에서 골고루 셀렉션되어 있는데, 선정된 곡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찰리 헤이든, 폴 모션과 함께 그의 커리어에서 첫 피아노 트리오인 첫 앨범<Life Between the Exit Signs>에서 4곡 ,동일한 멤버의 트리오 편성인 1969년 발매작인 <Somewhere Before>에서 4곡, 71년작 <Morning of a Star>에서 4곡 이렇게 첫 번째 트리오 멤버들과의 협연으로만 CD 1전체가 구성되어 있으며, 두 번째 CD에는 키스 자렛이 비브라포니스트 게리버튼과 함께 했던 유일한 앨범인 70년작 <Gary Burton & Keith Jarrett>에서 4곡, 애틀랜틱에서 처음으로 색소포니스트 듀이 레드맨이 참여한, 아메리칸 쿼텟 멤버로 녹음했던 72년작 <Birth>에서 2곡, 아메리칸 쿼텟편성으로 애틀랜틱에서 남긴 마지막 앨범인 1975년작 <El Juicio> 3곡 그리고 마지막 트랙으로<Somewhere>에서 다시 한곡을 셀렉션해 총 10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트리오연주를 놓고 보면 확실히 게리 피콕, 잭 디조넷 트리오와 비교해 보았을 때 일단 리듬 섹션의 연주방식이 확연히 다르므로, 자렛의 피아노연주 전개도 다소 다르게 진행되며 완성도 역시 떨어지는 감이 있다. 대신 지금의 트리오에 비해 훨씬 풋풋하고 생기가 넘친다. 그리고 이 시기의 자렛은 음악적으로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었다. 지금이야 피아노 트리오와 솔로이외엔 어떠한 편성도 시도하지 않으며, 다른 악기도 다루지 않지만, 이시기만 해도 그는 자신이 직접 소프라노 색소폰이나 플롯, 콩가 드럼같은 여러 가지 악기를 직접 다루는 등 소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연구했었다. 비록 단련도나 완성미는 지금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아이디어의 새로움과 시도자체의 신선함은 외려 지금에 비해 과거가 좀 더 낫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현재 그가 들려주는 음악만을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분명 이런 그의 초창기시절의 음악이 그답지 않고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키스 자렛은 자신의 연주방식을 서서히 완성시켜 나가는 단계에서 ECM레이블에서 들려주었던 어프로치와는 다른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외로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었다. 아니 지금 우리가 듣고 감동을 느끼는 그 연주에 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의 작품들은 짜임새나 음색의 단련과 연주의 완성도 면에서 지금에 비해 다소 부족하게 보일지 몰라도 지금의 연주에 비해 훨씬 더 참신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데뷔당시 패기 넘치고 의욕과 열정이 가득했던 자렛의 모습을 듣길 원한다면 이 두 장짜리 편집 반을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글 : 재즈 컬럼니스트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