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 Gonzalez - Ve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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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백과 잊혀지지 않는 울림. Bio 처음에는 블랙 플랙(Black Flag)이나 미스피츠(The Misfits)에 영향받은 하드코어 펑크 밴드인 블랙 어겐스트 더 월(Back Against the Wall)에서 연주를 시작했고, 또 다른 하드코어 밴드인 르네상스(Renascence)에서 93년부터 98년까지 베이시스트로 있었다. 97년에서 98년도에는 온리 이프 유 콜 미 조나단(Only If You Call Me Jonathan)이라는 이모코어 밴드에서 기타를 치기도 했다. 하드했던 과거를 결산하고 드디어 담담한 자아성찰의 길로 접어든다. 방 구석에서 혼자 클래식 기타를 잡고 자신만의 곡들을 하나 둘씩 만들어 가면서 정규앨범을 준비하게 된다. 그리하여 공개된 2003년 작 [Veneer]가 유럽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고, 이 놀라운 호응으로 인해 2년 후에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발매가 이루어진다. 2007년에는 두 번째 정규작인 [In Our Nature]를 발표하는데 앨범의 가사는 한국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던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책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과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실천윤리학(practical ethics)]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두 번째 앨범에는 한국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라운지 듀오 쿱(Koop)의 히트곡 [Summer Sun]의 게스트 보컬이었던 유키미 나가노(Yukimi Nagamo)가 피쳐링하고 있기도 한데, 그녀는 호세 곤잘레스의 애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텔레비전 쇼에도 자주 등장했다.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 쇼에는 2006년, 2007년에 출연했고 지미 키멜(Jimmy Kimmel), 줄스 홀랜드(Jools Holland)의 쇼, 그리고 캐나다의 MTV 라이브에 출연해서 매번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 냈다. 한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얻었던 미드 [O.C.]의 두 번째 시즌과 BBC의 4채널의 광고에서 [Stay in the Shade]가 사용됐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가 극장 판의 음악을 담당했던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Friday Night Lights)의 텔레비전 시리즈에서도 호세 곤잘레스의 곡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펼쳐 보이기도 했으며 그의 곡이 리믹스/샘플링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영국 출신의 다운템포 그룹인 제로 7(Zero 7)의 2006년도 앨범 [The Garden]에서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으며 영국의 힙합 아티스트인 플랜 B(Plan B)는 그의 곡을 샘플링 하기도 했다. 스웨덴의 힙합 프로듀서인 엠비(Embee)와도 함께 작업했으며 최고의 DJ 순위에서 내려오지를 않고 있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리믹서/퍼포먼서인 DJ 띠에스토(DJ Tiesto)가 호세 곤잘레스의 곡 [Crosses]를 리믹스해 주기도 했다. 또 다른 스웨덴 출신의 스타인 젠스 렉맨(Jens Lekman)과도 스플릿 투어 싱글을 발표한 바 있다.
- Heartbeats 올 뮤직 가이드에서는 호세 곤잘레스를 두고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The Kings of Convenience)의 앨범 제목에서 따온 '고요함은 새로운 굉음(Quiet is the New Loud) 집단’의 새로운 멤버라고 칭하기도 했는데, 앞에 언급했던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이외에도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나 피온 리건(Fionn Regan), 그리고 닉 드레이크(Nick Drake)와 폴 사이먼(Paul Simon)과 같은 약간은 뻔한 목록의 아티스트들을 떠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감동 역시 그대로 전수 받고있다. 누군가의 언급대로 가끔씩은 마크 코즐렉(Mark Kozelek)의 목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Hint]와 같은 곡에서 등장하는 고음 처리 부분은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와 흡사하다. 리드미컬한 트랙 [Crosses]는 앞에서 언급했던 미드 [O.C.]에 삽입되기도 했다. 양념처럼 들리는 퍼커션과 리듬파트 역시 호세 곤잘레스의 작품인데, 물방울과도 같은 클래식 기타 소리와 차분한 보컬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근심을 잊게끔 만든다.
인터뷰를 살펴보면 약간은 유머러스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인터뷰 당시 최근에 본 가장 좋았던 공연에 관한 질문에 스웨덴 출신의 데쓰메탈 밴드인 엔톰베드(Entombed)의 라이브를 언급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핀란드에 나와있을 때 우연히 그들의 음악을 듣고 타지에서 노스텔지아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는 재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게다가 그는 윌 패럴(Will Ferrell)의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Blades of Glory)]를 무려 일곱번이나 봤다고 한다. 자신의 공연 시작 전에는 종종 힙합 전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데이빗 액슬로드(David Axelrod)의 걸작 [Song of Innocence]를 틀어놓기도 한단다. 뭔가 간지를 아는 형인 것 같다. 확실히 눈에 띄는 데뷔작이며 앨범이 지금에 와서라도 국내에 소개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소프트한 터치가 지극히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기 때문인데, 곧 이어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Teardrop]의 커버를 담고 있는 2007년 작 [In Our Nature] 또한 국내 발매 예정에 있다고 한다. 아직 수입 음반을 구매하지 않은 호세 곤잘레스의 팬이라면 쌈짓돈을 챙겨 놓아야 할 것 같다. 단순히 [Heartbeats]에 꼽혀서 앨범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앨범이 끝날 때 즈음해서는 무척이나 뿌듯해질 것이다. 한국에 제대로 된 소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CF에 곡이 사용되고 왜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됐는지에 대한 해답 또한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네티즌들의 의견처럼 2000년대에 나왔던 포크 앨범 중에 가장 중요한 앨범임에 틀림이 없다. 음반을 듣게 되면 앨범 커버에도 드러나 있는 ‘여백’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런 앨범에는 사실 별로 할말이 없다. 앨범의 커버처럼 남겨놓은 이 글의 여백은 당신의 감상으로 채워 넣는 편이 훨씬 이롭기 때문이다.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의 곡 제목처럼 고요함은 가장 훌륭한 즐길꺼리이기도 하다. 우리모두 다 함께 Enjoy The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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