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섭 - 가즌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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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회상'을 중심으로 그 중간에 '도드리'를, 그 마지막에 '천년만세'를 연이어 연주하는 것을 ‘모두 갖춘 영산회상’이라는 의미로 '가즌회상'이라고 한다.
'영산회상'은 '상령산'을 모태로 여기에서 파생된 악곡들과 후에 덧붙여진 악곡들이 모인 9곡의 모음곡 형태로 되어 있다. 느리고 깊은 호흡의 '상령산'을 기점으로 '중령산', '세령산', '가락더리', '상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으로 진행되면서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흥이 오른다. '가즌회상' 연주 시에는 '상현도드리'와 '하현도드리' 사이에 '도드리'를 삽입하게 된다. '영산회상'은 대부분 계면조의 악곡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평조인 '도드리'가 삽입 되면서 색다른 느낌과 풍성한 음악적 구조를 만들게 된다. '도드리'를 연주하고 나서 다시 '영산회상'의 '하현도드리'로 돌아 올 때에는 ‘돌장’이라는 연결구가 있어 조바꿈을 원활하게 해 준다. '영산회상'은 주로 선비들의 사랑방 풍류음악으로 향유되었는데 '군악'까지 연주하면서 한껏 흥이 오르면 '천년만세'를 내쳐 연주하게 되었다. '천년만세'는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의 3곡을 묶어서 부르는 이름인데 이 중 '양청도드리'는 '가즌회상' 전 곡을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로 되어 있어 흥취의 최고조를 이루었다가 '우조가락도드리'에서 한숨 가라앉히면 '가즌회상'의 대단원을 마무리 하게 된다.
'가즌회상'은 거문고, 가야금, 대금, 피리, 해금, 단소, 양금, 장고 각 1인으로 이루어진 세악편성의 합주로 연주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중 거문고는 합주 음악에서 굵직한 뼈대를 짚어주는 역할을 하고 단소는 선율에 다채로운 색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이 음반에서는 그 역할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악기를 통하여 '가즌회상'을 표현하고 있는데, 담담한 거문고의 점 위에 단소의 화려한 가락들이 자유롭게 선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