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holas Payton - Into The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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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holas Payton <Into The Blue>
가장 진보적이며 완성도 높은 앨범들을 선보이는 Nonesuch 레이블에서의 첫 데뷔작.
니콜라스 페이튼의 Into The Blue 부상에서 회복하여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진보와 전통의 완벽한 일치를 꾀하는 수작.
격정적이고 에너제틱한 트럼페터의 대명사의 니콜라스 페이튼의 원숙미를 더한 음반.
<Drucilla – 자신의 아내를 위해 작곡한 곡>
<Let It Ride> 등 니콜라스 페이튼의 업그레이드 된 음악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2008년 가장 기대되는 앨범 중의 하나!
Nicholas Payton - Trumpet / Vocals / Synths
Kevin Hays - Piano / Fender Rhodes Piano
Vicente Archer – Acoustic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재즈는 그 탄생 이후 1950년대까지 미국의 음악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면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왔고 그 당시 상황만으로 본다면 이러한 재즈의 위상은 아주 오래도록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은 그저 한낮의 꿈으로만 남게 되었으니 이는 록 음악이라는 다크호스의 등장 때문이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록 음악의 급격한 발전은 재즈의 생존마저 위협할 정도였다. 젊음이 추구하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자유에의 갈망은 당시 재즈가 만족스럽게 채워줄 수 없었던 요소들이었고 결국 재즈를 즐기던 많은 음악 팬들은 그러한 에너지와 젊음의 유혹에 이끌려 재즈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시기에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는 이제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 난관을 극복할 획기적인 시도를 하게 되는데 바로 재즈-록에 대한 본격적인 시도가 그것이었다(이미 몇 몇 뮤지션들에 의해 재즈와 록 혹은 다른 음악과의 결합은 시도된 바 있지만 마일즈 데이비스만큼 본격적이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마일즈 데이비스는 1969년 <In A Silent Way>와 <Bitches Brew>라는 두 장의 기념비적인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서 멀어져가면서 점차 꺼져가고 있는 재즈의 생명력에 다시금 부활의 불을 지폈다. 1980년대의 재즈를 어떠한가? 1960년대 후반 마일즈 데이비스에 의해 재즈는 그 생명력을 연장 받았지만 그 결과로 재즈만이 지닐 수 있는 정체성 - 스윙이나 즉흥연주 등 소위 우리가 재즈만의 특징이라고 하는 것들 - 은 그 자취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희석되어 버렸다. 특히 팝과 다른 음악들의 요소를 받아들인 퓨전이라 불리는 스타일의 재즈는 대중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재즈는 끝(?)이라는 사람들의 우려와 판단을 낳고야 말았다.
외적 요인이 아닌 내적 요인에 의해 등장한 어려운 현실 하에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는 과거 재즈의 전통을 살리자는 목표 아래 재즈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을 시도 - 모던 재즈의 전통으로 다시금 돌아가는 - 하게 되고 그 시도는 퓨전 재즈가 주도하던 7, 80년대 재즈의 모습에 상당한 변화를 주게 된다. 그러한 변화의 모습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90년대 들어서 영 라이온(Young Lion)으로 불리는 젊고 유능한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크리스천 맥브라이드(Christian McBride), 조슈아 레드만(Joshua Redman), 로이 하그루브(Roy Hargrove), 니콜라스 페이튼(Nicholas Payton), 브래드 멜다우(Brad Mehldau), 베니 그린(Benny Green) 등 수없이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영 라이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재즈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현재 시점에 가장 적합한 재즈의 모습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이들의 진취적인 이상과 노력으로 재즈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한 번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재현하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Biography & Discography of Nicholas Payton
이러한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영 라이온 가운데 한 명인 니콜라스 페이튼은 1973년 뉴올리언스에서 출생했다. 음악을 하는 부모 밑에서 양육 받은 그는 - 아버지 월터 페이튼(Walter Payton)은 크레센트 시티(Crescent City, 뉴올리언스를 지칭하는 말)에서 잘 알려진 재즈 베이시스트였고 어머니는 피아노를 연주했다 - 4살 때 처음 트럼펫 연주를 시작했다. 그는 하루에 10시간 정도 트럼펫을 연습할 정도로 음악과 자신의 악기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아버지와 함께 클럽에 가서 위대한 트럼펫 뮤지션들의 연주 보는 것을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그가 재즈 뮤지션이 되기로 결심을 굳힌 것은 11살 때 그의 아버지가 소장하고 있던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의 앨범을 들으면서였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마법과도 같은 트럼펫 연주는 그의 마음을 이내 사로잡았고 니콜라스 페이튼은 거리는 물론 장례식과 결혼식에서 연주하는 밴드 등 트럼펫을 연주할 수 있는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주하며 음악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간직했다. 그리고 그의 간절한 열정은 뉴올리언스 예술 고등학교를 거쳐 뉴올리언스 대학에 입학, 시대를 대표하는 재즈 패밀리인 패밀리를 키워난 엘리스 마살리스(Ellis Marsalis)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스스로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라는 엘리스 마살리스의 교육 방침은 니콜라스 페이튼으로 하여금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터득하게 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는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클래식 퀄텟의 드러머 앨빈 존스(Elvin Jones)와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그는 윈튼 을 비롯하여 크리스천 맥브라이드, 조슈아 레드만, 로이 하그루브, 조 헨더슨(Joe Henderson) 등과 연주하면서 주목할 만한 신인 뮤지션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1994년 블루노트(Blue Note)와 더불어 모던 재즈의 양대 산맥인 버브(Verve) 레이블에서 <From This Moment>라는 데뷔작을 발표한다. 이 앨범에서 니콜라스 페이튼은 재즈의 발상지인 뉴올리언스의 유전자를 그대로 간직한 포스트 밥 스타일을 선보이며 새로운 트럼펫 연주자의 탄생을 분명하게 알렸다. 1년 뒤인 1995년 뉴올리언스의 색채가 짙게 깔린 <Gumbo Nouveau>라는 명반을 발표, 90년대 재즈를 주도하는 영 라이온 가운데 한명으로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올린다. 1996년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 감독이 연출한 영화 캔자스시티(Kansas City)에 출연,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1997년 니콜라스 페이튼은 야심찬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는데 바로 자신에게 음악적 영향을 준 윈튼 마살리스와 조슈아 레드만, 크리스천 맥브라이드와 더불어 영 라이온의 리더 격인 로이 하그루브를 게스트로 초청, 협연을 펼친 <Payton's Place>가 바로 그것이다. 20세기의 마지막 해였던 1999년 니콜라스 페이튼은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 <Nick@Night>를 발표, 20세기를 차분하게 마무리 한다. 2001년 니콜라스 페이튼은 상당히 의미 깊은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바로 루이 암스트롱에게 헌정하는 <Dear Louis>라는 작품이다. 14명으로 구성된 밴드와 함께 한 <Dear Louis>에 담긴 음악은 니콜라스 페이튼에게 루이 암스트롱의 모습이 오버 랩 되며 니콜라스 페이튼이 데뷔작을 통해 대중들에게 놀라움을 전했던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고 그는 더 이상 영 라이온으로 불리는 기대주가 아닌 재즈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뮤지션으로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했다. 뉴올리언스의 유전자를 가지고 재즈의 전통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던 니콜라스 페이튼은 2003년 데뷔 이후 정들었던 버브 레이블을 떠나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 레이블에서 <Sonic Trace>라는 앨범을 발표한다. 2000년 크리스천 맥브라이드의 <Sci-Fi>, 2003년 로이 하그루브의 <Hard Groove>에 이어 발표된 <Sonic Trace>는 90년대 재즈 르네상스를 이끌어 온 젊은 뮤지션들이 21세기 새로운 재즈의 모습을 위해 고민해 온 결과물 가운데 하나로 재즈의 기본 DNA는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21세기에 어울리는 재즈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과거 퓨전 시대에 있었던 그러한 시도는 재즈만의 정체성이 너무 희석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즈보다는 다른 음악들의 요소가 짙었던 것과 달리 이들 젊은 연주자들의 앨범은 재즈를 중심으로 다른 음악의 스타일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와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Sonic Trace> 앨범 이후 니콜라스 페이튼은 자동차 사고로 인한 부상에서 회복하는데 한동안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2006년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밥 벨든(Bob Belden), 샘 야헬(Sam Yahel), 빌리 드루몬드(Billy Drummond), 존 하트(John Hart)등과 함께 웨인 쇼터(Wayne Shorter)가 작곡한 곡들을 레퍼토리 한 <Mysterious Shorter> 앨범을 체스키(Chesky) 레이블에서 발표,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Sonic Trace> 이후 5년 만에 자신의 새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것이 바로 본 작 <Into The Blue>다.
A New Album <Into The Blue>
<Sonic Trace>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Into The Blue>는 부상에서 회복해 발표하는 첫 번째 작품인 동시에 그가 자신의 고향인 뉴올리언스에서 처음 레코딩 한 작품이라는 것과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가장 진보적이고 완성도 높은 앨범을 꾸준하게 발표해 온 논서치(Nonesuch) 레이블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앨범이 지닌 스타일은 전작 <Sonic Trace> 앨범이 지니고 있던 진보적인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데뷔 이후 견지해 온 뉴올리언스 재즈의 구현을 통해 진보와 전통의 완벽한 일치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블루노트와 스티플 체이스에서 인상적인 앨범들을 발표했던 피아노 연주자 케빈 헤이즈(Kevin Hays)를 비롯하여 케니 가렛(Kenny Garrett), 테렌스 브랜차드(Terence Blanchard), 에릭 리드(Eric Reed), 도날드 해리슨(Donald Harrison)과의 작업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베이스 연주자 비센테 아처(Vicente Archer), 재즈와 팝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연주를 보여주었던 퍼커션 연주자 다니엘 새도우닉(Daniel Sadownick) - 이들은 모두 <Sonic Trace>에 참여했던 뮤지션들이다 - 과 모던 재즈의 명 드러머 로이 헤인즈(Roy Haynes)의 손자로 스티브 콜맨(Steve Coleman), 라비 콜트레인(Ravi Coltrane) 등과 활동했던 마커스 길모어(Marcus Gilmore)등이 참여했다.
그의 새로운 앨범을 기다린 5년 이라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것은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트랙 "Drucilla"(이 곡은 자신의 아내를 위해 작곡한 곡)의 인트로에서 부터 명확하게 전해진다. 특히 강렬한 에너지가 충천되어 있는 격정적인 트럼펫으로 대표되던 니콜라스 페이튼의 연주는 완전한 이미지 변신을 통해 차가움 속에 따스함이 살며시 전해지는 노련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전작에서부터 호흡을 맞춰 오고 있는 케빈 헤이즈, 비센테 아처와 새롭게 참여한 드러머 마커스 길모어로 이어지는 리듬 섹션은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순발력 넘치는 연주를 펼쳐낸다. 두 번째 트랙 "Let It Ride"는 팬더 로즈를 사용해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케빈 헤이즈의 연주와 그 위에 유연하게 멜로디 라인을 엮어 나가는 니콜라스 페이튼의 자연스런 호흡이 좋은 곡으로 힘보다는 적절한 절제와 조화의 미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미 여러 장의 솔로 앨범으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은 케빈 헤이즈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팬더 로즈의 특성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표현한 솔로 연주는 매우 뛰어나다. 12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의 "Triptych"는 다소 느린 템포지만 듣는 이에게 상당한 긴박한 느낌을 전하는 곡으로 숨이 막힐 듯 전개되는 중후한 베이스의 무게감에 드럼과 퍼커션의 묵직한 타격감이 더해진 분위기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Bitches Brew> 앨범에서 느꼈었던 소위 강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이드맨들의 연주 위에 전혀 변화를 느낄 수 없는 무표정한 느낌의 트럼펫이 펼쳐내는 멜로디 라인은 니콜라스 페이튼의 업그레이드 된 음악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The Crimson Touch"는 단순한 리듬 위에 펼쳐지는 트럼펫과 피아노의 인터플레이가 인상적인 곡으로 완벽한 호흡의 유니즌 연주 이후 각자 솔로 타임에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즉흥연주를 쏟아낸다. "Blue"라는 곡은 니콜라스 페이튼의 깊이 있는 트럼펫 연주에 이어 조용한 그의 보컬을 만날 수 있는 곡으로 감정 표현이나 가사 처리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은 비록 전문 보컬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실력을 보여준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Fleur de Lis"는 직선적인 리듬 위에 마치 대화하는 듯 부드럽게 전개되는 트럼펫과 팬더 로즈의 교감이 느껴지는 곡으로 차분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를 통해 앨범을 마무리하는 곡으로는 최상의 선택이다.
연주의 뛰어남과 더불어 중요한 요소인 전체적인 밸런스나 최적의 악기 배치와 같은 연주 외적인 요소들의 완벽함도 본 앨범에 있어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뛰어난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 편곡자 그리고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밥 벨덴이 세련된 감각으로 프로듀싱 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20대 초반의 풋풋했던 영 라이온 니콜라스 페이튼은 어느덧 노련함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구축한 30대 중반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는 재즈의 전통에 충실하면서 100여년의 역사 동안 끊임없이 진보해 온 재즈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아티스트인 것을 본 앨범을 통해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니콜라스 페이튼은 해외에서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로이 하그루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이는 국내에 라이선스로 발매된 니콜라스 페이튼의 앨범이 몇 장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는 본 앨범을 기점으로 새롭게 바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을 만큼 본 작이 지닌 완성도를 비롯한 모든 요소들은 더없이 매력적인 동시에 완벽하다.
[글 : 권석채(재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