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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as Priest - Painkiller (Remaster) [Expanded Edition]
Painkiller! 명 드러머 스캇 트래비스의 가세로 더욱 젊고 역동적인 헤비메틀을 완성한 역작!

주다스 프리스트는 헤비메틀 사상 최고의 밴드다. 선배격인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이 타 장르와 섞이지 않은 순도 100%의 본격 메틀을 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주다스 프리스트는 헤비메틀의 가장 확실하고 완벽한 텍스트인 셈이다.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밴드도 ‘최고’랄 수 있지만 오지 하나만을 중심으로 나머지 멤버들은 쉴 새 없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주다스 프리스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글렌 팁튼(Glen Tipton)과 K.K. 다우닝(K.K. Downing)은 확실한 호흡의 트윈 리드기타를 선보였지만 연주력으로 본다면 높게 평가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롭 핼포드(Rob Halford)의 철혈보컬과 어울려 무리 없는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더욱이 주다스 프리스트의 최대 강점은 작곡력이다. 한번만 들어도 강한 인상을 줄 정도로 이들의 곡 만들기는 빼어나다.

하지만 이 위대한 그룹에도 핸디캡은 있었다. 밴드 결성부터 꾸준히 따라왔던 문제는 리듬 섹션의 빈곤이었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초기작부터 80년대 말엽까지의 앨범들을 들어보면 드럼이 극히 단조롭고 파워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존 힌치(John Hinch), 알렌 무어(Allen Moore), 레스 빙크스(Les Binks), 데이브 홀랜드(Dave Holland) 등등 많은 드러머들이 주다스 프리스트를 거쳐 갔지만 대부분 만족할만한 리듬섹션을 연출하지 못했다. 멤버들은 존 힌치와 함께 데뷔앨범 작업을 해보곤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 알렌 무어로 드러머를 갈았다. 그는 존 힌치보단 역량이 있었지만 역시 멤버들과의 갈등으로 밴드를 등졌다. 두 번이나 드러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주다스 프리스트는 사이먼 필립스(Simon Philips)를 세션 드러머로 기용해 [Sin After Sin]을 완성해 비로소 꽤 괜찮은 리듬섹션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사이먼은 어디까지나 세션이었을 뿐이었다.

후임으로 레스 빙크스가 들어왔으나 그 역시 몇 년 후 데이브 홀랜드로 교체되었다. 데이브는 그나마 메틀 드러머로서 좋은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British Steel이라는 명반도 그와 함께 완성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리듬섹션의 변화는 필요했다. 멤버들은 언제나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 주다스 프리스트는 그렇게 그렇게 십수 년도 넘게 리듬파트의 불만을 간직하며 필드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주다스 프리스트에게 거대한 변화가 찾아왔다. 스캇 트래비스(Scott Travis)라는 괴물이 새 드러머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일렉트릭 락기타 사상 최고의 테크닉을 구사하는 괴물 중의 하나인 폴 길버트(Paul Gilbert)와 함께 레이서 X(Racer X)라는 무시무시한 하이테크 메틀 집단 출신이다. 이 팀에서 스캇 트래비스는 온갖 기교가 난무하는 초절 드러밍을 구사했다. 그의 등장으로 주다스 프리스트는 더 이상 ‘어제의 용사’가 아니었다. 90년 작 [Painkiller]가 그 증거다.

본작을 완성할 즈음의 주다스 프리스트 멤버들이 40대인데 비해 스캇 트래브스는 겨우 20대 후반의 젊은이였다. 젊은 피에 막강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가공할 드러머의 가세로 인해 이전까지 주다스 프리스트 역사상 도저히 구사할 수 없었던 현란하고 파워풀한 사운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앨범 [Painkiller]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불을 뿜는 투 베이스 드러밍의 하이 스피드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고 리듬섹션에 탄력을 받은 타 파트도 크게 고무되어 자신의 역량 이상을 발휘했다. 글렌 팁튼과 K.K. 다우닝이 난데없이 스윕 아르페지오 피킹을 구사하며 속주 솔로를 펼치는 경우가 그 대표적이다. 정통 펜타토닉 플레이에 집착하던 그들에게 그런 테크닉을 구사하게 했다는 것, 실로 대단한 변화인 셈이다. 드럼이 화려해지고 눈부신 비트들을 양산해내자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하이테크 리프들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밴드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기타가 괜찮은 리프를 만들더라도 드럼과 같은 리듬섹션이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면 결코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스캇 트래비스는 주다스프리스트의 작곡 세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드럼의 충격적인 변신으로 이 앨범은 기타 리프도 뛰어나고 솔로도 테크니컬하며 리드보컬 역시 새로운 음악적 자극에 의한 감동의 흥분으로 고무되어 있다. 이 앨범은 [British Steel] 만큼이나 강렬하고 잔인한 메틀 스피릿을 연출한다. 한 연주자가 특정 밴드에 가세해 이만큼의 음악적 자극과 변화를 주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시너지 효과가 가장 극대화된 대표적 사례랄 수 있다.

스캇 트래비스라는 젊은 피를 수혈 받은 주다스 프리스트는 본작 [Painkiller]를 기점으로 음악적으로 제2의 전성을 구가하는 가 싶었지만 이후 롭 핼포드가 독자적인 활동을 위해 파이트(Fight)를 조직해버리자 주다스 프리스트는 예전만큼 뛰어난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지 못해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