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in Gaye - What's Going On (2CD Deluxe Edition) [배철수 음악캠프 100대 음반 캠페인 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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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R&B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중 하나.
내가 한 얘기가 아니고 평론가들 주장인데 여기에 한 표 더. 음반회사에 맞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킨 이 양반의 뚝심에 또 한 표. 사실 이 시절 흑인 음악계에선 어려운 일이었거든.
이 경우에서 보더라도 예술계에서 이름을 떨치려면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고집이 있어야 함.
(다른 곳에서 써먹다가 잘못돼도 나는 모름.)" - 배철수
“팝음악의 새로운 입문서”
대중 음악 평론가 임진모가 추천하는 명작(名作) 시리즈-014
R&B 소울의 영원한 전설 Marvin Gaye (마빈 게이)
천재의 고뇌가 집약된 마빈 게이의 대표작.
70년대 음악계를 대표하는 명반. [What’s Going On]-Deluxe Edition-
<임진모의 100자 평>
“흑인 아티스트의 음악적 용기와 실험이란 점에서 대중음악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반. 미국사회에서 흑인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중후한 메시지 그리고 앞서간 음악...”
<명작 시리즈>
'유니버설 뮤직'과 팝 전문 웹진 ‘이즘’이 공동 기획한 시리즈로, 시대를 초월한 명작들이 새로운 윙 디자인, 임진모의 새로운 해설과 함께 재발매 됩니다. 팝 팬 여러분들의 음반 선택에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드릴 것입니다.
임진모가 추천하는 '명작' 시리즈 014
“음악가의 영토는 자유와 실험정신임을 증명한 역사의 걸작”
Marvin Gaye [What's Going On]
서구 평단에서 명반을 선정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 항상 상위권에 오르는 대중음악사의 걸작이다. 지금도 랩을 하든, R&B를 하든 흑인 아티스트들은 마빈 게이를 예술적 사고와 의식의 준거점으로 삼는다. 그를 ‘흑인 음악인들의 우상’ 그리고 ‘팝 역사의 영웅’으로 비상해준 문제작이 바로 이 앨범이다. [What's Going On]은 마빈 게이의 자신과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것에서 출발한다.
이전까지 소속해 있던 모타운(Motown) 레코드사의 톱스타로서 주로 사랑과 이별 노래를 부르던 그는 일련의 사회정치적 사건들을 접하고 나서 깊은 회의에 빠진다. 그 사건들은 당시 한창이던 월남전과 미국 켄트주립대학 사태를 가리킨다. 그간 잠자고 있던 사회적 양심이 불쑥 솟아올랐다. “오늘 신문 봤어? 켄트주립대학에서 죽은 학생들에 대한 기사 읽었지? 켄트사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잠도 못자고 계속 울기만 했어. 이제 달이라든지 유월 어쩌구하는 3분짜리 노래를 부르는 건 싫어!”
이 시점에 그의 관심은 월남전이었다. 자신의 친동생 프랭키가 파월해 경험한 이야기를 듣고는 일대 충격을 받고는 더욱 그랬다. 게다가 반전시위를 하던 켄트주립대학 학생들이 진압군의 M1소총에 맞아 죽은 비극적 사태가 발발하자 더욱 충격에 휩싸인 그는 사회의식을 담은 노래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눈에 보이는 것이 주변 형제누이들인 흑인이 처한 냉혹한 현실이었다. 점점 수그러들고 있는 흑인정신을 불러내야 했다. 고통을 노래하고 기존에 저항하는 위대한 소울(Soul) 음악의 정신을 잊어버릴 수는 없었다.
[What's Going On]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그것은 실로 그 시점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고뇌하는 한 인간의 35분짜리 명상이었다. ‘어머니, 너무 많은 당신들이 울고 있어요/ 형제여, 너무 많은 그대들이 죽고 있어요.../ 전쟁은 해답이 아냐. 사랑만이 증오를 무너뜨릴 수 있지...’ - ‘What's Going On’ 중에서
단일 곡으로도 명작인 이 곡, 그리고 이어진 ‘What's Happening, Brother’는 동생 프랭키가 베트남에서 겪은 체험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두 곡이 주제의 측면에서 앨범 전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마빈 게이는 ‘Inner City Blues’에서 도시 빈민가 흑인들의 곤궁을 요사했고, ‘Mercy Mercy Me’에서는 파괴되어가는 환경, 즉 공해를 노래했다. ‘Save The Children’은 미래가 없는 세상에 대한 비탄이다. 소재는 광범위하지만 모두 ‘고통’이라는 핵심 테마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이 음반이 ‘흑인아티스트 최초의 컨셉(Concept) 앨범’으로 규정되는 이유다.
이렇게 무거운 성격을 드러내고 있으니 모타운 회사 측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베리 고디(Berry Gordy) 사장은 당시 레코드 구매자들이 사회비평의 음반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사적인 컨셉이 대중들에게 부담을 초래해 ‘상업적인 자살’ 행위가 되리라고 본 것이다. 타이틀곡이 히트하고 있는데도 그는 4개월이나 앨범 출시를 유보했다. “빨리 풀어. 안 그러면 다시는 당신들을 위해 음반 안 만들 테니까. 이건 내 마지막 경고야.” 마빈 게이는 새로운 것에 빗장을 걸고 있는 회사 측의 한심한 태도에 광분했다.
승리자는 결국 마빈 게이였다. 앨범은 출반하자마자 승승장구해 소울 차트는 정상을 밟았고 팝 차트에도 10위권에 진입했다. 뿐만 아니라 타이틀곡을 비롯해 ‘Mercy Mercy Me’(4위)와 ‘Inner City Blues’(9위)도 줄줄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점령, 3개의 톱10 히트싱글이 터져 나왔다. 앨범의 판매고는 800만장에 달해 그때까지 모타운 사상 가장 잘 팔린 음반으로 기록되었다. 그것은 ‘대중의 수준’을 무시한 베리 고디 사장에게 대중이 내린 무서운 응징이었다.
그것은 저절로 얻은 것이 아니라 투쟁의 소산이기도 했다. 신념을 갖고 자기주장을 관철해 모험을 기피했던 모타운의 제작관행을 뒤엎고 스스로 프로듀스한 음반을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전까지 모타운은 소속 작곡가나 기획자들이 음반제작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마빈 게이와 이 앨범이 갖는 또 하나의 업적은 회사로부터 ‘아티스트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데 있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도 앨범은 모타운 사운드의 획기적 전환을 초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쿠바의 전통음악인 콩가의 연주가 전체에 깔리면서 스트링과 함께 유연하게 삽입된 색소폰 연주, 은은하면서 두꺼운 보컬 하모니가 주도하는 제3세계적 음악, 그리고 재즈와 가스펠의 분위기는 미드템포의 리듬과 더불어 전에 없던 스타일이었다. 이전과는 다른 ‘모타운의 1970년대 사운드’를 개척하는 위업을 쌓은 것이다!
이 작품의 의의는 사회분위기가 보수적으로 흘러도 위대한 소울 음악이 보여준 사회적 양심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음을 알렸다는데 있다. 나중 흑인 목사 제시 잭슨은 이 앨범을 듣고 마빈 게이를 ‘누구보다 훌륭한 성직자’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록 전문지 [롤링 스톤]지의 묘사처럼 [What's Going On]은 잭슨 목사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울 음악과 그 가치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08년 3월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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