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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하바드) - Test

갑작스런 해체를 선언한 Harvard의 미발표곡, 데모곡 등을 모은 유일무이한 레어트랙 모음집 [Test]

시각적 음악을 창조해낸 실험가들, Harvard (하바드)

2007년 5월 3일 갑작스럽게 해체를 발표한 ‘하바드’. 바로 그 전날 까지만 해도 신곡 발표 준비로 정신이 없다던 그들은 하루아침에 돌연 해체를 발표한다. 더 이상 ‘하바드’라는 이름으로는 실험할 수 있는 음악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 그리고 그들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이제 졸업했다”라고 과감하게 말하며 새로운 음악으로 나아갈 것임을 암시했다.
‘하바드’의 음악이 처음 한국에 소개된 2003년 11월, 그들의 대표적인 히트곡 “Clean & Dirty”를 들은 많은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신디사이저 음이 만들어내는 상쾌함과 어렵지 않게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화려한 코러스, 얼핏 들으면 8,90년대의 대중가요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세련된 편곡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맞물려 단박에 히트곡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이다. 이 곡은 일본 음악 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잔뜩 긴장했던 당시의 음악 시장에 젊은 일본 음악인이 만들어내는 참신한 대표곡이 되었고, 이미 본국인 일본에서는 철지나버린 ‘시부야계’라는 장르에 대한 동경심까지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런 여파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번져 마침내는 일본에서도 ‘시부야계’를 재해석하자는 캠페인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바드가 만드는 음악들은 머리로만 만들어낸 잘 짜여진 음악이 아니라, 귀로 들으면서 동시에 피부와 시각으로 느껴지고 말단신경에 자극적으로 와 닿는 요염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이었다. “Clean & Dirty”의 성공 이후 발표한 그들의 새로운 음악들은 기존의 음악을 그대로 베끼거나 상술에 치우친 답습이 아닌 언제나 새로운 자극제를 찾아 헤매는 젊은 실험이 가득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영어가사 발음의 전달이 미약하고 라이브에서의 모습이 만족할 수 없었어도 많은 일본과 한국의 음악팬들은 ‘하바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실험에 언제나 적극적인 응원을 보냈다.

2006년 12월까지 세 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비정규 2.5집을 발표한 ‘하바드’. 각각의 앨범을 살펴보면 그들이음악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1집에서의 전형적인 시부야계, 얼반 스타일의 음악, 2집에서의 일렉트로닉 셩향이 강한 클럽뮤직, 2.5집에서의 네오펑크 그룹 ‘리딤사운터’와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락킹한 사운드로의 재편곡, 그리고 3집에서 들려준 실험적 사운드의 시작. 한가지 색만 고집하지 않고 항상 다른 음악들을 선보였던 ‘하바드’는 해체 후인 2007년 말 그들의 시작과 마지막을 완벽하게 정리한 “BEST”와 “TEST”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깔끔한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 두 장의 앨범이 2008년 초 한국에 소개된다.

일본 인디음악씬에 새로운 음악 유입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에스칼레이터 레코드의 대표가 직접 선별한 트랙들

‘하바드’의 “BEST”와 “TEST”음반은 모두 에스칼레이터 레코드의 대표이자 DJ이기도 한 ‘나카 마사시(Masashi Naka)’에 의해 선별되었다. 유럽의 최신 유행 음악을 일본에 가장 먼저 소개하는 장본인이기도 ‘나카 마사시’는 ‘하바드’의 정신적인 지주이면서 컴파일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에 그의 선곡이라는 점에 큰 이슈를 두고 있다.

“BEST”음반에는 ‘하바드’의 히트곡 외에도 그들이 만들어낸 수작들을 담고 있다. 특히 그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많은 사랑을 받았던 “Clean& Dirty”, “Looks Like Chloe”는 물론 “Haven’t We Met”, “Slick Skate”등 초창기 그들의 음악 중 힙합이나 얼반에 가까운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If You Wanna Clap Your Hand”, “Mad Gemma”에서는 락적인 성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고, “Devil’s Apple Pie”, “Loud Lovesong”에서 의외의 발라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미발표곡으로는 한국엔 소개되지 않았던 싱글 “Urban”의 수록곡 “We”와 함께 해체 직전 발표를 앞두고 있던 신곡 “Purple Roses”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 신곡은 1집부터 3집까지를 통틀어 ‘하바드’가 만들어온 음악적 스타일을 모두 섞어 놓아 더 이상의 실험이 없다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게 만든다. 경쾌한 리듬에 밝게 전개되는 멜로디, 락적인 연주와 초반의 귀를 사로잡는 훅이 강한 전주 등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마치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새로운 음악으로의 출발이 되고 있음을 자신있게 보여주는 것처럼.

“TEST”음반에는 ‘하바드’가 비정규로 발표했던 음악들을 모아놓았다. 데모 버전으로 만들어진 “Clean & Dirty”의 코러스 버전을 시작으로 “I Will Rock you”, “The Lady is Tramp”의 데모버젼이. 각종 컴필레이션에만 수록되어 한국에는 미처 소개되지 못했던 “Keibunsha-Books.com”, “Touched”, “Mustache Man”과 일본에서조차 발표된 적이 없었던 “Ain’t No Other Thing”, “Remained At The Moon”에서 그들이 만들어온 음악들의 변화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색다른 믹스의 “Slick Skate”를 듣는 것도 재미있다.

하바드의 해체 그 후…

하바드의 멜로디 메이커이자 보컬인 프론트맨 ‘고타니 요스케(Yosuke Kotani)’, 그리고 같이 음악을 만들며 DJ로 활동했던 말수적은 ‘우에다 야스후미(Yasufumi Ueda)’. 성격이나 취향이 판이하게 다르지만 음악적 동료로 같이 ‘하바드’를 만들며 시작된 이 둘의 음악생활은 현재 매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유럽의 최신 유행 음악을 가장 먼저 일본에 소개하는 ‘에스칼레이터 레코드’에 소속해 있으면서 매일같이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된 ‘요스케’는 하루가 다르게 다른 음악으로 전향해 갔고, 반면 기존의 ‘하바드’의 음악을 원했던 ‘야스후미’는 잠시 음악을 접고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해체 후 ‘요스케’는 유럽의 ‘JUSTICE’, ‘CSS’등의 음악을 접하며 4인조 일렉트로닉록밴드 ‘AVALON(아발론)’을 만들고 활동에 들어갔다. ‘아발론’은 멤버 전원이 신디사이저와 건반을 연주하는 특이한 구성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메탈과 가스펠, 힙합, 그리고 신디사이저의 음이 강한 네오팝 등을 마구 섞어 놓았는데 무겁거나 어렵지 않고 매우 팝적이다. 바로 ‘요스케’만의 훅이 강한 멜로디 메이킹의 성과이다.

‘하바드’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오직 “Clean & Dirty”만 알고 있다면 ‘BEST’와 ‘TEST’음반을 모두 들어보길 권한다. 만일 ‘하바드’의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하고 이미 다 들어보았다고 해도 역시 ‘BEST’와 ‘TEST’를 모두 들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BEST’에 실린 음악들을 통해서는 하바드가 한국 음악 시장에 만들어낸 여파를 느낄 수 있고,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기도 한 신곡 “Purple Roses”를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며, ‘TEST’를 통해서는 그들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실험의 결과들을 들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그 사이사이 끊임없는 실험의 모습들이 있었기에 ‘하바드’의 음악이 존재했으며, 또 다른 새로운 음악으로 변신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바드’를 졸업한 ‘하바드’이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닐 것을 안다. 그들의 다음 행보 역시 끊임없이 바뀔 것이다. 언젠가 ‘아발론’ 역시 졸업을 할 때가 올 것이고 그 다음은 또 한 단계 진일보한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돌아올 이들을 보면서 ‘하바드’의 처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진화적 실험의 그 첫 단계부터 함께했노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