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 2집 / 그대 미움처럼 (Lp 미니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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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사양]
-페이퍼슬리브
-2008년 최신 리마스터
-라이너노트 수록
-완전한정반
-최초 CD화
따로또같이의 옛 음반 역시 크게 주목 받은 적은 없지만 음악의 가치를 아는 이들의 컬트적 추앙을 받고 있는 한국대중음악의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이미 따로또같이의 1집과 3집을 내놓은데 이어 이제 재발매되는 이들의 2집이 나온 것은 1984년, 벌써 24년 전이다. 1979년 강인원, 나동민, 이주원, 전인권으로 구성되었던 따로또같이 1집의 멤버에서 전인권이 탈퇴하고 강인원, 나동민, 이주원 세명의 호흡으로 만들어진 따로또같이 2집은 따로또같이 음악의 풍부함과 다양함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두 번째 음반에는 강인원, 나동민, 이주원이 각각 3곡씩의 노래를 실었으며 이채롭게도 김현식의 노래 '첫사랑'이 한곡 더해져 모두 10곡의 노래가 담겨 있다. 먼저 우리의 눈을 끄는 것은 말 그대로 기라성같은 세션맨들의 면면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함께 친 최성원, 이영재, 이승희는 1980년 3인의 공동앨범 [노래의 날개/그대 떠난 뒤에는]을 발표한 뮤지션들로서 최성원은 이후 따로또같이 출신의 전인권과 이 앨범에서 어쿠스틱 피아노를 연주한 허성욱 등과 함께 들국화의 주축을 이루며 1980년대를 풍미했다.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와 퍼커션을 맡은 이영재는 1970년대 말 포크파의 일원으로 이승희, 김현식등과 함께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조동진 2집, 해바라기 1집 등의 언더그라운드 포크 음반들에서 빼어난 연주를 선보이며‘1980년대형 세션 기타리스트의 전형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승희는 이장희의 동생이며 베이스 기타의 조원익, 드럼의 안기승, 일렉트릭 피아노와 폴리무그의 김광민 역시 1980년대의 가장 대표적인 세션맨들이다.
이러한 명세션맨들의 조력 덕분에 따로또같이의 두 번째 음반은 당시의 가요앨범에 비해 매우 안정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앨범을 명반으로 기억하는 것은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다. 따로또같이 2집의 매력은 강인원, 나동민, 이주원이 써 낸 곡들의 각기 다른 매력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조화의 아름다움에 있다. 강인원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팝적인 감각이 매우 도드라진다. 그의 곡이 전면 배치된 음반의 도입부는 따로또같이의 음악이 지극히 소수만의 감수성을 통과할 수 있는 고집스러운 예술가요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중가요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주원과 나동민의 곡들은 매우 조밀하고 품격 있는 가작으로 특히 이주원의 곡들은 따로또같이 두 번째 앨범의 무게감을 더하며 실질적인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한 팀으로 음반을 냈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충분히 발현된 이러한 구성은 흡사 따로또같이라는 팀 이름처럼 자유로운 옴니버스 앨범의 느낌마저 전해준다. 응축과 해체의 여유로운 리듬감에 남성성과 여성성이 매끄럽게 버무려진 덕분에 더욱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이 앨범에서 혹자는 강인원의 여성적인 감성을 선택하며 우순실이 대신 부른 '커텐을 젖히면'을 베스트 트랙으로 뽑기도 할 것이며 또 어떤 이는 이주원의 고뇌가 돋보이는 '하우가'나 구성미가 빼어난 '별조차 잠든 하늘에'를 선택하기도 할 것이다.
'커텐을 젖히면'은 1980년대적인 청순함을 느낄 수 있는 여성 보컬 우순실의 열창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며 반면 '하우가'는 따로또같이 3집의 프로그레시브한 포크사운드를 예고하는 무거운 정서와 지적인 남성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영재의 록킹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귀를 잡아끄는 '별조차 잠든 하늘에'는 따로또같이가 포크록그룹임을 확인시켜주는 곡으로서 가장 널리 사랑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음반의 전반부 강인원이 주도한 여성적인 팝 하모니는 '하우가'를 거치며 남성적이며 프로그레시브한 포크록으로 모습을 바꾼다. 2집의 음악적인 핵심은 사실 '하우가'에서 '조용히 들어요'로 이어지는 중반부의 트랙들이다. 그러나 음반의 후반부를 채우는 '조용히 들어요'의 영롱한 아름다움과 달콤한 속삭임의 '잠 못 드는 이밤을', 프로그레시브한 코러스가 인상적인 '너와 내가 함께'같은 곡들 역시 이 음반의 품격을 높여주는 좋은 곡들이다.
지난 1990년대 말 음악관계자들이 뽑은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에 이 앨범이 43위로 뽑힌 것은 20여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향기를 잃지 않은 음반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가치는 단지 여성성과 남성성을 한데 아우르는 따뜻함과 자유로움, 남성 트리오가 빚어내는 화음의 아름다움, 프로그레시브한 포크 사운드의 매력만이 아니다.
음반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의 구조물이라는 인식 앞에 철저하고자 한 이들이 성실하고 꼼꼼하게 사운드를 직조해나간 예술가적 치열성이야말로 암울했던 1984년을 뚫고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였으며 이 앨범을 거쳐간 이들이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여는 주역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이다. 지극히 감상적이기까지 한 노랫말들에서도 결코 감상에 빠지지 않고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격조를 유지하는 보컬과 돋보이는 연주를 틈틈이 채워 넣은 엄격함은 따로또같이가 왜 1980년대를 거론할 때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납득하게 한다. 한 뮤지션의 출세작이 아니라 작품집으로서의 품격을 만끽할 수 있는 이 한 장의 복각앨범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국대중음악의 거대한 시원을 되짚어볼 즐거움을 얻게 된다. 아직 보물은 무궁무진하다.
-서정민갑(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