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ft Punk - Aliv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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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데뷔 앨범 [Homework]로 대중 음악을 재정의했던 다프트 펑크가 이제, 라이브 퍼포먼스를 재정의한다! 74분에 달하는 환상의 논스톱 믹스 공연 실황 [Alive 2007]
댄스 플로어를 뜨겁게 달군 일렉트로닉 뮤직의 혁명가 - 다프트 펑크
대형 라이브 공연의 진수를 펼치다!
지난 1997년 ‘일렉트로니카’라는 새로운 장르의 폭발을 주도하며 10년 동안 댄스-일렉트로니카 계를 평정한 다프트 펑크가 2007년 6월 14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대규모 공연장에서 250대의 카메라와 화려한 특수 효과로 무장한 채 펼친, 환상적인 공연 라이브 실황!
클럽 씬의 앤썸(anthem)인 <One More Time>, <Da Funk>, <Around The World>, <Technologic> 등의 히트곡 퍼레이드! 관중들의 함성이 담긴 본 앨범으로, 다프트 펑크의 생생한 라이브 현장을 체험한다!
최근 카니예 웨스트(Kayne West) 최신작에 수록된 첫 싱글 <Stronger>에 샘플로 차용한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의 다이내믹한 라이브 실황 트랙 수록!
질주하는 비트와 현란한 멜로디 라인, 그리고 날카롭고 강렬한 일렉트로닉 노이즈가 온 몸을 전율케 하는, 최상의 일렉트로닉 라이브 앨범!
‘클럽을 위해 만들어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클럽 밖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환장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화답 – 최민우씨의 본 앨범 해설지 中
Wish You Were There:
Daft Punk [Alive 2007]
1.
누군가가 내게 최근에 봤던 가장 인상적인 공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지난 2007년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꼽을 수밖에 없다. 설왕설래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행사진행이 아주 매끄러웠다고도 할 수는 없었지만 재미 하나만은 정말 확실했던 페스티벌이었다. 전적으로 만족스러웠건 무언가 불만스러웠건, 그 공연에 몸을 담갔던, 혹은 던졌던 사람들은 다들 잊지 못할 추억 하나씩은 모두 안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럼 그 페스티벌의 (물 건너 온) 출연진 중에서 최고를 하나 뽑으라면? 뮤즈(Muse)? 물론 훌륭했다. 그러나 기대에는 못 미쳤다.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 보지는 못했지만 훌륭했다고 한다. OK 고(OK Go)? 애쉬(Ash)? 다들 좋은 무대를 보여줬다.
그러나 가장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의 공연이었다. 거대한 록 페스티벌 무대 위의 관객들을 상대로 록 밴드의 공연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의 시청각적 쾌감을 남김없이 충족시켰던 그들의 공연은 '클럽을 위해 만들어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클럽 밖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환장하게 하는가'에 대한 평소의 궁금증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확실히 풀어줬던 것이다. 유튜브(YouTube)를 통해 그 편린을 짐작해보는 것 이상의 스펙터클과 컨셉트, 그것이 케미컬 브라더스의 공연이었다.
그럼 이 내지의 주인공, 다프트 펑크(Daft Punk)는 어떨까. 여러분은 지금 다프트 펑크의 최신 라이브 음반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거나 이미 듣고 있을 것이)다. CD를 플레이어에 걸든가, MP3으로 바꿔 아이팟에 담그던가, 준비를 마치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74분 짜리 논스톱 믹스 공연 실황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케미컬 브라더스에 대한 내 호들갑을 이해하는 이라면 아마 듣는 내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 귀를 때리고 있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바로 그 시간의 그 장소에 가서, 거기서 반쯤 미쳐 있을 사람들 틈에 섞이고 싶다고.
2.
십중팔구 이 음반을 집어들 사람들은 다프트 펑크의 열렬한 팬일 것이므로(라이브 음반의 성격이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팬들을 위한 것이다) 이들의 일대기를 다시 요약해서 설명하거나 이들이 거둔 상업적/비평적 영광(과 그에 따른 논쟁)을 재차 서술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작 [Human After All](2005) 이후 지금에 이르는 시간 동안 이 듀오의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중요한 것들만이라도 간단히 적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힙합 뮤지션과 프랑스 하우스 음악의 선봉에 서 있는 뮤지션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로나 스타일 사이의 거리로나 멀어 보이지만 최근 그 거리는 극적으로 가까워졌다. 카니예 웨스트의 최신작 [Graduation](2007)의 첫 싱글 "Stronger"가 다프트 펑크의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샘플로 썼기 때문이다. 원곡의 속도를 낮춰 피치를 떨어뜨리고 거기에 웨스트의 랩을 실어 놓은 이 싱글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말이 좀 오가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의 강력한 팝 튠이 웨스트의 랩과 프로듀싱을 압도하는 순간이 자꾸 드러난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다프트 펑크 내지라서가 아니다).
더하여 이들은 2006년 베스트 음반 [Musique Vol.1: 1993-2005]를 발매했다. 신곡은 없었지만 그 대신 초창기 시절 만들었다가 '레어 아이템'이 된 리믹스 곡들을 수록했다. 그러나 이것보다 밴드에게 (아마도) 훨씬 더 의미 깊은 사건은 그들이 영화계로 '진출'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심지어 칸 영화제의 비경쟁 부문인 감독주간(Director's Fortnight)에 '출품'되기까지 한 다프트 펑크의 74분짜리 영화 [Daft Punk's Electroma]는 인간이 되려는 두 로봇의 이야기(결국 본인들 이야기를 반대로 엮은 셈인데)를 다루고 있다(이 영화, 볼 수 있다. 검색해 보시라). "Robot Rock" 등의 뮤직 비디오에서 이미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던 그들 여정의 결실이라고나 할까.
3.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음반은 다프트 펑크의 두 번째 라이브 음반이다. 첫 번째 라이브 음반은 2001년에 발매된 [Alive 1997]로서, 그들이 프랑스 일렉트로닉 음악의 샛별 대접을 받던 시기인 1997년 11월 8일에 영국 버밍엄(Birmingham)의 한 클럽에서 벌인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이었다. 이 음반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들이 제법 있는데, 일단 45분이라는 길이도 길이거니와 소리로만 듣기에는 계속 산만한 느낌이 튀어나왔던, 즉 거기 있는 사람만 즐거웠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한 음반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다프트 펑크는 프랑스 뿐 아니라 전세계 일렉트로닉 음악의 지형도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한 거물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10년 동안 그들은 진짜로 일렉트로닉 음악의 강산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2007년 6월 14일, 다프트 펑크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에서 라이브 공연을 가졌다. 파리 베르시 공원(Parc de Bercy) 서쪽에 위치한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 베르시(Palais Omnisports de Paris Bercy), 줄여서 POPB라고 하는 (최대 수용인원 18,000명의) 공연장에서 250대의 카메라와 화려한 특수 효과로 무장한 채 열린 공연을 녹음한 것이 이 음반이다.
비록 그 사치스러운 공연 현장을 볼 기회는 당분간 없을 것 같지만(2CD로 제작될 '스페셜 버전'에서는 공연 사진을 담은 책자도 따로 끼워 발매할 예정이지만 국내 라이선스반은 공연 실황만 담는다), 이번 라이브 음반은 그것을 귀로나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리고 실제로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왜? 그 사이에 다프트 펑크가 진짜 스타가 돼서? 알아들을 수 있는 히트곡이 늘어나서? 이 글의 필자가 케미컬 브라더스 공연을 보고 테크노 공연의 재미에 갑자기 '개안(開眼)'해서?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모두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이 실황에서 다프트 펑크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그것과 흡사한 박력으로 관중들을 몰아붙인다. 글의 첫머리에 제기했던 '클럽을 위해 만들어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클럽 밖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환장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다프트 펑크는 케미컬 브라더스와 흡사한 방식으로 대답을 한다. 어떻게?
(아마도 화려했을) 시각 효과를 논외로 하고 음악적인 측면에서, 다프트 펑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실현하고 있는 것은 '정중동의 다이나믹'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쉼없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맺고 끊음'을 확실히 하려 한다. 그리하여 '리믹스'라기보다는 '메들리'에 가까워지고, 그럼으로써 전통적인 '록 콘서트'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이는 이 듀오가 겪어왔던 음악적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Homework](1997)와 [Discovery](2001)와 [Human After All]을 만들면서 그들 음악의 청중들을 계속 불려 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클럽 밖으로 불러냈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점차적으로 클럽과 거리와 라디오와 TV 어디에서도 융화하는 음악, '히트곡'의 개념을 중요시하는 음악을 만들어 온 것이다. 싱글 중심의 히트 뮤지션으로서의 얼굴과 클럽 리믹스 DJ로서의 얼굴이 하나로 모인 결과가 바로 이 실황에 담긴 음악들이다. 첫 싱글로 발매될 예정인 "Around The World/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비롯하여 공연의 실질적인 하이라이트인 "Prime Time Of Your Life/Brainwasher/Rollin' And Scratchin'/Alive"에서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건대, <Alive 2007>은 듣는 사람이 자기가 그 때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을 아쉬워하게 만드는 라이브 음반이다. 이것도 변했다 저것도 변했다 하면서 내지 특유의 호들갑을 길게 늘어놓긴 했지만, 사실 다프트 펑크는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 히트곡도 늘었고 신디사이저로 기타 치는 흉내도 내 보고 보코더를 써서 팝송도 불러보는 척 하며 이 바닥을 헤쳐왔지만, 근본적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건 간에 PA 스피커 앞에 있는 이들을 뒤집어 놓는 진짜 댄스 음악, 그것이 다프트 펑크가 해 온 음악이다. 여기 담긴 것은 바로 그런 음악이다. 그걸 느끼는데 굳이 PA 스피커까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왠지 그립긴 하다. 둥, 둥, 둥.
2007.10.23
최민우
대중음악웹진 [weiv](http:weiv.co.kr)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