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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 정중화 - Long Ago & Far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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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레인보우의 리더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의 재즈 기타리스트 김민석이 전하는 수필 같은 음악
재즈에는 참으로 많은 편성이 있다. 피아노-어쿠스틱 베이스-드럼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트리오를 기본으로 관악기 연주자 한명이 더해지면 4중주(퀄텟), 2명이 더해지면 5중주(퀸텟)가 된다. 피아노 트리오를 중심으로 여러 관악기, 기타, 비브라폰, 오르간 등 다양한 악기들이 더 해지면서 3중주부터 9중주(노넷)까지 재즈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이상 넘어가면 보통 빅밴드 편성으로 간주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재즈를 많이들은 마니아들은 흔히 만나기 어려운 솔로와 듀오 연주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데 필자는 듀오 연주를 유난히 선호한다. 듀오 연주는 연주자간의 대화를 숨김없이 엿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속마음도 느낄 수 있어 재즈와 참으로 잘 어울리는 편성이라 본다. 짐 홀과 빌 에반스, 미셀 패트루치아니와 에디 루이스, 아치 셉과 호레이스 팔란, 클락 테리과 레드 미첼,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 등 최근에 라스 다니엘손과 레쉭 모저까지 많은 듀오 연주가 있는데 그 중 기타와 베이스의 듀오 연주는 어울리는 음색을 바탕으로 풍부한 코드와 멜로디(솔로)가 살아있어 듀오 연주 중 가장 아름답다.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찰리 헤이든 & 팻 메시니의 [Beyond The Missouri Sky](Verve / 1997)와 조 패스 & NHOP의 [Chops](Pablo / 1979)가 기타와 베이스 듀오 연주의 명연으로 이 밖에 짐 홀과 론 카터, 찰리 헤이든과 에그베르토 지스몬티, 울프 바케니우스와 전성식의 듀오 연주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여기에 듀오 앨범 하나가 플러스되는데 기타리스트 김민석과 베이시스트 정중화의 새로운 앨범 [Long Ago & Far Away]이다.
한 소절씩 나눠 쓰는 수필 같은 음악
[Long Ago & Far Away]는 김민석과 정중화의 듀오 작이지만 음악적 컨셉과 선곡, 스타일 모두를 김민석의 리더로 진행한 것이어서 김민석의 리더 작에 정중화가 베이스 파트너로 참여한 것이 정확한 앨범 컨셉으로 김민석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십대에 독학으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여 1990년 이태원의 라이브 재즈 클럽 ‘올댓재즈’에서 재즈 기타리스트로 데뷔한 김민석은 국내의 재즈 팬들에게 팻 메시니 그룹 음악을 멋지게 연주하는 퓨전 그룹 ‘인터플레이’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때가 1997년으로 이후 이정식, 이영경, 나윤선, 이주한 등 최고의 재즈 연주자들과 협연을 하게 되고, 1999년부터 4년 동안 MBC 수요예술무대 ‘김광민 재즈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세계적 거장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2005년에는 한국 연주음악의 신기원을 이룬 기타 트리오 ‘트리오로그’를 결성하여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연주,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싱글 2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에는 월간 재즈피플에서 선정한 ‘리더스폴에’서 올해의 연주자 기타부문에 뽑히는 등 비교적 어린 나이에 데뷔 한 이후 지금까지 기복 없이 꾸준히 성장해온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라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재즈 관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보사노바 프로젝트 ‘더블 레인보우’는 그의 다양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창窓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2007 재즈피플 리더스폴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 여러 공연,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골든 멤버인 팀발연주자 아마디또 발데스 내한공연의 협연, 원월드 뮤직 페스티벌 참가 등 2007년 한해 가장 바쁘게 활동한 연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대미를 자신의 리더 작 [Long Ago & Far Away]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Long Ago & Far Away]의 두 주인공 김민석과 정중화는 오랜 친구사이이다. 서울 중동고등학교 동창생(1971년 생 동갑)으로 학창시절부터 교내 그룹사운드에서 활동하며 음악 선후배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정중화와 그에 비해 조용한 연주를 한 김민석의 듀오 연주이다. 이 둘의 본격적인 만남은 정중화가 군에서 제대 한 후 어쿠스틱 베이스를 연주하게 되면서 부터로 그때 김민석은 정성조 밴드에서 연주하는 선배 박지혁(퓨전 그룹 웨이브의 첫 번째 기타리스트)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중화와 음악적 이야기를 깊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정중화의 아버지 정성조는 대중음악과 재즈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인 색소포니스트로 KBS관현악단장을 지내신 한국 최고의 색소포니스트이다) 이후 정식으로 같은 팀에서 연주를 하지는 않았지만 간혹 이루어지는 잼 스타일의 연주만으로도 특별한 교감을 주고받았으며 그 결실이 김민석의 미국 여행에서 얻어지게 된 것이다.
롤링 페이퍼 같은 김민석과 정중화의 듀오 연주
지금 정중화는 미국 뉴욕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면서 석사 과정(뉴욕 퀀즈대학 작곡전공)을 밟고 있고 지난 해 여름 뉴욕에 여행 차 온 김민석과의 만남이 이번 앨범으로 이어진 것이다. 자작곡에 남 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김민석에게 이번에는 전곡을 유명 재즈 스탠더드로 연주한 이유를 물은 적이 있는데 그는 “평소에 제가 혼자서도 연습하던 곡들이에요. 녹음을 기획하고 뉴욕으로 갔던 건 아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악기는 가져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재즈 기타보다는 클래식 기타가 별 다른 준비 없이도 소리도 나고 해서 가져간 것인데 이렇게 편안 음악을 담아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라고 해 뉴욕 행 이전부터 레코딩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어릴 적 친구이자 음악친구 집에 여행차 가서 평소 집에서 혼자, 또는 동료연주자들과 같이 연주하는 스탠더드 넘버들을 편하게 연주한 것이다. 그래서 얼핏 들으면 ‘재즈다운 치열한 즉흥연주가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래 레코팅 컨셉이 휴식 같은 연주였기 때문에 친한 친구들끼리 MT가서 하게 되는 롤링페이퍼 같은 연출 없고 가감 없는 진솔한 음악이 담겨있는 것이다.
녹음은 웨인 쇼터, 프레드 허쉬, 찰리 헤이든 등 거장들도 작업을 하는 뉴욕의 ‘칼레이도 스코프 사운드’(Kaleido Scope Sound) 스튜디오에서 5~6시간 만에 했다. 심플한 스튜디오여서 녹음실이기 보다는 산속 산사에서 조용히 연주했다고 할 정도로 녹음된 음악이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편집 없이 그대로 후반작업을 하여 김민석과 정중화의 수필 같은 뉴욕 스토리가 완성되었다. 연주된 곡들은 너무나 유명한 스탠더드들로 제목만 들어도 친숙한 ‘Here's That Rainy Day’ ‘Bye Bye Blackbird’ ‘Round Midnight’ 등과 브라질 음악에 대한 애착을 담은 픽싱깅야의 ‘Lamentos’까지 있다. ‘All The Thing You Are’는 기타 솔로로 36마디를 연주하고 베이스가 들어오는데 녹음실에서 둘의 따뜻한 눈빛 교환이 떠오른다. 마지막 곡 ‘My One And Only Love’은 기타 솔로로 연주되는데 코드와 멜로디를 조합하여 지판을 움직이는 김민석의 기타 연주에서 이제 거장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보사노바 더블 레인보우, 악기가 더해진 스탠더드 연주, 창작곡으로 이루어진 기타 솔로, 트리오로그의 두 번째 작업 등 그를 기다리는 연주가 하나 둘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엘라 핏제럴드와 조 패스처럼 보컬과의 듀오 작업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2008년에는 과연 어떤 연주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김광현 200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