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rlis - Swingin' Stree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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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 꽃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스윙 – Welcome to the doris world!
17살부터 거리에서 노래하기 시작한 도리스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유로운 보헤미안이 되어 전국일주와 함께 스트리트 라이브를 지속한다. 대체적으로 포크음악이 연주되던 거리에 울려 퍼진, 조금은 ‘우아떠는’ 스윙(Swing) 스타일의 기타연주와 새로운 목소리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곤 했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언제나처럼 오카야마의 거리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고 그곳을 지나가던 지금의 프로듀서 마츠하라 켄을 만나게 된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마치, 이미 죽은 사람의 영상을 보고 있는듯한, 신비한 감각에 휩싸였던 것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그녀와의 만남을 설명하고 있다. 역시 음악적 내공과 나이는 무관한 걸까? 82년생인 도리스에게서 이처럼 스윙한 사운드, 쇼와 무드가요와 엔카 스타일의 연주를 듣고 있자면, 게다가 프로듀서의 이러한 부연설명을 듣고 있자면 더더욱.
뒤늦게 봇물 터지듯 한국으로 발매되는 시부야케이의 ‘샤랄라스러운’ 음악들과는 확연한 개성을 가졌던 에고라핀(EGO-WRAPPIN')의 등장은 보컬 요시에의 육감적인 목소리에 농밀한 연주가 녹아 들어 퇴폐적인 마녀의 음악처럼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놀라운 인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에고라핀의 지난 앨범 [merry merry](2004)에서는 무슨 일인지 ‘에고라핀스러운’ 음악들의 부재로, 팬들의 아쉬움은 예정된 코스처럼 ‘도리스 월드’로 직행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제 2의 에고라핀’이 아니라 확연히 다른 도리스 월드! 세련된 멜로디 메이킹과 가벼운 듯 하지만 감칠맛 나는 목소리, 독과 꽃과 사랑이 공존하는 절묘한 가사, 지극히 자연스러운 빅밴드의 밸런스들은 도리스 월드의 세계관이 확실히 담겨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3중으로 겹쳐진 원모양의 불꽃놀이를 뜻하는 ‘야에신’과 누군가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 같은 일주일을 테마로 한 ‘너의 빛깔 달력’, 한 남자를 향한 두 여자의 결투를 표현해본 ‘캣 플뢰레’는 초속스윙과 삼바의 절묘함이 착착 감기는 트랙이다. 발랄한 인트로에서부터 이어지는 메이저 첫번째 데뷔 싱글 ‘마리포사(나비)’와 어쿠스틱 기타의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는 ‘귓불’, 여자들끼리의 수다생활을 귀여운 가사로 표현한 ‘그래도 친구, 그러니까 친구’, 바람피우는 연인에 대한 리얼한 묘사에 매력적인 고음처리가 돋보이는 ‘사랑의 폴리그래프’는 완벽한 도리스표 스윙! 단번에 스페인 거리의 악사가 떠오른다. 두 번째 싱글이자 TBS드라마 '더러워진 혀'의 주제가로 사용되기도 한 '살갖의 틈', 현악기의 연주가 외로운 짝사랑의 아련함을 더 북돋워주는 '핸들로 키스한 날', 관엽식물 스파티필럼의 꽃말에서 떠오른 '오른손의 반지와 파티필럼'은 쉬운 듯하지만 따라 부르기 힘든 그녀의 매력적인 음색 때문에 더욱 절절함을 자아내는데, 장난꾸러기 같은 하와이안의 향기가 들려오는 '예습. 복습. In bathroom'과 ‘눈 깜박임’까지 지나고 나면 시크릿 트랙에서의 깜짝 믹스는 도리스 월드의 이색적인 면모를 한껏 업그레이드 시킨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일러스트레이터 Yuka Maeda의 모든 아트워크와 아름다운 뮤직비디오들 또한 도리스의 음악에 채색효과를 덧입혀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듯 하다.
이 가냘프지만 혼신의 힘을 만개해 완성한 도리스의 집시 스윙 넘버들은 사랑하는 당신과의 데이트건 혼자 벽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소파에 기댄 것처럼, 따뜻한 홍차와 시원한 맥주사이를 넘나드는 폭신한 음악이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리는 당신의 일상에 상큼한 공기를 감싸 안는 알싸한 감각을 되찾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