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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rico Pieranunzi - Racconti Mediterranei (24K Gold CD)
이태리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평가 받고 있는 엔리코 피에란눈치의 걸작!!
세계 최초 디지팩 디자인! 초도한정 1500매 영구보존용 골드디스크로 제작.

재즈 팬과 클래식 팬 아니 모든 음악 팬들을 아우르는 이탈리아 서정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음악!
아직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존재를 모른다면, [Racconti Mediterranei]는 분명 만족스런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게다. 이 안에는 연주자들의 차분한 속내와 진지한 대화가 있고, 그 주변은 물빛 어린 이탈리아의 서정으로 가득하다. -김현준 (재즈비평가)

이태리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평가 받고 있는 엔리코 피에란눈치의 대표작품으로 빌 에반스의 충실한 계승자이자 미셀 페트루치아니, 띠에리 랑 등의 뮤지션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그만의 탐미적인 리리시즘과 독창적이며 현악적인 피아니즘이 빛을 발하는 명연을 선보이고 있다. 마크 존슨(베이스), 가브리엘 미라바시(클라리넷)의 독특한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된 본 작품은 마치 한편의 클래식 소품을 감상하는 듯한 우아한 이미지와 유러피안 재즈만의 탐미적인 진행이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많은 평론가들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 받음과 동시에 그의 앨범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이중 그의 솔로 작품으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피아니즘이 돋보이는 명곡 ‘Un'alba Dipinta Sui Muri’와 최근까지 FM방송을 통해 꾸준히 소개되어왔던 발라드 트랙 ‘Les Amants'는 이미 첫 트랙을 듣는 순간 누구든지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중독성을 가진 곡으로 국내외 많은 재즈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명곡이다. (Jazziz 매거진 독자선정 앨범)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존재를 각인시킨 아름다운 앨범 한 장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재즈 팬들의 관심이 새롭게 집중된 곳은 바로 유럽이었다. ECM이나 엔자(Enja) 같은 독일 레이블의 음악은 그 이전부터 큰 사랑을 받아 왔지만, 뒤늦게 새로 인식하게 된 것이 바로 북유럽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재즈였다. 우리의 감성에 부합하는 작품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과대포장된 음악이 무리한 홍보 문구와 함께 세인들의 귀를 현혹하는 일도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의 애정을 이끌어낸 유럽 음악인 중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들이 여럿 된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피아노에 대한 대중들의 확고한 지지가 큰 몫을 했겠지만, 이들이 겸비한 낭만적인 서정성과 화려한 테크닉은 재즈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풍성한 음악적 배경과 역사에 대한 경외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얘기가 이쯤 되면, 많은 사람들은 스테파노 볼라니(Stefano Bollani)나 죠반니 미라바시(Giovanni Mirabassi) 같은 젊은 피아니스트를 먼저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래도록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노장 죠르지오 가슬리니(Giorgio Gaslini)와, 노년을 앞두고 음악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엔리코 피에라눈치(Enrico Pieranunzi)를 빼놓고 오늘날 이탈리아의 재즈를, 나아가 유럽의 재즈를 얘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1949년 로마에서 태어난 엔리코 피에라눈치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아버지 덕에 어린시절부터 재즈의 아름다움을 전수받으며 자랐다. 19세에 프로 연주자로 데뷔했고 1975년부터 자신의 밴드를 이끌며 활동을 전개했다. 대체로 1980년대 중반까지는 스타일을 정립하기 위한 모색기로 보인다. 많은 매체들은 그를 빌 에반스(Bill Evans)의 연장선상에서 인식했는데, 1980년대 이후 그가 선보인 연주는 비로소 모던 재즈의 명인들이 이룩한 성과를 뛰어넘었고 그만의 독창적인 미학이 완성기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유럽의 상당수 연주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엔리코 피에라눈치 역시 미국 출신의 여러 연주자들과 협연하며 재즈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몰두했다. 쟈니 그리핀(Johnny Griffin)이나 쳇 베이커(Chet Baker), 아트 파머(Art Farmer) 등의 관악기 연주자들과 많은 연주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공간미의 가치와 의미를 깨달은 것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결과적으로 엔리코 피에라눈치는 대기만성형의 음악인이랄 수 있다. 물론 그가 1980년대 초반에 남긴 연주도 그 자체로 나무랄 데 없지만, 솔로이스트이자 작곡가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것은 1990년대이며, 2000년대 들어 진정한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적절하겠다. 최근 들어 그의 작품을 제작해온 레이블은 이탈리아의 에게아(EGEA)와 캠재즈(CamJazz), 그리고 네덜란드의 챌린지(Challenge) 등이다. 참으로 대단하다 싶은 것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작품 중엔 단 하나의 졸작도 없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리더작이 아니라 해도 그의 이름이 들어간 작품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믿음직한 음악성을 보여주었다. 10여 년 전에 완성된 음악성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클리셰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고, 비록 획기적이거나 참신한 시도로 우리를 자극하지 않더라도 들을 때마다 그의 연주는 적잖은 감동과 만족감을 안겨준다.

엔리코 피에라눈치가 재즈 팬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난히 돋보이는 작곡 실력과 탄탄한 연주력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를 감싼 서정성도 매우 깊다. 그러나 가장 큰 강점은, 치밀하고 예리한 구성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결코 듣는 이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컨대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Keith Jarrett)과 그를 비교해 보자. 일반 대중과 재즈 마니아가 기억하는 키스 재릿의 음악은 분명 큰 편차를 보여주지만,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그것은 절대 다수의 음악 팬들에게 일관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키스 재릿이 이른바 ‘가진 자의 카리스마’로 우리를 압도한다면,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연주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듣는 이가 편히 마주할 정도의 친밀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키스 재릿에게는 경원이라 할 만한 그 무엇이 자리한다. 하지만 엔리코 피에라눈치가 곁에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한결 편할 것 같다.

국내에서 처음 라이선스로 출시되는 [Racconti Mediterranei]는 위에서 언급한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수작이다. 2000년에 녹음된 이 작품은 몇 년 전부터 재즈 팬들 사이에서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앞서 말한대로 그는 뛰어난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탈리아 민요의 직설적이고 감상적인 낭만과 클래식 음악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시작과 동시에 귓전을 파고드는 인상적인 멜로디가 서정성을 동원하며 앨범 한 가득 넘쳐흐른다. 사실 작곡 하나만 가지고도 그의 음악성을 관찰하는 것은 꽤 흥미롭다. 물론 스탠더드 곡도 즐겨 연주하지만, 이미 200곡 가까운 창작곡을 발표한 그는 아직도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이는 그의 최근작들을 들어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곡들을 곁에서 충실히 소화해낸 동료 연주자들의 면면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965년, 에게아 레이블의 거점인 페루지아에서 태어난 클라리네티스트 가브리엘레 미라바시(Gabriele Mirabassi)는 톤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재즈보다 클래식 음악에 더 어울린다. 모던 재즈가 융성했던 과거의 기준으로는 일견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이 또한 이탈리아의 재즈가 지닌 강점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게 타당하겠다. 실제로 그의 활동은 어느 한 장르에 머물지 않고 전방위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리고 베이스를 맡은 인물은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미국 출신의 마크 존슨(Marc Johnson). 빌 에반스의 마지막 베이시스트로 명성을 떨쳤고 이미 여러 리더작을 발표한 음악인이지만, 어느 자리에서든 제 몫을 충실히 하며 리더의 음악적 지향을 완벽히 소화하는 인물로 정평 나 있다. 드러머 조이 배런(Joey Baron)이 참여한 엔리코 피에라눈치 트리오의 일원으로 특히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피아니스트와 함께 한 지도 어느새 20년이 다 됐다.

프로듀서 안토니오 미세나(Antonio Miscena)가 주도하는 에게아의 음악은 일견 재즈와 클래식의 중간 그 어디에 머무는 듯하다. 하지만 많은 작품을 접할수록, 에게아의 앨범들은 지중해와 연해 있는 이탈리아의 정서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에 담긴 곡들은 엔리코 피에라눈치가 1990년대 말을 전후해 만든 비교적 최근의 대표곡들이다. 그리고 에게아에서 발표된 그의 앨범들은 캠재즈나 챌린지와 달리 모두 그의 작곡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이 또한 에게아의 제작 의도와 부합하는 결과라 하겠다. 다른 레이블의 작품들을 통해서는 스탠더드나 미국 출신 음악인의 영향을 받아 작곡된 예전의 곡들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그의 음악에서 작곡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는 것은 이 피아니스트의 진가를 알아채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에게아의 작품들이 진정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연주하든 발표하는 작품마다 그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 수 있다면, 재즈 연주자로서 그보다 더 큰 성과와 축복이 어디 있을까. 혹시라도 아직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존재를 모른다면, 는 분명 만족스런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게다. 이 안에는 연주자들의 차분한 속내와 진지한 대화가 있고, 그 주변은 물빛 어린 이탈리아의 서정으로 가득하다.

[글 : 김현준 (재즈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