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머리 스코어 (Primary S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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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밀레니엄 음악 스타일 PRIMARY SCORE (프라이머리 스코어)
2006년 프라이머리 스쿨 (Primary Skool)로 데뷔 앨범을 발매 하여, 음악 세계의 동시대적 정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존 힙합의 경계를 확장시킨, 2006년 한국 Urban 씬이 기록한 가장 중요한 앨범이자, 2006년 힙합 계의 필청 음반을 발표한 그들이 돌아왔다……
관능적인 소울-재즈 힙합 프로젝트 프라이머리 스코어는 시대적 트렌드의 중심에 서있다. 국내의 키비(Kebee), 콰이엇(The Quiett) 같은 다른 아티스트들이 그러했고 프라이머리 스코어도 엄청난 과장을 떠나 멋진 새 앨범 [First Step]를 창조해냈다. 그러나 이들의 이번 앨범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굉장히 전형적인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프라이머리(최동훈)와 스코어(이관)로 이루어진 힙합 듀오 프라이머리 스코어는 로맨틱한 멜로디와 첨단의 편성 법을 조합해 섹시하고도 그윽한 울림의 그루브를 창조해낸다.
루츠(The Roots)의 [Game Theory] 앨범이 이전 앨범에 대한 강력한 2탄과 “동일”하듯이 프라이머리 스쿨(Primary Skool)의 진보적인 프로젝트인 이들의 데뷔 앨범도 그러하다. 프라이머리 스쿨의 핵심 멤버 두 명이 만든 동일한 밴드라고 규정지을 수 있지만 그 “동일함”이 정말 멋지고 창조적이고 흥분되는 것이라면 누가 신경 쓰는가?
프라이머리 스코어는 모든 멋진 그룹들이 그렇듯이 스물 다섯 살의 젊은 나이로 알려져 있다. 이 두 명의 멤버는 프로듀서와 작곡자로 2000년대 음악계에 발을 처음 들여놓았다. 프라이머리 스쿨로 데뷔하기 전에 하드코어 힙합 비트메이커(프로듀서)로서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평판을 쌓았고, 다이나믹 듀오 1집을 비롯한 힙합 앨범의 작. 편곡 및 빅딜 레이블에서 발매한 힙합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절친한 인연으로 데드피(Dead'P)와 피 타입(P Type)의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결과물은 놀라웠다. 다방면에 걸친 활동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이들은 국내 힙합 씬의 영웅이 된다. 하나의 멋진 작업으로 이를 전환점 삼아 이 듀오는 음악 씬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티스트로 포지션의 전환을 이루게 된다.
이 듀오가 핵심 멤버이자 프로듀서, 송라이터로 참여한 2005년 작이자 프라이머리 스쿨의 데뷔 앨범인 [Step Under the Metro]는 진보적인 힙합의 과거의 미래가 동시에 담긴, 국내 힙합의 경계를 한 단계 확장시킨 중요한 작품으로 남았다. 코카인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다는 [Step Under the Metro]는 리더 프라이머리의 책임 아래 다이나믹 듀오, 가리온, TBNY, 피타입(P-Type), 데드 피(Dead’ P), 진보(Jinbo), 각나그네, 리듬버스(Rhymebus), 키비(Kebee), 콰이엇(The Quiett) 등 한국 힙합의 가장 중요한 뮤지션들과 싱어송라이터들, 여기에 플룻, 바이올린, 브라스 연주 세션 등이 만들어 내는 19곡의 노래들을 담은 2006년 힙합 계의 필청 반 이었다. 꿈꾸는 듯한 그루브와 환상적인 음악은 프라이머리 스쿨의 음악을 힙합 매니아들의 필수 진정제로 만들었다.
무수히 많은 게스트가 참여했기 때문에 라이브 공연은 어떨까(?)라는 건 상상밖에 할 수 없었다. 분명 그 많은 사람이 한 스테이지에 동시에 선다면 분명히 엄청난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사실들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이 듀오가 시끄럽게 뽐내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당시의 메인스트림 음악과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었던 정제되지 않은 조용한 폭풍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극히 감성적인 앨범을 발매했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이제 프라이머리 스코어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앨범인 [First Step]에서는 조금 더 따뜻한 방향으로의 진보를 보여주는 듯하다. 소울과 재즈, 심지어 아프리카 음악의 뿌리까지 엿볼 수 있는 영역에까지 발을 들여 놓음 으로서 프라이머리 스쿨로 쌓아놓은 이력을 단숨에 넘어서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불과 2년 만에 음악에 대한 자신들의 시각 변화를 완벽하게 반영한 사운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들이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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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리 스코어 앨범의 송 라이팅은 이 듀오가 분담했는데 프라이머리와 스코어가 모든 작곡을 맡았다. 이 듀오가 음악과 어레인지먼트를 담당했고 각자가 믹스에 영향을 주며 스튜디오 작업으로 맞물려 들어갔다.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도끼(Dok2), 디제이 프리즈(DJ Friz), 버벌 진트(Verbal Jint), TBNY, 션이슬로우(Sean2slow) 등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여 이 앨범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으며, 가수 서지영이 참여한 “No Way”와 같은 곡에서는 여러분이 전에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것들로부터의 사운드도 포함되어 있다. 프라이머리 스쿨시절에도 그랬지만 이 앨범의 수록 곡들은 즉시 귀에 들어오면서도 처음 듣는 듯한 신선한 감정의 음표를 연속적으로 배열한 것만 같은 탁월한 연주로 이루어져있다.
우선 황홀한 소리의 악센트를 가진 “Street Dancer (with: 김지석, 배선용)”는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앨범의 색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곡으로 전체적으로 흑인음악의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다층적인 음악접목을 시도한 일관성 있고 정말 몇 안 되는 최고의 연주를 들려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곡인 “A Four Eyes(Primary solo)”는 프라이머리의 기타 연주 속에 디제이 프리즈(DJ Friz)의 스크레치가 적재적소에 파고들면서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프라이머리랑 상당한 친분이 있는 빅딜레이블의 프로듀서 마일드비츠가 함께 한 “City Soul”(with Dok2, Simon Dominic, Mild Beats)은 도끼의 과장되며 허스키한 랩에 사이먼 도미닉의 보컬 후렴구가 멋진 곡으로 강한 랩과 흐릿한 리듬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앨범에서 또한 특별하게 부각되는 곡을 꼽으라면 “First Step (with Sean2slow, 배선용)”이 있다. 이 곡은 자신의 앨범은 없지만 피처링으로 유명한 션이슬로우의 그 특유의 명인 급 랩핑과 배선용의 트럼펫 소리가 멋지게 어울리는 곡으로 그 유명한 커먼(Common)의 [Like Water for Chocolate] 앨범을 포스트 밀레니엄 스타일로 재창조 해 내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도 흑인음악의 뿌리에 영감을 얻은 멜로디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베테랑 조력자의 참여도 너무나 훌륭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앨범이 이전 [Step Under the Metro] 앨범으로 탄생한 멤버의 일체감과 서로의 신뢰감, 이들의 방향성의 구체화가 이끌어낸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물은 그런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탁월하며 설명이 필요 없는 뭔가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프라이머리 스쿨 때와는 다른 소울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음악으로 승부하는 힙합 앨범이면서 랩보다는 노래에 초점을 맞춘 대중적인 앨범이기도 하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탁월한 작곡 능력과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그루브의 향연은 이 앨범의 수준을 올해 최고의 힙합 앨범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글: 권범준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