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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Stephen Schwartz) - Wicked (위키드)

토니상 3개 부문 석권한 브로드웨이 최대의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레코딩!

그래미 "베스트 뮤지컬 쇼 앨범" 부문 수상!
[이집트의 왕자]의 스티븐 슈왈츠 작곡의 트랙들이 새롭게 해석된 "오즈의 마법사"로 안내한다


익숙한 고전을 뒤집어 보는 재미 - 뮤지컬 위키드(Wicked) (가제)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태풍에 실려 ‘오즈’로 날아온 캔사스 소녀 - 도로시. 그녀는 자신과 함께 날아온 집에 그만 동쪽 마녀가 깔려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초록색 피부의 못된 서쪽 마녀는 여동생인 동쪽 마녀의 복수를 다짐하지만 도로시는 다행스럽게도 착한 남쪽 마녀의 도움을 받게 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나선다. 노란 벽돌을 따라 떠난 여행길, 도로시는 두뇌 없는 허수아비, 용기 없는 사자, 심장 없는 양철인간을 만난다.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렵사리 찾은 마법사의 성, 그러나 무엇이든 해 줄 것이라던 ‘오즈의 마법사’는 서쪽 마녀를 없애야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일행을 돌려보낸다. 우여곡절 끝에 서쪽 마녀를 물리친 도로시 일행은 다시 마법사를 찾아와 각자의 소원을 얻으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사실 도로시와 마찬가지로 기구를 타고 날아온 평범한 발명가에 불과했다. 실망하는 일행들에게 마법사는 그러나 나쁜 마녀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허수아비는 지혜를, 사자는 용맹스러움을, 양철인간은 뜨거운 희생정신을 보여주었다며 모두 원하는 것을 이미 갖고 있다고 일깨워준다. 홀로 남겨진 도로시, 하지만 착한 마녀는 도로시가 신고 있는 죽은 서쪽 마녀의 마법 구두가 그녀를 고향으로 돌려 보내줄 것이라 가르쳐준다. 도로시는 동화 같은 나라 - 오즈를 떠나 캔사스의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 줄거리다. 볼수록 귀엽다는 1940~50년대 최고의 뮤지컬 스타 ‘주디 갈란드’가 타이틀 롤을 맡아 영화 한 가득 매력이 뿜어내 화제가 됐다. 서양에서는 연말이면 신문 방송에서 최고의 영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뮤지컬 영화의 고전이다.
그러나 과연 도로시가 본 것이 오즈의 모든 것일까? 자매의 죽음을 목격한 서쪽 마녀의 분노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사람들을 속이고 살고 있는 별 볼일 없는 과학자인 ‘오즈의 마법사’는 과연 용서받는 것이 정당한가? 2003년, 원작과는 다른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된 별난 내용의 뮤지컬 한편이 브로드웨이를 강타했다. 제목은 ‘위키드(Wicked)’. 숨겨진 오즈의 마녀들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기괴한’ 혹은 ‘괴상한’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제목으로 정한 셈이다.
잘 알려진 유명 영화의 내용을 180˚ 뒤집어 본다는 이 기발한 발상의 뮤지컬은 원래 소설로 세상에 등장했었다. 바로 그레고리 맥과이어(Gregory Maguire)가 1995년 발표해 베스트셀러가 된 ‘위키드: 괴상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Wicked: The Life and Times of the Wicked witch of the West)’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기상천외한 발상의 전환을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것은 바로 스테판 슈왈츠(Stephan Swartz)이다. 디즈니 만화영화 ‘포카혼타스(Pocahontas)’나 ‘노틀담의 꼽추(The Hunchback of Notre Dame)’에서 알란 멘켄(Alan Menken)과 함께 작업했던 그는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가스펠(Godspell)’이나 ‘피핀(Pippin)’의 제작자로도 유명하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그는 작곡과 작사를 맡아 대중의 흥행 감각을 읽어내는 변함없는 실력을 선보였다.
오리지널 무대에서 뮤지컬 ‘위키드’의 가장 큰 재미는 주연을 맡은 두 여배우의 명연기에 있다. 착한 마녀 글린다 역으로 등장하는 크리스틴 체노웨스(Kristin Chenoweth)는 지난 1999년 ‘찰리 브라운, 당신은 좋은 사람(You're a good man, Charlie Brown)’으로 이미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연기파 여배우이다. 공주병 환자 같은 말투에 매순간 재기가 넘치는 대사 그리고 특히 높은 음역대도 마다않는 가창력은 가히 정상급 뮤지컬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선보인다. 한편, 초록 마녀 엘파바로 나오는 아이디나 맨젤(Idina Menzel)은 국내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뮤지컬 ‘렌트(Rent)’에서 늘씬한 미녀 모린 역으로 오리지널 캐스팅된 실력파 여배우다. ‘위키드’는 2004년 토니상 수상식에서 주요 부분의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특히 ‘위키드’의 여배우들은 두 명 모두 동시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그중 아이디나 맨젤이 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위키드’는 1,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자면 170억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로도 화제를 모았었다. 입체적인 무대와 미술적인 완성도는 대작 뮤지컬의 기본인 화려한 볼거리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을 만하다. 일부 비평가들은 평이한 안무를 문제 삼기도 했지만, ‘위키드’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 좋다는 가족 뮤지컬적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이어가 세계 상업 극장가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이룩하고 있다. 사실 극 자체로서뿐 아니라 극장 곳곳에 관객들을 배려한 여러 세련된 디자인들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아쉬움이 없는데, 예를 들자면 브로드웨이의 극장 입구에 써 있는 “조심 운전 혹은 비행하세요(Safe driving(or flying))!”라는 문구도 그렇다. 물론 마녀들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빗대 재치 있게 표현한 홍보문구인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람들을 환상의 마법 세계에서 머물게 하려는 제작진의 친절한 배려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뮤지컬 ‘위키드’의 인기는 단지 미국에서 뿐만이 아니다. 대서양 건너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가나 호주 버전의 공연도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비영어 문화권 중에는 일본 공연도 있다. 2007년 6월 막을 올린 극단 시키(四季)의 일본어 버전 공연은 공연 한 달 만에 반년치 예매 입장권이 일찌감치 동이 나는 흥행몰이에 성공하기도 했다. 동경 시오도메 시오사이트에 위치한 덴츠 시키 씨어터를 찾아가 보면 극장 주변이 온통 초록색의 ‘위키드’ 관련 상점들로 가득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 글린다 역으로는 누마다 미유키, 엘파바 역으로는 하마다 메구미가 참여해 정상급 가창력과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때 우리 무대에서도 잘 알려진 원작을 각색한 작품들이 등장한 적이 있다. 흥부의 시각이 아닌 놀부의 입장에서 본 ‘놀부뎐’이나 아예 놀이극 형식의 극중극으로 재구성한 ‘대박’같은 작품이 비근한 사례다. 심청이를 무조건 효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정치적 상황에 맞춰 재해석해보는 마당놀이는 이해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식상한 원작에 새로운 재미를 보태주는 역할을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도 좋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이리저리 비틀어 다시 새 생명력을 얻게 만드는 것은 문화산업, 특히 라이브 공연을 통해 매번 극을 재구성하는 뮤지컬 산업에서나 관측 가능한 재미있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음반은 ‘위키드’의 오리지널 캐스트들의 노래를 담고 있다. 비록 이제는 더 이상 직접 무대에서 만날 수 없지만 오리지널 캐스트인 크리스틴 체노위스나 아이디나 멘젤의 노래와 연기를 ‘소리’를 통해서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뮤지컬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 넘버인 ‘중력을 넘어서(Defying Gravity)’는 몇 번만 반복해 들어보면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수려한 멜로디를 담고 있어 주목되지만, 글린다가 룸메이트가 된 엘파바를 여성스럽게 치장해주며 부르는 노래 ‘인기(Popularity)’나 엘파바와 파이에로(나중에 허수아비가 되는 인물로 글린다, 엘파바와 함께 사랑의 삼각관계를 이룬다)의 노래 ‘당신이 내 마음에 있는 한(As long as you're mine)’도 무대를 떠올리며 듣다보면 진한 뒷맛이 남는다.
뮤지컬 평론가로서 이번 음반의 국내 발매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겁지만, 특히 우리 고전의 재해석을 꿈꾸는 문화 관계자들에게는 좋은 연구 대상이자 벤치마킹의 견본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반갑다. 세계 상업 극장가의 최신 트렌드를 직접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