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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on Faulkner - Hand Built By Robots
잭 존슨에 대한 영국의 대답, 21살의 천재 싱어 송라이터 뉴턴 포크너의 데뷔 앨범

데뷔앨범 한 장으로 “영국의 잭 존슨”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영국 남동부 출신의 스물한 살 싱어 송라이터 뉴턴 포크너는 기타 하나로 리듬을 지배하고 재기를 발휘해 빛나는 멜로디를 들려준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앨범 차트를 재패한 그는 열세 살에 독학으로 기타를 배운 후 유명한 ‘Academy of Contemporary Music’에서 수학했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의 조용한 읊조림에서부터 힘찬 태핑까지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연주의 기량을 자랑한다.

“싱글의 나열이 아니라 흐름을 가진 앨범”이라며 열 일곱 곡을 빽빽하게 채운 의욕의 데뷔작에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빛나는 첫 싱글 “Dream Catch Me”, 매시브 어택의 히트곡 “Teardrop”등 순수한 열정의 창작물이 가득 담겨있다.

“어쿠스틱, 펑키, 펀….” 다섯 개의 단어로 자신의 음악을 표현해보라는 주문에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확신없는 말줄임이 아니라 뭐가 더 있겠느냐는 간결한 반문이었다. “싱글의 나열이 아니라 흐름을 가진 앨범”이라며 빽빽하게 열일곱 곡을 채운 의욕의 데뷔작을 소개하는 젊은 남자의 말은 옳았다. 어쩌면 앨범을 듣기 전부터, 앨범에 수록된 곡 하나만으로 명백했다. 영국 서리(Surrey, 잉글랜드 남동부) 출신의 스물한 살(1985년생) 싱어 송라이터 뉴턴 포크너(본명 Sam Newton Battenberg Faulkner)는 기타(acoustic) 하나로 리듬(funky)을 지배하고 재기(fun)를 발휘해 ‘Teardrop’의 지분을 설득력있게 확보했다.

‘Teardrop’은 잘 알려진 대로 [Mezzanine](1998)에 수록된 매시브 어택의 히트곡이다. 하지만 9년이 흐른 이제는 콕토 트윈스의 보컬 엘리자베스 프레이저(Liz Fraser)가 마법을 부르는 주문처럼 노래하던 곡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기타를 둘러맨 한 겁없는 신인 하나가 이 명곡을 가장 간결한 방법으로 환기시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청년은 기타 하나로 복원했다. 매시브 어택의 심장과도 같은 리듬은 손으로 해결했다. 별 것이 아니었을까, 정말 별 것이었을까. 그는 그저 기타의 외장을 두드릴 뿐이었다. 남자는 물량을 투자한 거창한 확장이나 전복적인 변주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9년을 거슬러 온 2007년의 ‘Teardrop’은 원래의 미학과 예상 밖의 작고 경제적인 아이디어가 결합해 여전하고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

뉴턴 포크너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매시브 어택에 대한 트리뷰트 이전부터였다. 일체의 프로모션 없이 지난해 발표한 작은 앨범 [Full Fat](2006), 즉 ‘I Need Something’을 포함해 네 곡을 담고 있는 EP는 발빠른 웹의 흐름을 타고 아마존 싱글 차트 1위에 도달했다. 이어 두 번째 EP [UFO](2006)가 나오자 반응은 완전히 뚜렷해졌다. 대규모 레이블 소니비엠지가 계약서를 들고 그를 찾아왔다. 싸인을 한 시점부터 5개월 동안 초조해져 곡을 못 써서 고전했다고 늦게 고백했지만, 어쨌든 밖에서는 한참 난리가 났다. 2000년 혹은 2001년도 쯤으로 추정되는, 연도를 확인할 길 없는 과거의 습작들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앨범이 나왔다. 7월에 발표한 [Hand Built By Robots]는 현재(9월 첫째 주) UK 앨범 차트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는 리듬과 재기를 장착한 그의 어쿠스틱 기타가 거둔 승리의 기록들이다. 일찍부터 화제의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연주에서 찾을 수 있다. 아, 노래 잘하는 것은 물론 기본이다. 그는 기타를 무척 잘 다룬다. 데뷔 앨범의 두 번째 트랙 ‘To The Light’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예로, 그에게 기타는 현악기 이상의 구실을 해 별도의 장비 없이 타악기로 변환되는 순간이 쉽게 목격된다. 단순히 누르고 스치는 일반적인 용례가 아니라 어루만지고 어르고 때로는 농담을 섞어 대화하다가 어느 순간 때리듯, 그렇게 기타를 살아있는 생명으로 대우하며 악기를 다스린다. 스스로 “기타로 자장가에서부터 폭력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I Need Something’ ‘All I Got’ ‘Dream Catch Me’ 같은 서정적인 모던록이나 ‘Lullaby’ 같은 조용한 읊조림이 주종목인 가운데 ‘UFO’에서 보여주는 태핑(tapping)은 기타 멤버를 구하는 미완의 메틀 밴드들이 기꺼이 전기 기타를 걸어주고 합류를 권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화려하다.

어쿠스틱 기타로 앨범 차트를 재패한 그를 두고 한 언론은 ‘잭 존슨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라고 말한다. 한편 ‘케이티 턴스털에 대한 젊은 남자의 대답’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동시대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 뮤지션과 동급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명분은 오랜 연마로부터 나온다. 열세 살에 독학으로 기타를 배운 후 심화 학습을 위해 ‘Academy of Contemporary Music’에서 수학했다. 록과 팝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이 유명한 학원에서 그는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게 된다. “내 음악 인생을 둘로 쪼갠다면 절반은 가족과 함께 조니 미첼을 듣고 톰 웨이츠를 흠모하던 시절이다. 남은 절반은 그 이후 아카데미에서 에릭(Eric Roche)을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서른일곱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그로부터 거의 모든 것을 배웠다.”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 일본 출신의 한 프로듀서를 언급하기도 한다. “코넬리우스(Cornelius)는 정말 기괴한 뮤지션이다. 진짜 많이 들었다.”

많이 듣고 많이 배우는 동안 그는 새롭되 안정감을 주는 음악을 창출했다. 첫 번째 앨범 [Hand Built By Robots]이 다양한 스타일을 담고 있고 음악적인 유머가 음률 사이사이로 숨어 있지만 가볍거나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악기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부터 나오는지도 모른다. 어쿠스틱 기타를 단조롭되 서정적인 선율을 대변하는 악기로 놔두지 않는 한편, 그는 적절한 순간 악기의 인식화된 본질에 정석으로 접근한다(“나는 원래 심각한 사람이다. 동시에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일련의 세팅과 복잡한 전선 없이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무리 없이 모던록을 구사하고(‘Teardrop’) 근원에 대한 호기심으로 블루스의 전통을 엿보는가 하면(‘She’s Got The Time’),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연주의 기량을 자랑하다가도(‘To The Light’ ‘UFO’) 마지막 시점에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의 본연에 충실했다(‘Lullaby’).

뉴턴 포크너의 ‘어쿠스틱, 펑키, 펀’과 가장 정확하게 대면하는 길은 당연히 공연이다. 썩 좋지 않은 여러 가지 여건과 처지로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는 그의 공연은 팬이 캠으로 찍은 조악한 화질과 그리 훌륭하지 않은 사운드만으로 뉴턴의 음악이 얼마나 동적인지를 앨범 이상으로 느낄 수 있다. 손바닥 만한 작은 화면 속의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즐기는 웃기는(비아냥 아님) 젊은 남자다. 어쿠스틱 기타 뮤지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치렁치렁한 드레드 머리를 하고, 언젠가는 스폰지밥 흉내를 내며 무대에 섰던 그는 투어하면서 주로 곡을 쓴다. 사람들을 들썩이게 하고 자신도 몸을 흔드는 동안, 사람들과 스스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뉴턴 포크너는 방에서보다 길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 뮤지션일 것이다. 이는 길이 아닌 방에서 듣는 음악만으로 어렵지 않은 짐작이다.

[글: 이민희(매거진 프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