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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 - Time After Time (MMJazz Choice Jazz Stan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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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감상의 첫발자국, 재즈 스탠더드 ...
국내 유일의 월간 재즈 전문지 MMJAZZ 창간 5주년을 맞이하여 기획한 매우 특별한 컨셉의 음반으로 지난 5년간 독자들의 앙케이트를 바탕으로 선곡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33곡의 재즈 스탠더드를 2장의 음반에 수록하였다. 클로드 윌리암스, 에디 히긴스, 하롤드 마번, 뉴욕 트리오, 바니 윌랑, 아 취셉 등 최근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너스 레이블의 뮤지션들이 참가한 본 작품은 재즈의 초심자에서부터 애호가들에 이르기까지 가장 즐겨 들어왔던 재즈의 고전들을 아무런 부담 없이 그리고 놀랍도록 선명한 음질로 접할 수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재즈 스탠더드
한국인이 사랑한다는 대표적인 스탠더드 곡들을 모아놓은 'MMJAZZ CHOICE'는 여러모로 스탠더드 곡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앨범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연주의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친숙함, 익숙함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각 연주들은 테마가 되는 주 멜로디에 많은 변형을 가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다른 어느 연주들 보다 테마의 인식에 용이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테마에서 아기자기하게 펼쳐나가는 즉흥 연주의 경우도 지나친 확장이나 파격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진행을 보인다. 그래서 즉흥 연주부분에서도 상당한 멜로디 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그러므로 감상자는 즉흥 연주라는 강박이전에 마치 노래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먼저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것은 상당수의 연주가 피아노 트리오를 비롯해 단촐한 편성으로 연주된다는 것과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악기의 수가 많을수록 편곡이나 연주의 진행에서 복잡함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피함으로서 보다 더 여유로운 감상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단순하게 재즈를 처음 듣는 감상자들만을 위한 것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이미 재즈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만의 관점을 가진 애호가들에게도 관심을 끌 만한 앨범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이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면모를 보면 이해가 가능한데,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리 코니츠를 비롯해 열정에서 푸근한 여유로 돌아선 아치 셉 같은 색소포니스트도 자리 잡고 있다. 명징하고 냉철한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스티브 쿤, 다시 젊음을 되찾은 듯한 싱그러움을 느끼게 하는 에디 히긴즈, 훌륭한 솔로 연주자이자 조력자이기도한 케니 베론 같은 피아노 연주자들까지 인정받은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가 엄선되어 있다.
게다가 단순히 이들의 연주를 되는 대로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레이블 고유의 음악적 색깔을 지닌 비너스(Venus) 레이블의 음원으로 꾸며졌기에, 상이한 연주자들의 상이한 곡들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가 한 연주자의 정규 앨범과도 같은 일관된 분위기와 하나의 흐름이 느껴진다는 것도 이 앨범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모음집에서는 유명 연주자의 곡들을 분위기와 상관없이 시대 순으로 연결해 이어 들을 경우 균형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 쉬웠는데 이번 앨범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선곡에 들인 정성도 있겠지만 비너스라는 레이블이 지닌 고유의 색이 그만큼 강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앨범을 통해 비너스라는 레이블의 전체 색을 가늠해볼 수도 있겠다. 게다가 비너스 레이블이 해상도 높은 음질로도 유명한 만큼 보다 더 명징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몇 장의 초기 비너스의 음원과 비교해 볼 때 리마스터링을 통해 상당한 음질 향상이 가능해 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에서 필자는 스탠더드 곡은 연주되지 않은 악보상태로서의 의미가 강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실제 감상이나 연주에 있어 절대적이진 않지만 기준이 되는 연주가 저마다 존재한다. 이는 대부분 재즈 연주로 처음 들은 곡이 연주의 완성도를 떠나 개인만의 스탠더드 중의 스탠더드가 되는데, 마일스 데이비스와 캐논볼 애덜리가 함께 연주한 ‘Autumn Leaves’를 처음 들었다면 그 연주가 바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후 다른 연주자들이 연주한 곡을감상할 때 이 기준이 되는 곡과 비교하면서 그 차이를 찾아나간다면 어느새 테마를 매우 함축적으로 생략한 연주를 들어도 금방 그 곡이 어떤 곡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스윙부터 프리나 아방가르드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조들을 가로지르는 전반적인 재즈 감상이 자연스럽게 가능하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당신 앞에 CD가 있다. 이 앨범을 통해 당신만의 스탠더드 중의 스탠더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여기서 출발해 또 다른 스탠더드 연주를 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 이제 남은 것은 아무런 강박관념이나 편견 없이 편안하게 감상하는 것만 남았다. 만약 당신만의 스탠더드가 이미 존재한다면 그것과 이 앨범의 연주들을 차분히 비교하는 감상을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글 : 최규용 재즈 컬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