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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 - Toto XX / 1977-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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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그룹의 초기 미발표곡과 데모곡, 그리고 희귀한 라이브 트랙들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이 앨범은 편집 음반이다. 그러나 보통 이런 류의 편집 음반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을 선입견으로 가지고 들어봐도 꽤 괜찮은 음반이다. 일단 제프 포카로가 라이브트랙을 제외한 모든 곡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흐뭇한 생각을 갖게 한다. 그의 힘이 있으면서도 재즈적인 어프로치의 드러밍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이 앨범은 신곡은 아니지만 오히려 제프 포카로가 다시 밴드에 가입해 새롭게 만든 곡들처럼 오래 전에 녹음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의 깔끔함과 작곡의 현대적인 기교는 이들이 확실히 앞서가는 음악을 한 그룹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고 있다.
키보디스트 데이빗 페이치(David Paich)가 엘튼 존을 생각하며 만든 발라드 곡 Right part of me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가장 큰 곡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곡은 데이빗의 아버지이자 지휘자로 유명한 마티 페이치(Marty Paich)와 영화음악가로 유명한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가 공동으로 편곡하여 음악적인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그리고 앨범의 중반부에 일렬로 나열되어 있는 3곡 Mrs. Johnson, Miss sun, Love is a man's world는 그들의 데뷔 시절에 녹음된 작품들로 초기 토토의 음악에서 들을 수 있었던 크로스오버적인 감성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특히 Love is a man's world에서 들려주는 스티브 루카서의 기타는 세월을 뛰어넘는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하다(이 음악을 들으면 이들이 한창 디스코가 유행인 시절에 데뷔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 행해진 라이브에서 커트 된 10분 여의 대곡으로 변한 Africa 역시 신선함을 주는 트랙이다.
전체적으로 앨범이 라이브가 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집 음반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끄러운 구성을 하고 있음을 느낄 때 우리는 토토의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갖게 한다. 앨범이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일 정도로 음악 팬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토토의 이번 새 앨범이 그들에게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도 이전처럼 부드러움 속에서도 강렬한 인상이 남는 그런 음악으로 변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