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 House Ses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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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커(Casker),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 D-Guru, 로맨틱 카우치(Romantic Couch), Demicat 등이 참여한 올 여름 최고의 Remix Session!!
많은 사람들이 음반 시장의 몰락을 걱정하지만, 그보다 심각한 몰락은 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던 한국 전자 음악 신의 몰락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이 국산 전자 음악을 시도해왔으나 빈약한 지지기반과, 산업적 정체는 전자 음악이 한국 음악 시장에 뿌리조차 내릴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내놓았던 음반은 홍보 부족으로, 유통망의 동맥경화로, 혹은 레이블의 운영난으로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둔하게' 음악을 계속 해온 아티스트들은 제각기 가내수공업 레이블을 통해, 혹은 인터넷으로 무료로 음원을 배포하며, 몇몇은 해외로 나가 호사스러운 찬사를 받으며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키워갔다. 그다지 알아주는 이 없는 가운데, 적적하게 국산 전자 음악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았던 그들의 음악은 이제 한국 전자 음악이 어느 기점까지 왔음을 알리고 있다.
한국 전자 음악이 휘모리처럼 두근거리는 이 순간에, House Sessions라는 컴필레이션이 발매된 것은 차라리 한 전조다. 여름의 풍경 한 조각을 동그란 CD 안에 캡쳐해온 듯한 사운드들이 게으른 여름을 들썩이게 만든다. 모든 곡들이 8월의 해변으로 떠나는 차안에서 듣기에 최적인데, 이제까지 Ministry of Sound의 에센셜 믹스(Essential Mix)시리즈나 Hed Kandi 시리즈를 들어왔던 자리를 대신할만하다. '굳이 해외의 사운드로 여름을 치장하지 않아도 될 법하다'라 단언할 수 있는 이 house sessions 컴필레이션은 최근 한국 전자 음악 신 흐름의 폭발적인 붐엄이 이제 코앞에까지 닥쳤음을 알리는 포고문이나 다름없다.
캐스커(Casker), Dawn,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 로맨틱 카우치(Romantic Couch), DEMICAT, Oriental Funk stew & Oliview Desmet, Dguru, DJ 4th(일본 DJ-프로듀서로 Dguru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수록되었다), 하우스룰즈(House Rulez), Lowprofile, Hoolaloops, Cocoon, Kid-B, BYMSKI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DJ들과 프로듀서들이 폭넓게 참여했다. 음악적 완결성을 치밀하게 연결짓고 방점 찍는 이들의 결과물은 그저 '대단하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켜나간 암흑기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큰 발전을 이루어왔는지를 시위하는 듯하다. 적적한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음악을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치장하는 동시에, 표현하고 싶은 것을 오롯이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 그들이 청자의 귀를 잡아끌며 '이제 국산 전자 음악만 듣고 살아도 돼!'라고 외치는 듯하다. 굳이 끌려가지 않아도 끌리게 되는 완성도를 갖춘 곡들이지만 말이다.
한 음악 장르가 작은 시장에서 문화로서 붐업되려면 '천재'가 하나 나타나야 한다. 힙합 문화를 들여와 (자신은 비록 다른 길로 갔으나) 힙합 음악과 문화가 이 땅에 성행하게 한 서태지가 그랬듯이 말이다. 자신의 음악적인 색채를 흔들림 없이 주장하고, 그의 음악적 주장이 잘 담긴 새로운 음악의 의도가 상업적이지 않지만 결국 보편적 대중의 귀를 잘 파고드는, 지나가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감성에까지 영향을 줄만한 그런 곡을 완성도 있게 척척 뽑아내는 천재 말이다. 단 한 명의 '천재'를 통해 그 동안 부각되지 못했던 아티스트들이 재평가 받을 기회를 갖고 더욱 왕성하게 활동할 계기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 전자 음악 신이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실상 그런 천재의 재림을 통한 붐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우스라는 한 장르로 국내의 천재 후보들을 모두 모은 house sessions 컴필레이션은 곧, 그런 천재가 나타나 한국 전자 음악 신이 메이저 문화로 도약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전자 음악을 발표하고 함께 즐기게 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다름이 아니다. 천재를 기다리는 그 변화는 휘모리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빠르게 뛰더라도 손을 꼭 쥐고 기다려볼 만 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