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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emical Brothers - We Are The Night

그래미 어워즈 총 3개 부문 수상, 전세계 1200만장의 앨범 판매고, 4장의 UK 앨범 차트 No.1 기록!
15년간 일렉트로니카 씬의 최정상을 지켜온 케미컬 브라더스 2007년 새 앨범 [We Are The Night]

무수히 많은 것이 창조되는 밤의 이미지를 형상해낸 황홀한 판타지의 세계!

2007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금요일 헤드라이너!

90년대 중, 후반 전세계를 일렉트로니카의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일렉트로닉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의 6번째 정규 앨범이 발매된다. 빅 비트(Big Beat)의 창시자로, 모타운의 고전부터 아메리칸 소울, 힙합, 영국의 뉴웨이브, 맨체스터 사운드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융합하여 그들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로 발전시켜온 이들은 일렉트로닉 뮤직계 최고의 아티스트라는 평가와 더불어 가장 창조적인 예술가로 칭송 받고 있다.

매번 최고의 앨범을 발표해온 이들은, 소울 싱어송라이터 Ali Love의 재치있는 보컬과 미니멀한 신디사이저 리듬이 주도하는 첫 싱글 <Do It Again>, 전형적인 애시드 하우스 파티를 위한 곡 <We Are The Night>, 최근 영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밴드 Klaxons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All Right Reversed>, 심장 박동수를 상승시키는 빅 비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Saturate>, 케미컬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돋보이는 곡 <The Salmon Dance>,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너무나 아름다운 트랙 <The Pills Won't Help You Now> 등 총12트랙의 ‘모던 싸이키델리아’를 표방하는,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자,
밝은 눈을 얻게 될 것이라. (형제서 1장 1절)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를 바라보는 당신의 심경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첫 번째로는 무관심한 경우인데 이 경우는 논외로 하고, 관심을 가진 경우에는 다시 두 가지 상황이 벌어진다. 사상 최고가를 갱신 중인 주식시장에 이미 발을 담가두었다는 안도감에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경우이거나 폭등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자신은 소외되어 있다는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경우이거나. 돈의 문제로 직결된 주가처럼 기쁨과 탄식이 드러나게 교차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얼마 전 우리집에 놀러온 조카에게 내가 가진 음반들 가운데 추천해주고 싶은 것을 죽 들려주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삼촌은 이거 다 이때 나왔을 때 들으셨어요?"라고 물어보았다. U2의 「Rattle And Hum」이나 Nirvana의 「In Utero」, Massive Attack의 「Mezzanine」, Teenage Fanclub의「Howdy」, 언니네 이발관의「비둘기는 하늘의 쥐」등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모두 그런 것 같아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럼"이라고 대답해주었다.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조카의 얼굴에서 '부럽다'는 표정이 스쳤다.

음악의 역사에서나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전성기를 장식하는 위대한 앨범을 실시간으로 듣는 다는 것은 최고가 주식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안도감 이상의 흥분과 감동을 전해준다. 시간이 흐른 뒤에 역사적 명반으로 접하는 것은 이미 화석화된 박제를 만지작거리는 것에 불과하다. 내가 아무리 비틀즈의 음악을 좋아해도 그 당시에 함께 환호했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앨범의 주인공 케미컬 브라더스의 시작에서부터 현재까지 리얼타임으로 이들의 앨범을 들어온 것을 무척 다행스럽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정말 끝내주는 친구들이다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케미컬 브라더스의 존재감은 얼터너티브 씬에서 너바나(Nirvana)와 펄잼(Pearl Jam)에 못지 않다. 그리 스마트하게 보이지 않는 두 청년, 뉴 오더(New Order)와 스미스(The Smiths)를 동경했다던 에드 사이먼즈(Ed Simons)와 톰 롤랜즈(Tom Rowlands)가 맨체스터 대학에서 만난 것이 케미컬 브라더스의 시작이었다. 밴드의 이름을 더스트 브라더스(Dust Brothers)로 짓고 각종 파티에서 디제잉 작업을 벌여가던 중에 1992년에 자신들이 직접 500장으로 찍어낸 첫 싱글 ‘Song To The Siren’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들은 본격적으로 더스트 브라더스라는 타이틀로 전업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미 그들에게는 레프트필드(Leftfield), 프로디지(Prodigy), 샬라탄즈(The Charlatans)와 같은 쟁쟁한 뮤지션들이 리믹스 작업을 맡길 정도로 실력을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내가 처음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을 접한 것은 PC 통신이 유행하던 시절 하이텔의 메탈동아리 내의 모던록 소모임 음악감상회를 통해서였다. 1996년으로 기억하는데 이들의 히트 싱글 가운데 하나인 'Leave Home'으로 나와 케미컬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이나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관심은 나의 음악적 관심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연하게도 일렉트로니카의 빅뱅이 일어났던 1997년, 해외에서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그야말로 일렉트로니카의 자기장에 완전히 노출되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1997년에 발표된 이들의 두 번째 앨범 「Dig Your Own Hole」은 프로디지의 앨범과 함께 빌보드 차트를 강타했고, 곧 전 세계에 일렉트로니카의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탓이다. HMV나 타워레코드와 같은 대형 음반 매장에서 'Block Rockin' Beat'와 같은 곡을 들으면서 일렉트로니카 앨범 코너를 뒤적이는 날이 연속되었다. 이들은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댄스와 록의 조화를 꿈꾸던 맨체스터 사운드의 비전을 계승한 듀오가 전혀 새로운 방식의 네오 사이키델리아의 세계를 펼쳐보인 것이다. 그것이 케미컬 브라더스의 세계의 시작이었다. 여러분의 손에 놓인 「We Are The Night」도 그 세계에 속한 것이다.

음반 데뷔 15년에 이르는 동안 케미컬 브라더스는 겨우 여섯 장의 앨범을 발표했을 정도로 다작과는 거리가 먼 밴드이다. 그러나 그 결과물에 있어서는 언제나 최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중들이 앨범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을지언정 그저 그런 범작이란 이들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찾을 수 없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야 그저 그들이 쉼 없이 베풀어온 은혜에 감사할 따름이다. 여섯 번째 앨범 「We Are The Night」도 전작들이 그랬듯이 감상자에게 충만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앨범은 이들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영혼을 비즈니스 마인드와 거래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이 앨범도 끝내준다

There's No Path To Follow, 뒤따를 만한 길이 없음을 말하면서 간접적으로 결국 스스로가 선구자가 되어야 하는 운명임을 드러내는 오프닝 트랙격인 'No Path To Follow'를 지나서 앨범타이틀과 동명의 곡인 'We Are The Night'에서부터 심장의 박동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애시드 하우스 파티를 위한 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기존의 케미컬 사운드처럼 휘몰아치는 비트와 질주감을 느낄 수는 없어 실망스러운 곡처럼 보이기도 한다. 맞다. 이 곡은 오히려 스틸 화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케미컬의 팬이라면 이 스틸 화면만으로도 이들과 함께 해온 15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분30초쯤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수퍼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듯한 화려한 색채감이 느껴지는 효과는 대단하다. U2의 보노가 즐겨 쓰는 스타일의 허밍 멜로디의 매력도 특기할 만 하다. 스스로를 '밝은 눈을 가진 어둠'이라고 칭하는 케미컬 브라더스를 이보다 잘 드러내는 곡은 없을 것이다.

이후의 곡에서는 적지 않은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특기할만한 것은 주로 거장들과의 협연을 즐겨왔던 케미컬 브라더스가 이번에는 비교적 신인급 뮤지션들과 작업했다는 것이다. 올해 스톤 로지즈와 해피 먼데이즈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은 데뷔 앨범을 발표한 영국 밴드, Klaxons와 함께 만든 'All Right Reversed'는 'Setting Sun'이래로 케미컬 브라더스가 지속해온 댄스록의 신버전으로 팬들에게는 익숙한 스타일의 곡이다. 하우스인줄 알았더니 소울 뮤직으로 판명된 첫 싱글 'Do It Again'는 역시 영국에서 엄청난 이슈를 연출했던 소울 싱어 송라이터 Ali Love가 참여했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The Pills Won't Help You Now'에는 텍사스 출신의 록 밴드로 미국에서보다는 유럽에서 더 인기가 높은 신인 밴드 Midlake가 참여했다. 사실 유명세와는 관계없이 지금까지 케미컬 브라더스와 게스트 뮤지션의 협연은 언제나 최상의 효과를 위한 연출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신인 게스트가 대거 기용된 이번 앨범에서도 이런 연출은 확실히 성공적이다. 

물론 게스트가 없는 오리지널 작품들도 뛰어나다. 에이펙스 트윈이 리믹스한 디페시 모드와 같은 느낌을 주는 'Die Spiegel'이나 지금까지 스타트 라인에서의 흥분에서 시작되어 질주하고야 마는 육상선수 스타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제는 수퍼카를 타고 질주하는 느낌을 주는 'Burst Generator', 인더스트리얼적인 무드를 풍기더니 그보다 더 거슬러 80년대의 무드로 다이빙하는 듯한 'A Modern Midnight Conversation' 등은 케미컬 브라더스의 앨범에서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곡들이다. 

이 앨범, 진짜 끝내준다

1999년에에 발표된 디제이 믹스 앨범「Brothers Gonna Work It Out」에서 보여주었듯이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적 레퍼런스는 모타운(Motown)의 고전에서부터 아메리칸 소울, 힙합, 영국의 뉴웨이브, 맨체스터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따라서 이런 레퍼런스 사운드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아무래도 이들의 음악듣기가 더욱 재미있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렇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이들 듀오가 더욱 장난꾸러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트랙의 인트로에서 슬쩍 힌트를 주었다가 그것을 뒤집는 변화무쌍한 전개를 보여주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첫 싱글인 'Do It Again'에서는 인트로에서는 전형적인 하우스 스타일을 펼칠 것처럼 시작했다가 전혀 다른 방향의 소울 뮤직으로 선회하는 식이다. 들여다볼수록 재미있는 앨범이다.

케미컬 브라더스가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아니 음악계 전체에서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의 재능을 타협 없이 이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뮤지션들이 몇몇 있다. Radiohead도 그렇고, Manic Street Preachers도 그렇고, Primal Scream이 그렇다. 이들은 도대체 전성기라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매번 최고의 앨범을 발표해오고 있다. 이들의 앨범에서는 살과 뼈가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지평을 스스로 개척해가며 넓혀가는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음악이다. 이런 태도에 재능이 더해졌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이들의 작업결과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케미컬 브라더스는 진짜 아티스트이고 이 앨범은 역시 아트이다.

당신도 끝내주는가?

마지막으로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불평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해 두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 앨범이 2007년 케미컬 브라더스의 일태도(一太刀, 한 번 내리치는 칼에 혼신을 다 해 베는 마음가짐)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이 앨범이 과거처럼 빅히트 할 수 있을지, 얼마나 달콤한 매력을 가졌는지에 모여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것인데 아마 'Block Rockin' Beat'과 같은 수퍼 싱글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번 앨범이 좀 심심하게 들릴 것이다. 사실이다. 이번 앨범은 좀 심심하다. 사운드와 리듬은 평이하고, 특별하게 굴곡 있는 드라마틱한 감정의 곡선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이들에게 밥상 차려서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은 말랑말랑한 멜로디의 록 발라드를 만들어내는 밴드들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케미컬 브라더스 정도의 레벨에 오르면 감상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다. 이 앨범을 듣는 동안,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비로소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이 들릴 것이다. 이 앨범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들리는 음악을 그저 듣기만 한다면 그저 스냅샷과 같은 인상만이 기억될 뿐이다. 진정한 감동은 감상하는 사람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이는 생겨나지 않는다. 그때의 감동이란 세상을 꽉 채운 것과 같은 '충만한 기운'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렇게 멋진 앨범을 들으면서 '충만한 기운'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혹시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제발 음악이 후져서 그래, 라는 말은 피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부족한 것은 음악이 아니라 감상자의 상상력이니까. 물론 그런 사람이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마지막 트랙 'The Pills Won't Help You Now' 때문에라도 가끔씩 이 앨범을 꺼내볼 것이다. 사실 이 마지막 곡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과 같다(감정을 조절하는 신경계통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낮에 일어난 일은 역사가 되고 영웅을 만들어내지만 밤에 일어난 일은 야사로 회자되면서 전설로 남는다. '우리는 어둠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케미컬 브라더스는 기꺼이 스타로 남기보다는 전설로 남기를 선택한 자들이다.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겨우 6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스타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전설로 남기를 선택한 이들이 활동하는 어둠은 이성보다는 패토스(Pathos)에 의해서 지배되는 세계이다. 모든 것이 선명해 보이는 낮에 비해서 밤에는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도 그렇다. 이들의 음악을 이루고 있는 소스들의 대부분은 생활에서 익숙해진 소음들이다. 그러나 만들어낸 세계는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현실적인 접근, 이성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한 형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느낌이 우선하는 추상적인 세계이다. 따라서 빛의 세계에서 사용하던 음악의 기준을 이들의 음악에 들이대면 그저 어처구니없는 음악으로 들릴 수도 있다. 이 세계에는 이 세계 나름대로의 통용되는 느낌이 있다. 그것으로부터 이 앨범을 시작해야만 당신의 판타지도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글 / 이일환 (souly co-ope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