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Sophie Mutter (안네 소피 무터)
|
84년 카라얀과의 사계에 이은 무터의 두 번째 사계. 별다른 화제를 모으지 못했던 전작에 비하여 트론드하임 솔로이스트와 함께 한 신보는 연주 뿐 아니라 앨범 재킷에서 내지에 이르기까지 개성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더욱 즐거운 사실은 무터의 연주가 담고 있는 독특함은 이러한 음악 외적인 요인들과 더불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낸다는 것이었다.
이 음반에서 독주와 각 성부는 대등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독주 선율이 등장하여도 다른 파트가 더 앞으로 나와있기도 하며,반주 악기들이 들려주는 세밀한 표현은 손에 잡힐 듯한 움직임으로 음악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통주 저음의 강조와 지속적 표현은 독특한 억양으로 인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며,강한 집중력과 대비가 큰 전환,결이 거친 비브라토의 사용으로 얻어지는 독특한 표현은 현대 악기로 연주되는 사계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사계는 다양한 색채의 삶의 찬미라는 독주자의 말과 같이 이 음반은 색채감으로 가득하다. 봄 3악장에서 통주 저음의 지속적 강조가 주는 색채감이나, 여름 1악장의 고즈넉함과 격렬함의 집중력 넘치는 대비, 2악장의 까칠한 저현이 주는 시각적 연상은 무터가 바라보는 사계를 구체적으로 나타내어 준다. 시각적 표현을 위해 삐걱거리며 어슬픈 모습을 보이는 바이올린으로 보아 이 연주에서 무터는 음악적 아름다움의 표현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가을의 1악장만을 듣는 다면 투박한 억양이 불만으로 다가올수도 있겠지만 이어 등장하는 자의적이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셈여림의 다양한 변화와 2악자으이 손에 잡힐 듯한 쳄발로, 3악장에서의 거친 보잉이 주는 입체감과 경쾌함의 다양한 조화로운 표현이 이를 보상해 준다. 겨울의 1악장 역시 까칠한 현으로 시작되는데 겹음 트레몰로의 살아있는듯한 생생한 통주 저음의 강조가 주는 이미지와 2악장의 소박한 음새고가 동그런 마무리의 피치카토가 주는 독특한 표현 역시 하나의 심상을 만들어 낸다.
드라마틱하고 색채적인 이 음반은 안네 소피 무터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여줄것이며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갈수록 깊어져만 가는 대단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