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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Cornell - Carry On

그런지 시대의 유일한 헤비메탈 단독자, 前 사운드 가든, 오디오슬레이브의 보컬 Chris Cornell (크리스 코넬). 얼터너티브, 메탈, 어쿠스틱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대망의 솔로 2집 [Carry On]!

그런지와 메탈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탁월한 보이스로 90년대를 풍미했던 前 사운드 가든의 보컬 크리스 코넬!

대중친화적인 첫 싱글 ‘Arms Around Your Love’,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의 삽입곡 ‘You Know My Name’, 마이클 잭슨의 명곡 ‘Billy Jean’의 리메이크 넘버 등 총 15곡의 록 넘버 수록!


Chris Cornell [Carry On](2007)
그런지 시대에 유일했던 메탈 단독자의 찬란한 성취

역사적으로 탁월한 성취를 다른 탁월한 성취들과 비교해야만 그 성취의 형식과 질감을 온전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교해서 드러나는 특성에 바탕을 둔 진술은 결국 이쪽과 저쪽의 상대성만을 엮어낼 뿐, 한 사물의 고유한 본질을 적극적으로 규명할 순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교에 의한 진술이 말짱 오류인 것은 아니겠지만, 사물의 보편성과 법칙성을 설명하고, 그 결과로서 그것의 근본적 개별성을 기술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1990년대에 그런지 관련한 밴드들을 논하면서, 너바나(Nirvana)라는 기점을 언급하지 않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기점이란 말 그대로 하나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형성했다는 의미일 텐데, 이것을 거치지 않고 그 시대의 휘황했던 풍경을 데생하기란 불가능의 동의어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너바나라는 거대한 우산의 외곽에서 저 자신만의 음악적 대지를 건설한 밴드들은 있었던 것이어서 이른바 너바나를 포함해 ‘그런지 빅 5’라 칭할 수 있을 펄 잼(Pearl Jam),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그리고 사운드가든(Soundgarden) 등이 바로 그 주인공 그룹들이다.

이들 중 사운드가든은 지향성 면에서 펑크에 기반한 그런지와는 완연히 다른 음악 세계를 선보여 그들만의 리그를 그려낸 공동체다. 물론 이 다섯 밴드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것 자체가 무리일 만큼 모두들 제 각각의 목소리를 자랑했지만, 사운드가든은 펑크 특유의 거침없는 하이킥보다는 메탈 본연의 정돈된 연주를 선호했던 그런지 시대의 유일한 헤비 메탈 단독자였다. 우리가 사운드가든을 타자들과 비교해 논의하지 않고, 그 자체로서 평가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운드가든이 그처럼 메탈 공동체로서 우뚝 설 수 있었던 주동인으로 보컬리스트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목소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 코넬은 자신의 절규를 통해 당시 엑스 세대의 감수성을 대변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통제된 절규였고, 그래서 기품을 잃지 않고 시대를 가를 수 있었다. 메탈이라는 장르의 형식미학을 준수하면서도 가끔씩 그것에서 일탈하는 다채로움을 선보여 팬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지와 메탈의 환상적인 이중주가 그렇듯 그들의 음악 속에서 공존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에 발표되는 그의 본 솔로 2집 [Carry On](2007)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로 다소는 다른 패턴의 음악성을 들려줬던 그가 사운드가든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그런지와 메탈의 조화로운 이상향을 완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사운드가든의 레퍼토리를 꿰고 있는 팬이라면 음반의 첫 곡 ‘No Such Thing’에서 터져 나오는 기타 리프를 듣자마자 기쁨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는 그가 오디오슬레이브와 결별하면서 던졌던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융화되기 힘들었다”라는 언급에서도 잘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오디오슬레이브와 베스트 앙상블을 굴삭하지 못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이러한 독립적 유턴은 일견 정상적인 과정으로 읽히기도 한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크리스 코넬이 이번 신보를 통해 자신이 지향했던 음악을 마음껏 풀어내고 있다는 점인데, 이어지는 ‘Poison Eye’를 통해서도 그만의 독자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앨범의 첫 싱글로 간택된 ‘Arms Around Your Love’는 음반 내에서 가장 친숙한 대중성을 습합하고 있는 넘버. 예전에는 잔뜩 긴장된 톤으로 불렀을 라인의 고개들을 능숙하게 넘어가는 대목에서 이제는 그의 목소리에 세월의 이끼가 내려앉았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록 대가의 노래 부르기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증하고 있는 곡으로 MTV가 [22명의 위대한 목소리들](22 Greatest Voices in Music)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에서 괜히 그를 포함시킨 것이 아님을 더불어 깨달을 수 있다.

이 지점 이후부터 크리스 코넬은 갑자기 톤 다운의 미덕을 시범하기 시작한다. 소리의 늘어짐과 조여짐의 사이에서 자신의 음악적 줄다리기를 균형 잡는 ‘Safe And Sound’, 아예 어쿠스틱 악기를 도입해 컨트리 곡조를 실험한 ‘She’ll Never Be Your Man’ 등이 이를 증명해주는 곡들이다. 또한 ‘Ghosts’, ‘Killing Birds’ 등을 통해서도 한층 힘을 뺀 그의 현재상을 만끽할 수 있는데, 목가적인 사운드스펙트럼이 특장인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Billie Jean’은 짐작했듯 마이클 잭슨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넘버. 원곡에서 리듬의 근간을 거세한 뒤, 템포를 한껏 느리게 가져간 그라인드 스타일로 자신만의 독창적 시각을 담아냈다. 비유하자면 원작을 햇볕에서 말려 뼈대만을 추려내고 여기에 최소한의 살점만을 붙인 것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들으면 크리스 코넬 오리지널로 착각할 수 있을 만큼 그 간극이 굉장히 넓다.

이 외에 컨트리에 경사된 그의 지금 취향을 다시 한번 대변하는 ‘Finally Forever’, 찬가 형식의 스케일 송 ‘Silence’, 레드 제플린풍의 정통 하드 록 ‘Your Soul Forever’ 등을 담고 있는 본작은 크리스 코넬의 음악적 외연이 다시 한번 팽창의 꿈을 꾸고 있음을 증좌하는 지표종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007 카지노 로얄]에 수록되었던 ‘You Know My Name’까지 수록하고 있어 양적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음반. 이를 통해 그런지 시대에 거의 유일했던 헤비 메탈 단독자가 음악적으로 도태되지 않고 끊임없이 유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 코넬은 그런지라는 거대한 유산이 우리에게 남긴 희대의 아이콘이자 헤비 메탈과 얼터너티브의 사이에서 생존권을 획득한 위대한 예외였다. 자연스레 그 성골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있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반가울 음반이며 이와 동시에 앞으로 더욱 단출해질 그의 음악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 양가적 감정마저 소구하고 있다. 얼터너티브와 메탈, 어쿠스틱이라는 서로 다른 질료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소리샘 안에서 질서잡혀질 수 있는 것임을 본작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글, 배순탁(greattak@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