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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rina Caselli - Primavera

이태리를 여행할 때마다 그곳의 레코드숍에 들리게 되면 소년시절에 즐겨 들었던 이태리 Canzone 음반을 찾게된다. 그러나 우리가 국내의 레코드숍에서 1970년대 가요음반을 구경하기 어려운 것처럼, 1970년대 이태리 음반들도 그들의 시장에서 좀처럼 쉽게 구할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이태리 RCA와 Fonit Cetra 레코드사를 통해서 Italian Graffiti 씨리즈라는 이름으로 1960년대 70년대의 대표적인 Canzone들을 종합한 음반들이 발매되어 표면적이긴 하지만 20여 년 전의 주옥과 같은 이태리 깐쏘네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는 상황이다.

이태리 언어는 거의 그대로 발음하기 때문에 가사를 따라 부르기가 쉽고, 그들의 음악은 우리들의 감성과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1960년대와 1970년대까지 적지 않은 국내 가수들이 이태리 Canzone를 번안해서 불러주기도 했다. 펄시스터즈가 불렀던 '첫사랑...(원곡은 Cuore Matto/Litte Tony)'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Nada, Nicola di Bari, Nico Fidenco, Gigliola Cinquetti, Gianni Morandi, Mina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들이 떠오른다. 그 중에 이번 국내 라이센스로 소개되는 Caterina Caselli라는 여성가수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이태리 Top 가수 중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여성 가수일 것이다.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그녀의 대활약은 5차례의 산레모 가요제 출전으로도 쉽게 납득이 간다.

Caterina Caselli...! 그녀의 화려한 경력만큼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방대한 자료로 남아있다. Mina, Milva, Patty Bravo 등의 다른 여성 가수들처럼 아마 몇 권의 단행본으로 만들어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짧은 해설지에서는 그녀의 과거 경력보다는 [Primavera]라는 그녀의 이색작품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1946년 4월 10일 Modena의 Sassuolo에서 태어난 그녀는 16세의 나이로 1963년 Castrocaro Festival에서 데뷔했고, 1964년 'Ti Telefono Tutte Le Sere'라는 곡으로 레코드 데뷔했다. 그 다음해에 Cantagiro에 출전했으며 1966년에는 제16회 산레모 가요제에 참가했고 데뷔앨범 [Caterina Meets the We Five]를 발표했다. Mina처럼 그녀도 타고난 미모 때문에 영화에도 캐스팅되었다.

그 이후 그녀는 네 차례나 산레모 가요제에 출전했고,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가장 눈부신 활약을 했었다. 초창기 그녀의 히트 싱글들은 대부분 외국곡들을 이태리어로 번안한 곡들이었으며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캐나다 그리고 루마니아를 비롯한 몇몇 공산국가들과 남미 국가들에서 그녀의 싱글들과 앨범이 발매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그녀의 [Primavvera]가 발매됨으로써 그녀의 작품을 발매한 한국은 16번째 외국 국가가 된 셈이다.

조곡 형태로 이루어진 본작 [Primavera]는 Caterina Caselli가 발표한 수많은 앨범 중에 Progressive Music과 접목된 유일한 작품이며 이색작이다. 당시 Progressive Rock의 황금기에 강하게 영향을 받아 많은 Pop 그룹들과 아티스트들이 Progressive Music을 행하는 기이한 현상이 이태리 음악계에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아티스트들의 대열 속에 당당히 Caterina Caselli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가 이러한 대열에 끼게 된 것은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녀가 소속된, 그녀의 남편이 경영하는 CGD 레코드사는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앞장섰던 대표적인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바로 이 CGD라는 소규모 레코드사를 통해서 그녀의 음악일생에 영원히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남아있다. 당시, 전세계를 강타한 유류파동으로 인하여 그녀의 이색작은 제작의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재료의 결핍으로 말미암아 이상한 음반들이 생산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음반에 빛을 투영시키게 되면 이 음반은 푸른 색으로 변해버린다. 따라서 유류파동 덕으로 이 음반은 더욱 특이한 물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이 해설지를 써내려 가면서 그 화제의 음반을 하얀 형광등에 투시해 본다. 거짓말처럼 검은 음반이 푸르른 빛으로 변해버리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1974년에 발표된 [Primavera]는 전형적인 Italian Progressive Rock 앨범은 결코 아니다. Il Volo의 멤버들이 참여했던 Marcella의 앨범 [L'anima dei Matti]처럼 Caterina Caselli의 본작도 게스트 뮤지션들의 편곡과 연주에 크게 좌우되어 배경음악과 음악적 공간, 즉 주위만 달라졌을 뿐, 주인공인 Caterina Caselli의 목소리는 그녀의 다른 앨범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도 주위 환경이 달라지면 그 분위기에 동요되는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도 이 앨범 속에서는 매우 진지하고 신중하게 들린다.

이태리 화가 Sandro Filipepi Botticelli(1444-1510)의 1478년도 환상적인 그림 "봄"을 앨범커버로 채택한 본작은 해설자가 잠시 진행했던 FM프로그램에서 "금주의 앨범"으로 선정되어 1주 동안 전곡이 방송되었고, 청취자들로부터 커다란 반응을 얻어내었던 작품이었다. 특히, 'Momenti Si Momenti No'와 'Il Magazzino Dei Ricordi'는 이 앨범에서 가장 많은 리퀘스트를 받았던 곡들이며 역시 이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들임에 틀림없다.

첫 곡인 'Primavera'는 모든 생명체가 되살아나는 봄을 상징하듯 여성 코러스와 오케스트라 연주로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있는 짧은 인트로 곡이다. 이 곡은 Quella Vecchia Locanda의 'Forma di...'처럼 조용히 다가와서 강한 감동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 버리는 곡이다.

서곡과 맥을 잇는 전주로 시작, Caterina Caselli의 매력적인 보컬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멜로디를 형성해 가는 두 번째 곡은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Momenti Di, Momenti No'라는 곡으로 이미 국내 팬들에 널리 알려진 곡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 속에서 스트링의 절묘한 연주와 하늘을 찌르는 소프라노-코러스는 우리의 진부한 삶을 생기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 곡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사랑은 모든 것과 함께 존재한다... 그러한 체험 이후에 우리는 홀로 살아간다... 실수는 가장 좋은 체험이 된다... 사랑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 주듯이... 이제 모든 진실은 사라져간다... 용서는 쉽지 않고... 기억을 지우는 일은 보다 더 어렵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괴로워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힘찬 피아노 전주에 이어 역시 화려한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는 아름다운 스트링으로 전개되는 다음 곡 'Desiderare'는 뜨거운 사랑에 대한 노래이다. 다른 깐쏘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사 내용이며 곡 구성도 매우 단순한 곡이다.

앞 곡과 달리 네 번째 곡은 가사 내용과 곡 구성에 있어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Il Magazzino Dei Ricordi'라는 곡이다. 한마디로 우아한 곡이며 고상한 분위기를 연출시키고 있는 곡이다.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새처럼, 이 곡의 멜로디는 서서히 가라앉고 서서히 상승하는 부드러운 곡이다. "어떤 사람은 세상을 지배하면서... 꿈의 세계를 전혀 믿지 않습니다... 커다란 추억의 창고에서 결코 당신이 기억 못하는 사실들이 다가오는군요... 당신은 수많은 공상 속에서, 당신만의 환상을 읽고 들으면서 자라났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지요... 또한 그 사실을 읽을 수 있지요... 당신만의 사랑,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이 꿈꾸면서 날고, 떨어지고 달리고 도착합니다... 영혼은 이상한 암시로써 다가오고 순식간에 그 사실을 알아 버리지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사랑... 이 모든 것은 내가 진정으로 느꼈던 것입니다... 당신만의 사랑,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 당신은 나의 손을 꼭 붙잡고 이 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꿈을 꾸면서..."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다소 무거웠던 멜로디들이 다섯 번째 곡부터는 맑고 가벼운 형태의 리듬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Twin-Acoustic Guitar의 맑고 경쾌한 소리가 'Una Grande Emozione'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지금까지 강세였던 오케스트라가 다소 축소되는 부분이다. 이 곡은 Genesis의 중, 후반기 작품 [And Then There Were Three]를 연상시킨다.

여섯 번째 곡 'Prima Non Sapevo'는 매우 감미로운 곡으로 사랑의 고통을 노래하고 있다; "음악 소리보다 더 강한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픔의 고통이 내 영혼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든다... 당신도 나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사랑의 아픔 후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가곡과도 같은 가요와도 같은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첫 곡은 'Il Delusa'라는 곡으로 전형적인 Canzone를 합창의 웅장함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 곡에서 그녀는 "계절과 사랑은 항상 무언가를 남기고 떠납니다"라는 명언을 남긴다. 잔잔한 Twin-Acoustic Guitar와 스트링 그리고 오버 더빙된 Caterina Caselli의 보컬 그리고 합창으로 이루어진 'Piano Per Non Svegliarti'가 끝나면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달콤한 그녀의 보컬이 흐른다.

'Buio in Paradiso...' 깊은 밤, 전 등을 끄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 곡을 듣게되면 그것이 바로 그녀가 말하는 천국이 아닐까 싶다. 이 곡의 덕택으로, 우리만의 천국에서, 그 동안 지내왔던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을 우리는 맞을 수 있다. "바닷가에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해가 떠오르듯이... 나는 지나온 시간으로 떠나버립니다... 시간은 나에게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이 앨범의 모퉁이에서 "사랑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바로 Caterina Caselli의 'Non Lontani, Noi Vicini'라는 곡에서 앞의 40분 동안 그녀가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었던 진리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