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이생강과 임동창이 만났다. 이들이 만나 이룬 열 한 개의 트랙은 단순한 회고나 건성의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위기에 봉착한 한국음악의 정체성이 얼마만큼 세계와 교호할 수 있는지를 짚어보는, 그러나 즐겁기 그지 없는 한 판의 굿이다. 앨범의 전반부가 세계의 보편적인 음악팬을 위한 선물이라면 우리의 민속음악과 즉흥연주를 담은 앨범의 후반부는 이 앨범의 핵심이자 세계 음악의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질문이다. 특히 '대금-피아노 시나위'로 명명된 일곱 번째 곡은 단순한 실험과 모색의 차원에서 벗어난, 장르와 역사의 경계를 넘어서는 탁월한 이중주이다. 임동창이 건반과 현의 뮤트를 통해 인도하는 남도 길군악의 오채 질 굿 가락의 기기묘묘한 장단과 이를 바탕으로 모든 세속적인 집착에서 벗어나 펼치는 이생강의 도도한 대금은 90년대 한국이 분만한 가장 지극한 음악의 비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