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CM계 출신이면서 팝계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룹이 바로 P.O.D.이다. 이들은 하드코어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는데,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CCM계가 팝과 크로스오버하면서 대중들 속으로 파고 든 것은 꽤 오래 전부터의 일이었지만 이렇게 하드코어 그룹으로써의 CCM 밴드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기록이다.
P.O.D는 1992년 샌디에고에서 리드 보컬 소니 샌도벌(Sonny Sandoval/26살)을 중심으로, 기타의 마코스(Marcos/24살), 베이스 기타리스트 트라(Traa/30살), 드러머 우브(Wuv/26살)로 결성됐다. 'Payable On Death'을 뜻하는 P.O.D는 이미 <Rescue>라는 인디 레이블에서 BROWN, SNUFF THE PUNK, 그리고 LIVE 등 세 장의 앨범을 내놓은 경력이 있으며, 그린 데이(Green Day), 마이티 마이티 보스톤스(Mighty Mighty Bosstones), 키드 록(Kid Rock),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 등과 함께 공연하면서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여 갔다. 그러던 1998년, 메이저 레이블인 <Atlantic>과 레코딩 계약을 체결한 후 작년에 EP 앨범 WARRIORS를 발표하고 드디어 정식 데뷔작을 발표한 것이다.
P.O.D의 본 데뷔 앨범은 미국에서는 작년 8월에 발매됐다. 그리고 9월 11일자 빌보드 히트시커스(Heatseekers) 차트-신인급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차트로 빌보드 팝 앨범 차트에서 100위 바깥에 있는 앨범들의 판매량을 집계해 순위를 매기고 있으며, 100위 안에 진입하면 자동적으로 이 차트에서 없어진다-에 7위로 데뷔했고 올 3월 4일자에서 넘버 원에 올랐다(물론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앨범 차트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러한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팝 앨범 차트에서도 200위권 안에 머물던 차트 포지션은 3월 11일자에는 100권 안으로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음악적으로 P.O.D.의 음악은 앞서 말한 대로 하드코어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다. '크리스천 림프 비즈킷'이라 외지에서 불릴 정도이며, 그 밖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콘(Korn) 등 팝계에서 주름잡는 하드코어 그룹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아서는 온몸을 자극할 정도로 강하지만 내적으로 보아서는 이들의 크리스천 마인드가 담겨진 내용으로 자신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밴드이기도 하다.
각종 음악 전문지에서 이미 우수한 평점을 받았던 본작은 세풀툴라(Sepultura)와 모토헤드(Motorhead) 등과 작업한 바 있는 하워드 벤슨(Howard Benson)이 프로듀서를 맡았고 홀(Hole), 그린 데이(Green Day), 롭 좀비(Rob Zombie) 등과 작업한 바 있는 크리스 로드 앨지(Chris Lord-Alge)가 믹스를 맡고 있다.
총 16트랙중 5트랙의 인터루드(interlude)가 포함되어 있는 본작의 첫 싱글은 이미 메인스트림 록 트랙과 모던 록 트랙 차트에서 히트됐던 Southtown으로 수록곡중 가장 자극적이고 강렬한 하드코어 사운드가 압권을 이루고 있는 베스트 트랙이다. 그 밖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식의 상승식 보컬 래핑이 멋들어진 Hollywood,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으며 흐느적거리는 레게 스타일의 Set your eyes to zion, 트라의 베이스와 마코스의 스래시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이며 두 번째 싱글로 예정되어 있는 매력적인 트랙 Rock the party (off the hook), 소니의 피가 끓는 듯한 용솟음과 래핑이 조화를 이룬 Lie down, 스스로를 '용사(warrior)'로 지칭하며 온 세상의 악당을 물리칠 만한 당당한 기세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한 Tribal warriors, 유투(U2)의 명작 THE JOSHUA TREE('87)에 수록되어 있던 곡을 하드코어적으로리메이크한 Bullet the blue sky 등 썩 괜찮은 트랙들로 채워져 있다.
비록 P.O.D.가 이제 메이저 정식 데뷔 앨범을 낸 신인 밴드이지만, '90년대 초반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는 이들의 파워풀한 사운드와 하드코어 그룹임에도 내실 있고 알찬 내용들로 늦깎이 신인 P.O.D.의 밝은 미래를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