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Cypress Hill - Skull & Bones
|
|
1991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발표한 후 10년이 흘렀다. 이번 앨범에는 데뷔 시절 멤버 비-리얼(B-Real), 센 독(Sen Dog), 디제이 먹스(DJ Muggs)를 비롯 1994년 이후 드러머로 영입된 에릭 보보(Eric Bobo)가 참여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이 앨범에서는 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만날 수 있다.
두 장으로 이루어진 앨범의 첫 번째 장에는 도프(Dope)한 비트를 바탕으로 한 기존의 힙 합 스타일의 유지에 힘썼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이제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랩과 록의 접목을 시도했다는 게 새롭다면 새로울 수 있는 것들이다. 이미 이들은 <롤라펄루자(Lollapalooza)> 페스티벌이나 우드스톡(Woodstock)같은 무대에 선 적이 있고 마약에 관한 가사나 중독성 비트의 로(Raw)한 스타일로 얼터너티브 팬들까지 자신의 휘하에 두고 있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과 같은 그룹과 투어를 진행한 적이 있기 때문에 변화에 당황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번 앨범 역시 디제이 먹스의 <소울 어새신스(Soul Assassins)> 프로덕션 팀이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디제이 먹스의 프로듀싱에 주목할 만한 점은 현(String)의 사용이 전에 비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우 탱 클랜(Wu-Tang Clan)의 그것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또한 Highlife나 Cuban necktie같은 트랙에서는 최근 함께 작업을 진행한 바 있는 트립 합 뮤지션 트리키(Tricky)의 영향마저 느껴진다. 앨범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두 곡 (Rock) Superstar와 (Rap) Superstar 또한 주목할만하다. 같은 곡을 두 가지 느낌으로 녹음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그들의 최대 라디오 히트곡이자 두 번째 앨범 BLACK SUNDAY의 싱글이었던 Insane in the brain 이후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록과 랩 음악을 위주로 하는 각각의 방송국에서도 동반 히트 기록 중이라 더욱 놀랍다. 이 두 곡에는 말 그대로 랩과 록의 슈퍼 스타들의 멘트가 담겨있기도 하다. 내용은 대부분 자신들의 분야에서 성공하기까지의 노력이나 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다. 랩 부분에는 에미넴(Eminem)과 노리에가(Noreaga)가, 록 부분에는 그들의 오랜 친구인 하우스 오브 페인(House of Pain)의 에버라스트(Everlast)와 데프톤스(Deftones)의 치노 모레노(Chino Moreno)가 각각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Bones Disc라 명명된 파트에 수록된 록 성향의 6곡은 여러 뮤지션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졌다. 피어 팩토리(Fear Factory)의 디노 카자레스(Dino Cazarres)와 크리스찬 올드 울버스(Christian Olde Wolbers)가 Get out of my head에 참여했고,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드러머 브래드 윌크(Brad Wilk)가 Can't get the best of me에 참여했다. 또한 센 독의 메탈 프로젝트 밴드 에스엑스-텐(SX-10)이 A man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에릭 보보는 Bones Disc에 포함된 5곡의 드러머로 참여했다. Bones Disc가 낯설게 들리는 오랜 팬들은 Skull Disc를 들으면 될 것이다. 이 디스크에는 -to, -no 같은 각운을 가진 스패니시 형태의 라이밍이 돋보이는 Cuban necktie, 음반산업에 대한 풍자가 담긴 Stank ass hoe, 가장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진 Highlife, 기존의 그룹 스타일과 조금은 다르지만 마약 찬양의 메시지는 여전한 Can I get a hit 등 주목할만한 트랙들이 많다.
음악적인 방향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디제이 먹스는 ‘이 음반은 같은 목적지를 향한 두 가지 경로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하지만 한 목적지를 향하는 두 갈래 길이 있으면 우리는 대부분 당황하기 마련이다. 중간자적 입장은 대부분의 경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보는 시각에 따라 이 앨범은 이 것도 저 것도 아닌 졸작으로 치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앨범에서는 좀 더 방향성 있는 음악으로 무장한 이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