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inia Schonfeld - When We Make Love (초도한정 강앤뮤직 오디오파일 샘플러 Vol.2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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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한 절제미,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힘과 감성을 지닌 목소리의 소유자! 여성 재즈 보컬 악시니아 쉔펠트가 선사하는 궁극(窮極)의 보컬 앨범.
손에 잡힐듯한 현실감 넘치는 고감도 보이스, 숨결까지 전해지는 그윽한 색소폰의 울림.
그녀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가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드 스튜어드의 ‘Have I Told You Lately’를 비롯하여 그녀의 중독성 강한 보이스가 빛을 발하는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The Windmills Of Your Mind’, 그리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해석이 인상적인 ‘Over The Rainbow’ 등이 수록.
192kHz/24Bit DSD(Direct Stream Digital) 리마스터링 오디오 파일용 음반.
사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수많은 예술사조들에 포함되어 있는 장르의 명칭과 정의들은 주지하다시피 일련의 창조적 예술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완성되어 가면서 그 모양새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뒤 혹자들이 그것을 인지하기 쉽게 정의하고 규정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그 예술자체의 본질적인 깊이나 감동을 이해하는 데에 그런 피상적이고 외형적인 분류나 구분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물론 어떠한 면에서 이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조의 역사나 그 전개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한 아티스트가 그간의 경력을 통해 어떠한 스타일을 형성해왔으며 위치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의 단발적이고 개별적인 작품하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감동과 그 작품과 아티스트에 관련된 전체적인 이해와 시각을 견지한 상태에서 해당 작품을 바라보는 것에는 분명 적지 않은 차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 소개할 악시니아 쉔펠트라는 뮤지션의 이름은 우리에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그동안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쌓아온 커리어나 그간의 작품성향에 대해서도 당연히 무지할 수밖에 없다. 단지 필자에게 전해진 자료나 정보는 그녀가 독일에서 태어나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성장하면서 음악적 역량을 키워왔다는 사실 ,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이자 색소포니스트, 플룻등 관악기를 연주하는 중견 재즈 뮤지션 프리드헴 쉔펠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그와 함께 연주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왔다는 것 정도가 그녀에 대해 알려진 정보의 전부이다. 거기에 좀더 덧붙이자면 1990년대 중반부터 악시니아 쉔펠트는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하였고 또 자신의 아버지를 통해 습득하고 이해해온 재즈의 이디엄과 연주 및 접근방식, 그리고 자신의 다양한 개별적인 활동을 통해 얻은 락과 팝 , 펑키와 소울과 같은 흑인 음악적 (Feel)필 , 피아니스트로서 클래식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까지 이르는 폭넓은 음악적 경험을 통해 얻은 다양한 감각을 융화해 자신만의 ID를 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것 정도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음악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재즈밴드를 결성해 연주활동을 전개해온 것 또한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경력사항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쌓아온 그녀의 음악성은 이번에 처음 국내에서 라이선스 발매되는 그녀의 첫 앨범 [When We Make Love]을 통해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When We Make Love]에 담겨있는 두 모녀 뮤지션의 진실된 음악적 대화와 교감.
사실 이번 앨범을 들어보게 되면 알 수 있겠지만, 악시니아 쉔펠트는 상당히 대중적인 컬러의 보이스를 소유하고 있는 보컬리스트이다. 전체적으로 미성이면서 상당히 명확한 음정을 구사하는 그녀의 노래는 시원하게 폭발하는 가창력이나 탁월한 기교에서 비롯되는 스캣 , 성량 및 호홉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심플하면서도 인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보컬리스트임과 동시에 작곡자이자 피아노 연주자로서 그녀의 존재감 또한 주목할만한데, 이는 피아니스트-특히 반주자로서의 능력을 결코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출해내고 있는 첫 발라드 트랙 ‘All I Can Say Is I'm Sorry'에서부터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의 피아노 연주는 자신의 목소리와 함께 앨범 전체에 담겨있는 처연하고 애조 띤 감성을 표현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모든 수록 곡들이 일관된 표정과 모양새를 지니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재즈 앨범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아마도 트랙 하나하나를 따로이 녹음하지 않고 스트레이트하게 전체 녹음과정을 진행한 것 때문일 거라고 짐작되는데, 그럼에도 전체가 결코 단조롭지 않은 것은 각 트랙마다 때론 다소곳하게, 때로는 존재감을 강하게 발산하는 그녀의 아버지 프리드헴 쉔펠트의 관악기-플룻과 알토, 테너색소폰-연주 때문이다. 오랜 기간 다양한 형태의 연주생활을 통해 단련되어온 그의 색소폰 소리와 음색은 두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 곡 ’When We Make Love'의 후반부나 뒤이은 세 번째 ‘Blues of War'의 전형적인 블루스 솔로파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결코 곡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음에도 곡의 모양새 자체를 더욱 훌륭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 또 그 연주력과 톤 또한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녀는 자작곡 이외에 우리에게 익숙한 곡들을 그녀의 개성이 담긴 스타일로 부르고 있는데, 특히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 중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스탠더드 이자 뮤지컬 고전 ’Over The Rainbow' 나 근래에 새로운 앨범을 연이어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거장 뮤지션 밴 모리슨의 옛 명곡 ‘Have I Told You Lately'와 같은 팝의 고전들도 포함하고 있다. 앨범 전체를 통해 이 두 모녀가 함께 시도하고 있는 어프로치는 재즈 팬뿐만 아니라 일반 팝팬들에게도 충분히 사랑 받을만한 보편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결코 식상하거나 천박하지 않은 내추럴한 면모를 온전히 지니고 있다. 그리고 앨범에 담겨 있는 전체 트랙중 가장 업 템포의 리듬을 지니고 있는 콜 포터 원작의 ’Do it Again'은 원곡이 재즈 스탠더드임에도 R&B의 필링을 강하게 담아낸 이색적인 트랙이며, 프랑스 출신의 거장 영화 음악 작곡자이자 뮤지션인 미셸 르그랑의 곡 ’Les Moulins De Mon Cæur' -마지막 트랙에 보너스트랙이자 영문버전으로 수록된 ‘The Windmill of Your mind'의 원 제목-은 원곡이 지니고 있는 우아함에 좀더 발라드한 면모를 부각해 피아노와 플룻, 그리고 보컬의 심플한 편성에도 더없이 잘 어울리는 느낌을 담아내었다. 이렇듯 이 두 모녀가 앨범 전체를 통해 들려주는 10곡의 노래와 연주는 심플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성을 여과 없이 그대로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그 접근 방식은 아주 대중적인 모습을 강하게 띄고 있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접근방식과 이디엄을 제대로 체득하고 있는 뮤지션임과 동시에 지극히 대중적인 감성도 무리 없이 표현해낼 줄 아는 것이 뮤지션의 중요한 미덕이라고 한다면 악시니아 쉔펠트의 음악은 분명 이러한 미덕을 확실히 지니고 있다. 비록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녀의 음악이 그간 어떠한 과정과 변화를 겪어왔는지, 그 모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녀의 작품이 지닌 진면목을 단적으로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악시니아 쉔펠트 그리고 프리드헴 쉔펠트는 이 두 모녀 연주자가 함께 한 앨범 [When We Make Love]은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듣는 사람들을 충분히 감화시킬만한 매력들을 듬뿍 머금고 있다.
-월간 MMJAZZ 기자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