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zo Hayashi - Life As A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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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 아홉, 그의 음악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컬러풀 보사 사운드가 전개하는 成人의 연애담.
「허니와 클로버」, 「두근두근 메모리얼」 애니 OST 의 바로 그 분, 유조 하야시의 작품집 1탄! [Life as a Cinema]
4페이지 고급 디지팩 사양
序文...
신기한 일이다. 21세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는 끊임없이 과거에 관한 열망을 보인다. 비록 이것이 쿨한 것인지 구린 것인지 확고한 대답은 내릴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일본은 스페이스 에이지의 풍요를 경험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다. 소위 말하는 탈아입구의 기치아래 그들은 모든 서구문명을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60년대에 이미 올림픽을 개최했고 다국적 기업의 최전선에 뛰어들었고 비틀즈를 경험했고 수많은 레코드들이 실시간으로 라이센스 되었던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직도 일본은 retro에 관한 외경을 가진 젊은이들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내고 있다. 일례로 우리 비트볼에서 발매했던 마마기타의 경우 60년대에 관해 얼마나 경이로운 플레이백을 실현시켰는지 기억하고 있는 청자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 경이를 이어갈 만한 한 장의 음반이 또 다시 청자제현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름하여 유조 하야시 & 살롱 ‘68(Yuzo Hayashi & Salon ’68). 앨범의 제목은
Yuzo Hayashi...!?!?!
유조 하야시 즉 일본식으로 말하면 하야시 유조는 음악에 뜻을 두기 이전부터 주말마다 하는 유럽영화와 마피아 물에 매료된 어린 시절을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그의 모친이 선물한 <이지리스닝 전집>을 듣고 그 때부터 음악가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게 됐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충실히 계획을 실천한 결과 그는 일본의 대중음악씬에서 상당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영화음악가이자 작곡가이며 편곡자가 되었다. 80년대부터 프로작곡가로 활동했던 그는 아이돌 뮤지션인 마쓰다 미아의 히트싱글인 <하트는 물빛>을 기점으로 등려군, 카토우 레이코, 이시자키 신이치, 다카하시 마리코, 다카하시 유미코, 도오야마 히토미등의 곡들을 작/편곡해주었다. 비록 아이돌 가수들의 작업을 할망정 특유의 개성과 우아함은 어떤 작업이라도 나타난다는 것이 일본평론가들의 중론이다.
그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업량과 높은 완성도로 유명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快刀乱麻 THE ANIMATION>, <도키메키 메모리얼>, <세일러문 뮤지컬>, <도라에몽-노비타의 은하초특급편>, <크레용 신짱 캐릭터 송>, 그리고 유조 하야시와 살롱 ’68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허니와 클로버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까지 그의 작업들은 그저 현란하기만한 근자의 사운드트랙들과는 달리 마치 <씨뇨르 로씨>같은 유러피언 애니메이션의 사운드 트랙을 연상시키는 기품과 유머를 함축한 음악세계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작업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소년시절 자신을 음악으로 이끌었던 그 뿌리에 관한 외경을 스스로 실천할 때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곧바로 뮤지션들을 초빙하여 자신이 오르간과 그 외의 건반류를 연주하는 연주자이며 모든 곡을 만들고 편곡하며 늘 턱시도를 입으며 마치 이탈리안 사운드 트랙과 프렌치 팝을 연상시키는 재즈, 라운지 넘버를 연주하고 어른의 세계를 보여주며 늘 출장연주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프로젝트 유조 하야시 & 살롱 ’68을 출범시킨다.
Life as a Cinema
이 앨범의 구조는 마치 하나의 파티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남녀간의 사랑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만남에서 데이트, 여행, 그리고 여행의 끝에서 서로의 사랑의 끝을 확인하는 듯한 기승전결이 이루어져있다. 실제로 제목으로 유추를 해보아도 이런 통속적인 드라마를 생각하게 한다.
유려한 스트링과 사박사박 비트를 짚어주는 타악기에 유조 하야시의 하프시코드 연주가돋보이는 ‘Incontro はじめは他人(첫 만남. 처음에는 타인)’은 처음 만난 남녀간의 어색함을 구제해줄 추천곡! ‘オ'バカ NO.9(바보 NO.9)’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여성의 스캣이 압권이다. 아마도 이 서사의 주인공인 바보의 출연을 알리는 듯. ‘いつも同じ店で(언제나 같은 가게에서)’는 그들은 언제나 같은 가게에서 만나게 된다. 두 남녀의 설레이는 만남, 그 상쾌하고 아름다운 기분. 상큼한 보사노바 리듬위로 청명한 고음을 수놓는 트럼펫 연주가 매혹적인 곡이다.
귀에 가장 감기는 네 번째 곡 ‘海岸通りと花売り(해안도로 그리고 꽃파는 소녀)’는 해안도로의 데이트를 보여준다. 탁트인 해안도로에서 귀여운 꽃파는 소녀가 다가와 남자는 기분좋게 꽃 한송이를 옆자리의 그녀에게 선사한다. 어디론가 아스라히 날아가버릴 듯한 그녀. 설레이지만 어딘가 아련한 무드는 이별의 순간을 암시하는 듯 하기도 하다. 이어지는 ‘恋する二人(사랑하는 두 사람)’에서는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한가로이 휘파람을 부는 사내의 노래는 어느덧 혼성스캣이 되어 그녀와 함께 부르는 연가가 되고... ‘誘われて63(63으로의 인도)’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에 63년산 빈티지 와인을 마시는 그들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빈티지 포트는 63년과 93년산을 가장 쳐주지 않던가? 한잔 술에 벽이 허물어진 여심은 통통튀는 템포와 찰랑대는 플룻과 스트링, 무엇보다도 가슴 한 가득 꽉 들어찬 연심을 토로하는 매끄러운 멜로디 그리고 불란서 정통의 나레이션에 묻어난다. 살랑살랑하다.
‘街をぬけだして(거리를 빠져나가며)’ 63년산 와인을 마신 남과 여는 이윽고 거리를 거닐다 그곳을 빠져나가게 된다. 둘 사이의 로맨스는 최고조. 마치 에녹 라이트(Enoch Light)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최고의 무그가 그 느낌을 전해준다. 보사노바 리듬위로 물결치는 무그의 잔향을 따라서, 그리고 또 다시 밀려오는 애잔함. 조용해진 거리... ‘記憶の恋人(기억의 연인)’은 불현듯 사내와 여인이 추억의 연인을 회상하는 장면을 형상화한다. 그들은 일전의 연인과의 추억은 이제 한 켠으로 묻어놓기로 맹세한다. 그럼으로 더욱 애절해지는 사내와 여인. ‘メルカートの果物(메르카트의 과일)’이 그리는 장면은 연인의 유람선여행이다. 플루겔혼과 색소폰, 은은한 휀더로즈, 가벼운 흥분감이 얹혀진 보사노바 리듬, 은은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하야시 유조의 스캣까지 여행의 설레임을 고조시켜주고 있다. 해신인 메르카트에게 제물로 과실을 바치며 어느덧 남겨진 유혹적인 바다위의 둘.
‘恋人たちの7月(연인들의 7월)’은 하야시 유조의 센스넘치는 연주로 바야흐로 사랑이 무르익는 계절 7월을 표현했다 에서는 두 연인의 여행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 싱숭생숭하게 스피커를 가득 메우는 운치있는 스트링 어레인지는 세상에 단 둘만 있어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는 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旅行者たち(여행자들)’은 둘 사이의 시간이 얼마나 상큼한 지 자랑한다. 자칫 날카롭게 연주되기 십상인 트럼펫은 적정의 스윙을 유지하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로 전면에 나서는 키쿠치 나루히로의 연주는 정말 훌륭하다. 거기에 ‘リモーネの時間(레몬같은 시간)’에서는 부드러운 남녀 혼성의 스캣이라니… 이것은 말 그대로 성숙의 한가운데 찾아온 아련한 설렘 바로 그것이다.
‘旧市街のざわめき(구시가의 웅성거림)’은 두 연인이 여행하는 구시가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도 이 곡에서만큼은 절제를 그만두고 오르간연주자로서의 기량을 한껏 뽐내고 있다. ‘蒼のはじまり(그 푸르름의 시작)’. 이로써 둘의 만남은 서서히 종언을 고한다. 하지만 마음속의 푸른 계절은 시작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애달프게 그리워하는 영원의 푸른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애잔한 분위기의 스트링이 곡의 전체를 수놓은 구조가 곡의 제목과는 뭔가 역설적이라 더욱 애절하다. 대미를 장식하는 ‘空よ(하늘이여)’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그녀’의 에필로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인생의 맛을 아는 시절이 된 그때의 여인은 그 때의 사내를 생각하며 한숨 섞인 노래를 부른다. 이로써 한 무리 연인의 사랑이 영화처럼 서술되는 것이다.
유조 하야시는 자신이 자양분 삼았던 유럽풍 이지 리스닝의 장점만을 고도로 흡수하여 이탈리안 사운드 트랙, 프렌치 팝, 무-그 연주곡, 보사노바, 재즈, 라운지등의 형식안에 녹여내서 그만이 해낼 수 있는 데카당스와 로망스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화된다고 해도 사교와 사랑은 늘 아날로그일 수 밖에 없다. 인간과 인간의 커넥션을 위해 존재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간과 인간사이의 낭만을 잊지 못했다면 이 앨범은 당신이 잊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줄 것이다.
-본 해설은 음반의 해설지에서 발췌, 정리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