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일본) & World's End Girl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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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천재들의 콜라보레이션! 일본 내 현존하는 가장 독특한 현대음악/일렉트로닉 아티스트 World’s End Girlfriend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포스트-록씬의 중심에 서있는 Mono가 만들어내는 장장 74분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환상곡!
4/ 8/ 2006
한국의 인디록/포스트-록 리스너들이 2006년 가장 주목했던 내한공연이 바로 모노(Mono)의 공연이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인디펜던트와 메이저를 막론하고 현재 좋은 활동을 보이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는 경우가 무척 드물었다. 막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와의 작업을 마치고 새로운 앨범과 함께 한국에서 공연을 갖게 된 모노의 경우, 미국/일본의 인디펜던트 씬에서 가장 화려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한국을 방문해 내한공연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리스너들에게 동시대 아티스트의 공연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마크 코즐렉의 경우,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가 활동을 접으려는 시기에 내한했으며, 스매싱 펌킨즈는 해체 직전에, 그리고 패트릭 더프는 스트레인지러브가 활동을 그만둔 지 10여년이 흐른 후에 한국을 왔다. 모노의 공연 당시에는 당연히 외국인 관람객들이 절반을 차지했으며 결국 표는 매진되었다. 하지만 앞에 언급했던 사항들은 별로 중요한 사항들이 아니다. 적어도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들의 공연은 말 그대로 “경험”이었다.
MONO
현재 최고의 Post-Rock 그룹으로 평가 받는 모노(MONO)는 타카아키라 "타카" 고토(Takaakira "Taka" Goto:Guitar)와 요다(Yoda:Guitar), 여성 베이시스트인 타마키(Tamaki: Bass), 드러머 야스노리 타카다(Yasunori Takada:Drum)의 4명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인스트루멘틀 밴드이다. 첫 정규앨범을 존 존(John Zorn)의 레이블인 짜딕(Tzadic)에서 발표했으며 이후 2003년 발표한 [One Step More, You Die]와 2004년 작 [Walking Cloud and Deep Red Sky, Flag Fluttered and the Sun Shined]로 전세계 포스트록계를 평정하다 시피 한다. 영원한 인디록의 역사 Pixies와 불멸의 얼터너티브 그룹 Nirvana, 슬로코어의 알파요 오메가인 LOW의 사운드 엔지니어이자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가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2006년작 [You Are There]의 장엄한 공간감이 주는 감동으로 현재 가장 중요한 포스트-록 밴드로 입지를 굳힌다. 이후 익스플로전 인더 스카이(Explosion In The Sky), 킨스키(Kinski)를 비롯한 미국의 중요한 밴드들과 투어를 다니며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이루어 냈다.
World's End Girlfriend
2000년에 발표한 [sky short story e.p.]와 정규 앨범 [Ending Story]으로 데뷔한 월즈 엔드 걸프렌드(World's End Girlfriend : 이하 WEG)는 압도적인 세계관과 클래식, 엠비언트, 클럽 사운드 등의 여러가지 요소를 혼합 시켜 IDM, 포스트락 리스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2001년 발표한 [farewell kingdom]앨범 부터 인지도를 얻기 시작하며, 2002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음악제전[Sonar]에 참가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2003년에는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이었던 SPEED의 전 멤버인 Hiro의 싱글에 리믹스 트랙을 담당하면서 메인스트림에 진출하게 되고 타이페이, 홍콩 등의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투어를 마친다. 2006년에는 일본 포스트락 씬의 대표주자인 모노(MONO)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Palmless Prayer / Mass Murder Refrain]을 발표하면서 포스트락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게 되며 이들은 조인트 투어를 시작하게 된다. 마치 Aphex Twin을 연상시키는 기괴하고 정감 있는 IDM 사운드부터 포스트록,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사랑 받고 있다.
[Palmless Prayer/Mass Murder]
지금은 월드-클래스 인스트루멘탈/포스트-록 밴드로 군림하고 있는 모노와 동경의 현대음악/일렉트로닉 작곡가인 WEG의 뛰어난 재능이 융합 되어 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서로의 세계관, 그리고 아이덴티티에 매료되어, 본 작 [Palmless Prayer / Mass Murder Refrain]을 만들어 냈다. 웹진 [wiev]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WEG와 모노는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2003년에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인간이 어떻게 이런 폭력에 대해 사과를 하고 어떻게 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가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본 작은 WEG의 일렉트로닉한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오로지 오케스트라 컴포지션을 통한 네오-클래시컬 사운드, 즉 현대음악의 방법론을 택하고 있다. WEG가 편곡과 현악 컴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는 동안, 모노는 지구를 뒤흔드는 듯한 파괴적이고 불가사의한 노이즈를 음반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것은 바다의 가장 깊은 곳 만큼 어두운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앨범의 첫 두 트랙은 느리고 명상적이며 고요하게 흘러간다. 현악파트와 기타의 트레몰로로 이루어진 어둡고 감성적인 느낌으로 일관하며 세 번째 트랙의 중간부분에 가서 드디어 감성의 폭발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서서히 격렬해졌다가 서서히 소멸되어 간다. 4부에서는 건반과 어느 여성의 보이스로 느리게 진행되며 거의 20분에 육박하는 트랙인 5부에서 행복감에 젖어있는 사운드는 서서히, 그리고 장렬히 타오르며 역시 서서히 식어간다. 전체적으로 의도된 슬픔과 타자의 감성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그렇게 느리게 흘러 만 간다.
앨범 속의 현악 4중주는 검은 어둠을 품고 있으며 슬픔을 넘어 희망을 담고 있는 격정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악 4중주 이후 발광하는 격정의 순간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호흡은 결국 ‘희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착지점을 만들어 낸다. 그들의 합동 작업은 5개의 파트로 분리되어 총 74분의 아름답고 또한 장대한 환상곡, 그 자체를 일구어 냈다. 뛰어난 재능이 서로를 의지했을 때에 나타나는 무한의 발열이 바로 여기 있다. 결국 그들은 진심으로 감동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Palmless Prayer/Mass Murder] 앨범은 느리고 멜랑꼴리하게 일관하고 있으며 이것은 특히 늦은 밤에 헤드폰으로 감상하기에 아주 훌륭한 음반이다. 마치 한편의 사운드트랙을 연상케 하는 무드를 주고 있는데 붕괴된 문명속에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담으려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것은 묵시룩 적인 느낌으로 가득하다. 굉장히 섬세한 굉음의 포스트 락과 아름다운 현악 4중주의 조화, 그리고 마치 메레디스 몽크를 연상시키는 여성 보컬의 스캣은 혼돈과 질서, 파괴와 평화, 외침과 속삭임 등의 대치되는 모든 것들이 공존하고 있다. 감히 말하면 이것은 현대음악 그 자체이며 고전적이고, 동시에 흉폭하고 평화롭다.
아무런 대화 상대도 없는 한밤중에 끝없이 들어 아프다.
[글 : 한상철 (불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