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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 (The Z) - Funk Without Score
독보적인 훵크 프로듀서, 더 지의 첫번째 앨범. 지난 몇 년간 많은 힙 합 팬들이 고대해 마지 않았던, 큰 기대 만큼이나 야속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던, 프로듀서 THE Z(더 지 aka KNOCK-BURN GARCIA, 본명 송승욱)의 데뷔 앨범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독보적인 훵크 프로듀서로 이름난 더 지의 이번 앨범에는 현재 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Miniman과 T’ache(Side-B), MC 메타, 나찰, 디기리, 대팔, Wimpy(두 사람) 등의 MC들이 피처링한 트랙들, 소울 밴드, 파워플라워의 걸출한 보컬리스트 '채영'이 참여한 아름다운 트랙, 그리고 ‘The Depot’, ‘Mr. Funk’ 등의 연주곡들로 채워져 있다. 상상을 실제로 빚어내는 표현력과 광범위한 음악 소스들을 한 가지 색깔로 압축하는 프로듀서로서의 THE Z의 재능과 역량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예정된 '올해의 힙 합 앨범'.

The Z와 MC 메타, 마초, DJ Skip 등이 함께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절충 Vol. 1]과 [절충 Vol. 2], 뉴잭스윙과 올드 스쿨 힙합을 담아냈던 DJ Skip과 DJ Nega의 믹스 CD, 그리고 세계적인 DJ 배틀에서 챔피언을 차지했던 DJ Son의 [The Abstruse Theory] 등을 발매한 한량사의 2005년 하반기 프로젝트가 공개 된다. 바로 앞선 앨범들에 프로듀서와 DJ로 참여했던 The Z가 그 주인공. The Z는 이미 한량사의 탄생과 함께 한 핵심 멤버로 한량사의 음반들을 접해본 이들에겐 익숙한 인물이지만, 그의 이름으로 발매되는 첫 솔로 앨범인 만큼 국내 힙 합을 아끼는 팬들의 기대치는 상당하다. 특히 이전에 발매된 DJ Skip과 DJ Nega의 믹스 CD나 DJ Son의 앨범이 최근 힙 합의 유행 코드를 뒤쫒지 않는, 힙 합의 뿌리에 충실하면서도 실험적인 한량사 특유의 음악적인 고집이 녹아 든 앨범 들이었기 때문에 The Z의 앨범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다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The Z는 Da Crew의 ‘업의법’, MC Shingun의 ‘’ㄱ’해’, 가리온의 ‘음의 여백’, 그리고 한량사 컴필레이션 앨범인 [절충 Vol.1]과 [절충 Vol.2]에 수록된 ‘소음’, ‘뭐라고’ ‘Another Side’, ‘하몽’ 등을 프로듀싱한 전적이 있다. 꽤 오랫동안 프로듀싱 활동을 해 왔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솔로 앨범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 국내 힙합 시장의 특성 상 MC가 아닌 DJ나 프로듀서가 음반을 내는 것은 어느 정도의 핸디캡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The Z는 현재까지의 자신의 결과물들을 한 장의 앨범에 압축하고 싶어 [Funk Without Score] 앨범을 기획하게 되었다.

앨범 타이틀에 드러난 대로 이번 앨범은 Funk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다. 분명 국내 언더그라운드 씬을 대표할 만한 MC들이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힙합스럽다’는 느낌보다는 Funk 음악 본래의 경쾌함과 유연함을 느낄 수 있는 비트가 들어차 있다. 어떻게 보면 DJ Soulscape이나 Infinite Flow 같은 팀들의 ‘감상용 앨범’과도 비슷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이 [Funk Without Score]인 셈이다. 앨범의 타이틀 곡은 ‘Summer In Water’. 6,70년대 Funk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트랙으로 경쾌하고 발랄한 비트감으로 굳이 블랙 뮤직 매니아가 아니어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곡이다. The Z는 ‘앨범 전체적으로 다양한 비트를 담았는데 그 중 의 한 곡이라는 말로 ‘Summer In Water’를 소개한다. 타이틀 곡이지만 다른 수록곡들에 비해 유난히 튄다거나 대중성을 염두한 곡이 아닌 The Z 스타일 그 자체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다.

이외에는 Miniman과 T’ache(Side-B), MC 메타, 나찰, 디기리, 대팔, Wimpy(두 사람) 등의 MC들이 피처링한 트랙들과 ‘The Depot’, ‘Mr. Funk’ 등의 연주곡들로 채워져 있다. 힙합씬의 변화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Up & Lock’과 소울 곡들을 샘플링해 조합한 Hook 부분과 MC 메타의 솔로 피처링이 돋보이는 ‘Oasis’, Miniman과 T’ache의 피처링과 The Z의 스크래칭으로 앨범 초반부에 강한 파워를 실어주고 있는 ‘…에서’ 등이 힙합 팬들의 주목을 받을 듯 하다. 특히 수록곡 중 ‘걱정하지마’는 The Z가 처음으로 보컬리스트와 함께 작업한 곡으로 파워 플라워의 채영이 보컬 라인을 맡고 Trespass(트레스패스)와 Paloalto(팔로알토)가 랩 파트를 담당했다. ‘돈’을 주제로 각각의 생각을 풀어내는 피처링 뮤지션들의 메시지가 눈에 띄는 곡이기도 하다.

The Z의 [Funk Without Score]는 Funk와 소울에 대한 The Z의 음악적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다. 샘플링을 위주로 작업했으면서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한 비트나 축구를 주제로 한 전혀 힙합스럽지 않은 앨범 커버도 The Z의 독특한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더 지 자신이 각기 다른 축구 유니폼을 입고 축구장을 도배하고 있는 앨범 커버에 대해 ‘개인적으로 중남미나 유럽 문화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또 다른 ‘종교’인 축구에 빠지게 되었고, 그런 개인적인 성향을 앨범 커버에도 반영하고 싶었다’고 밝히는 The Z. 방대한 양의 상상을 실제로 만드는 표현력과 광범위한 음악 소스들을 한 가지 색깔로 압축할 수 있는 능력이 프로듀서의 역량에 포함된다면 The Z는 [Funk Without Score]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잘 담아냈다. 이 앨범에는 광란의 힙합 파티를 위한 자극적인 트랙들이 빠진 대신 블랙 뮤직의 뿌리, 그 시작을 되돌아볼 만한 순수한 소리들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