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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The One) - 2집 / The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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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풍의 스타일을 무기로 내세웠던 여성 가수들이 주도했던 음악시장에 실력있는 남성 신인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부터 발라드와 락 음악이 다시금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추구하고 음악성 높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러한 현상은 음악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무적인 일은, 수 년전 유행하던 발라드에 비해서 화성과 리듬이 강화된 반주와 독창적인 보컬의 색채가 돋보이는 수준 높은 음악들이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The One’의 등장은 이러한 최근의 현상을 보더라도 분명히 경이적이다. 오랫동안 준비한 첫 음반으로 팬들을 찾아가는 ‘The One’은 이미 독특한 음색의 구사와 완벽한 가창력으로 최고의 라이브 실력을 인정받은 신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발라드 가수가 감미로움만을 추구하면서 듣기 편한 멜로디 라인을 무리없는 음색으로 소화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The One’의 음색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가성에 가까운 허스키 보이스가 가진 신비로움을 기본적인 베이스로 삼고 있지만, 때로는 작품의 클라이맥스에서 청아함을 느끼게 만드는 두성을 구사한다. 이러한 ‘The One’의 가창은 도회적인 쓸쓸함과 남성적 화려함의 조화가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만든다.
‘The One’의 이러한 창법은 특유의 긴 호흡으로 남성적인 톤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 덕택에 가능한 것이다. 기본적인 음색에서부터 다른 가수들을 압도하는 ‘The One’의 음악은 탁월한 작품을 최고의 가창력으로 해석함으로써 현대 감성의 정수를 찌르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오랫동안 신중하게 준비된 1집을 여는 타이틀곡은 애절함과 깊은 사랑을 노래한 ‘I Do’이다. 피아노의 분산화음적 효과와 오보에의 목가적 멜로디, 현과 호른의 아련함이 빛을 발하는 서정적인 반주를 배경으로 삼은 채, 심연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한 ‘The One’의 남성적인 매력이 가득한 가창은 동경과 호소력으로 가득하다. 때때로 터질 듯 지속되는 클라이맥스를 노래하는 ‘The One’의 노래는 아름다운 가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으며 노래가 끝난 다음에도 한참의 여운을 간직하게 만드는 감성적인 작품이다.
함께 수록되어 있는 ‘You’re the One’, ‘Oh My Brother’는 간결함 속에 내포되어 있는 현대적 감성을 무표정하고 간결한 리듬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차가움이 와닿을 정도로 냉철하게 이 음악들을 해석하고 있는 ‘The One’의 보컬은 타이틀 곡에서 들려주었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전통적인 발라드 넘버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유려함과 가사의 표현력을 극대화시킴으로써 ‘The One’이 얼마나 재능있는 발라드 가수인지 알 수 있는 ‘기도’, 임재범의 노래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감성의 고조를 이뤄나가는 ‘고해’와 함께 격정적인 심정을 아름다운 가사로 옮겨놓아 감성을 최대한 노래에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그말인데’, ‘6월의 꿈’ 등은 어느 하나 놓치기 아까운 선율미와 가수의 모습을 거울처럼 투영시키는 노래들이다. 가수 ‘The One’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들도 마련되어 있다. 먼저, 동심의 순수함으로 돌아가 한없이 맑은 세계에 대한 동경을 그린 ‘You Bring me Joy’ 에서 ‘The One’은 기교를 숨긴 채 담담하고도 편안한 가창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경쾌함을 노골적인 리듬으로 형상화해서 작품의 전면에 내세워 사회의 고독과 단절, 불안전성을 재치있게 그려낸 ‘작업 (하룻밤의 쇼)’나 ‘Stay with me tonight’ 에서는 목소리의 톤을 의도적으로 가볍게 가져간 탁월함이 돋보인다.
본 음반 말미에 실려있는 ‘비나이다’는 SBS 드라마 ‘장길산’의 테마곡으로도 잘 알려진 노래이다. 해금의 독특한 음색과 국악기들의 가미가 색다른 분위기를 제공하는 이 작품에서는 긴 호흡으로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한 ‘The One’의 노래 실력이 마음껏 펼쳐진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멜로디와 미묘한 화성은 ‘The One’의 남성다움과 짙은 호소력의 음색에 힘입어 역사 속의 처연함을 표현해낸다.
이처럼 뛰어난 작품들로 채워진 ‘The One’ 1집은 어느 곡이나 타이틀로 내세우더라도 부족하지 않을 완성도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완급이 교묘히 조절되어 있는 수록곡들은 ‘The One’의 ‘남성다움’과 ‘호소력’을 낱낱이 느낄 수 있는 뛰어난 작품들이기도 하다.
타고난 재능과 함께 끝없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완성도 높은 음반을 만들어낸 ‘The One’에게 남은 일은 지금까지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함이 포함된 남성적 매력을 가득 담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The One’이라는 가수가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알게 될 것이며, 순수한 열광으로 그 이야기를 고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 교감은 ‘The One’에게나 그의 음악을 들을 많은 사람들에게나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