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사의 얼굴,
大捌(대팔) – 6년의 기다림 끝에 공개되는 데뷔 싱글 『나를 비워』
실험적이고 새로운 힙합 사운드를 담아낸 컴필레이션 앨범 『절충 Vol. 1』과 『절충 Vol. 2』, 그리고 DJ Skip과 DJ Nega의 믹스 CD, 세계적인 수준의 턴테이블리스트 DJ Son의 프로듀싱 앨범인 『A Song About Abstruse Theory』에 이어 2005년 가을 DJ이자 프로듀서인 The Z의 『Funk Without Score』를 공개한 한량사가 새로운 맥시 싱글을 공개한다. 바로 많은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통해, 혹은 라이브 공연을 통해 착실히 인지도를 쌓아온 대팔(大捌)의 데뷔 싱글 『나를 비워』.
Def-roy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대팔은 1999년부터 팀을 통해 활동을 시작했다. 팀 활동을 접은 뒤, 2000년 경부터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산실인 클럽 매스터 플랜에서 솔로 랩퍼로 본격적인 음악 생활을 시작한 대팔은 저음의 독특한 목소리 톤과 플로우로 많은 랩 매니아들을 매료시켰다. 그 동안 대팔은 Soul Chamber의 ‘길’, DJ Soulscape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선인장’, 가리온 1집의 ‘엉터리 학생’, 컴필레이션 앨범 『절충 Vol. 1』의 ‘희(喜)’와 『절충 Vol. 2』의 ‘M’ 등을 통해 간간히 힙합 팬들에게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힙합 음악이 트렌드화 되는 현재 씬의 분위기를 볼 때,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 온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과 힙합에 대한 고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어쩌면 언제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기를 즐기는 레이블 한량사에서 대팔의 이런 장점과 매력을 정확히 짚어낸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첫 싱글, 첫 타이틀 곡 ‘나를 비워’
대팔의 데뷔 싱글에는 총 네 곡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역시 언더그라운드 씬에 잘 알려진 각나그네가 피처링하고 Keep Roots가 프로듀싱한 ‘오! 형제’와 Soul Chamber와 데뷔 EP 『Journey To The Urban City』로 잘 알려진 Pe2ny가 프로듀싱한 ‘단번에’, 그리고 많은 라이브 무대를 통해 팬들에게 친숙한 ‘구운몽’의 리믹스, 마지막으로 같은 한량사 소속의 The Z가 프로듀싱한 타이틀 곡 ‘나를 비워’가 바로 그 주인공들. 싱글 타이틀 곡인 ‘나를 비워’를 통해 대팔은 지금까지의 ‘규칙’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지금 당장, 그리고 앞으로 다른 장르, 다른 크루 소속의 뮤지션들과의 자유로운 콜라보레이션과 테두리를 벗어난 새로운 음악적 시도 등 다양한 면에서의 ‘비움’을 꿈꾸는 대팔. ‘내가 떠나갈 수 있게 비워. 한 곳에 머무른다면 나는 피곤해. 나갈 수 없게 나는 지고 또 지네, 한곳에서 끝내’라는 ‘나를 비워’의 가사가 그의 태도를 대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록된 ‘오! 형제’는 쉽게 형제가 되고, 다시 남이 되는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최근 온라인 블로그를 통해 쉽게 맺어지는 가벼운 인간 관계를 비꼰 곡이다. 다소 경쾌하고 발랄한 비트에 얹혀진 가사인 만큼 더욱 임팩트가 크다. ‘단번에’는 스스로 정한 시간과의 싸움을 표현한 곡으로 빨리 완주를 했다고 모든 것을 얻은 것은 아니라는 다소 철학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구운몽 Remix’는 대팔이 2000년 홀로서기를 시작한 직후 만든 곡으로 힙합과 인생에 있어 꼴불견으로 보이는 모양새들을 ‘8선녀’에 빗대어 표현했다. 원곡이 워낙 심오한 주제에, 어두운 비트를 탄 지라 ‘파워 플라워’의 ‘샛별’과 함께한 리믹스를 통해 다소 밝은 분위기로 바꾸었다.
정규 앨범 준비 과정 중에 나온 곡들을 중간 정리하는 개념에서 대팔의 정식 데뷔 앨범을 기대하고 있는 팬들을 위해 발매하는 싱글인 만큼 대팔을 대표할 수 있는 곡들을 추려서 수록했다. 이미 대팔이라는 랩퍼가 익숙한 팬들에게는 특별한 연말 선물로,대팔이라는 이름마저 낯선 새내기 힙합 팬들에게는 새로운 충격이 될 법한 앨범이 『나를 비워』다. 대팔은 이번 싱글 앨범 발매와 관련해 ‘가사를 세밀히 들어보면 여전히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전보다 많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리뷰를 힙합 팬들이 해 주었으면 한다’고 밝힌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랩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더 쉽다는 대팔. 그는 힙합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많이 줄어든 만큼 자신의 음악을 오픈 마인드로 즐겨달라는 바람과 아직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매하는 싱글인 만큼 앞으로 정식 앨범 등의 결과물을 통해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전한다. 한 해가 끝나는 시점, 지금까지의 작업물들을 중간 공개하기로 결정한 한량사와 대팔의 프로젝트 『나를 비워』. 그 둘 모두의 꿈은 진보적이지만 뿌리를 버리지 않는, 기본이 충실한 힙합의 실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