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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us Peter (비너스 피터) - The Best Of V.P (2CD Deluxe Edition)
일본 록 음악의 숨은 진주 'Venus Peter (비너스 피터)'의 도쿄발 맨체스터 사운드

음반 산업의 대부흥과 시부야계란 의미심장한 신조어로 점철된 일본 음악계의 90년대 초반, 또 다른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시점에 있어 혜성과 같이 등장했던 비너스 피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한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큰 히트곡 하나 발표한 팀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국 내 음악 매니아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비너스 피터는 새로운 경향의 음악을 제시한 파이오니어이며, 지금까지도 90년대의 전설로 회자되는 밴드 중에 하나이다.

해피 먼데이스(Happy Mondays), 스톤 로지즈(Stone Roses), 샬라탄스(Chanlatans)와 동시대에, 그것도 영국이 아닌 일본에서 등장하여 맨체스터 사운드를 추구한 이색적인 밴드 비너스 피터는 단 4년의 그리 길지 않은 활동 기간을 펼쳤지만, 깊이 있는 내용의 앨범들과 세련된 스타일 뿐 아니라 해체 후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통해서까지도 일본 음악씬에 대단한 파급 효과를 미쳤다.

★ 비운의 천재, 프론트맨 Okino Shuntaro

비너스 피터의 프론트맨이자 보컬과 송라이팅 전반을 담당한 오키노 슌타로는 일본 대중 음악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비운의 천재로 기억된다. 음악적인 부분 외에도 사상적으로도 시대를 앞서간 트렌드 세터였지만, 대중적 타협의 부재로 결국 씬의 언저리에서만 조명을 받아 온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비너스 피터 시절 발표한 5장의 앨범(3장의 정규, 1장의 라이브, 1장의 미니 앨범)뿐 아니라 밴드 해체 후 발표한 솔로 앨범, Indian Rope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맨체스터 사운드, 네오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닉 팝, 뉴 기타 팝의 다양한 접점을 보여 준 범작들이다. 특히, 비너스 피터 음악의 연장선 격인 “Hold Still, Keep Going”(1995)과, 일렉트로니카의 경향을 선보인 “Electroika(1996)등 두 장의 솔로 앨범(아쉽게도 지금은 모두 절판이 됐다)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했을 법한 명반으로 지금까지도 전문가들을 통해 회자되고 있다.

오키노 슌타로는 중학교 시절 비틀즈를 알게 되면서 음악에 빠졌고, 멋지게 밴드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송라이팅을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타 밴드와 달리 창작곡으로 밴드 경연 대회에 수도 없이 참여했지만 매번 낙선했고, 여기에 자극을 얻은 그는 ‘바보 같은 심사 위원들’에게 언젠가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일념 아래 음악에 매진했었다고(비너스 피터의 많은 곡들이 바로 그 즈음 작곡 된 것이다).

고교시절 모즈(Mods) 계열을 추구하는 클럽을 통해 많은 선배 뮤지션들을 만나게 된 오키노 슌타로였지만 펑크의 기반을 둔 다른 뮤지션들과 서로 음악적 방향이 맞지 않아 뛰쳐나오게 됐고, 오야마 게이코(현 Cornelius, 훗날 비너스 피터의 메이져 활동을 서포트 한 Trattoria 레이블의 Founder)와 Velludo라는 팀을 결성하여 싱글을 냈지만, 제작자의 실종으로 말미암아 안타까운 해체를 결정하게 된다(당시 발표한 곡이 훗날 비너스 피터의 대표곡이 된 ‘Mighty Mystic Eyes’).

팀 해체 후 갑작스레 뉴욕으로 건너가 생활하던 오키노 슌타로는 우연히 스톤 로지즈(Stone Roses)의 음악을 듣고 충격에 휩싸여 본인이 있어야 할 곳은 영국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급기야 런던 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수개월간 음악적, 문화적으로 견문을 넓힌다.

★ V. P : Star Parade On 90’s

1988년 영국의 클럽을 중심으로 붐을 이룬 Acid House Movement 이후, Second Summer of Love 명명된 음악 군이 등장했다. 맨체스터 사운드처럼 기타 팝과 클럽 뮤직이 결합한 느낌이 바로 그 것. 영국에서 문화적 큰 충격을 받은 오키노 슌타로는 됴코에 급거 귀국, ‘평소에 듣던 음악을 내가 직접 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비너스 피터를 결성한다. 이것은 새로운 자주 음악 정신(Do It Yourself)의 판로에서 시작된 시부야계의 기본 이념과 비슷한 것이었다. 최대한 오리지널리티에 가까워야 세계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원대한 포부를 담아 전곡을 영어로 작업(물론 대중적인 성장을 노렸던 3집에서는 일부 곡에 일본어를 사용)하여 1990년 라이브 무대에 등장했다.

일본 내에서는 경쟁 상대가 없었을 정도로 해외 아티스트와 동시대의 음악을 선보인 비너스 피터였기에 단 시일에 많은 음악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1991년 인디 레이블인 Wonder Release Records를 통해 1집 “Lovemarine”을 발표한 후 바로 Trattoria와 계약을 맺고 1992년 메이져 데뷔를 펼친다. 2집이자 메이져 데뷔작인 “Space Driver(1992)”, 3집 “Big "Sad" Table”(1993)을 연이어 발표하지만, 평론가들의 호평과 달리 대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성의 일본 팝 씬에 철저히 배타적이었던 비너스 피터의 음악을 폭넓은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준비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비너스 피터는 2년 후 찾아올 제 2의 브리티쉬 인베이젼(British Invasion/블러, 오아시스, 스웨이드, 펄프를 위시한 수많은 팀들이 브릿팝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했던 현상)에 수해자가 되지 못한 채 안타깝게 해체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도 간절했던 록 스타의 꿈이었지만, 너무나 시대를 앞서간 탓에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앞서 기술한 오키노 슌타로 외에도 베이스를 담당하던 코가 유타카는 가장 눈부신 활동을 펼친 멤버이다. 밴드 해체 후 기타 팝, 팝 펑크 계열의 음악을 주로 선보이는 인디 레이블 K.O.G.A.를 설립 현재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또 하나의 브랜드 그루비 드렁커 레코드(Groovie Drunker Records)를 런칭했으며, 본인이 멤버로 있는 유닛 로켓 케이(Rocket K)의 활동도 분주한 편. 지난 1998년 한국의 델리스파이스와 일본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클럽 쉘터에서 조인트 공연을 펼쳤던 론론클로우(Ron Ron Clou)가 바로 이 레이블 소속이다.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이시다 마사토는 이시다 학원의 학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가운데, Thecla-P, Daffodil-19, Peltone 등의 밴드 활동을 겸하고 있는데, 특히 Daffodil-19는 전형적인 취미 밴드로 비너스 피터의 또 다른 기타리스트 도나카 야스시, 슈가 플랜트의 이토 요코가 참여하고 있다. 드럼을 담당하던 코마츠 타카노부는 우라토코 보조(Uratoko Bojoh)라는 제니스 죠플린 스타일의 밴드를 만들어 비너스 피터와 상반된 음악을 추구하는 중이다.

★ 10년 만에 타오르는 Venus Peter의 전설

비너스 피터가 정식으로 해체를 결정한 지도 무려 10년이 훨씬 넘은 2005년 말, 비너스 피터는 1년이라는 한정적 시간 동안 활동하고자 오리지널 멤버로 재 결성을 이뤘다. 13년만의 정규 앨범인 “Crystalize”의 릴리즈와 전국 투어가 주요 골자. 여기에 한가지를 더하자면 재결성을 기념하는 본 작인 베스트 앨범을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영국식 사운드에 광적으로 몰입해온 올드 팬들에게는 감동을, 제 2의 브리티쉬 인베이젼(British Invasion) 이후 리스너가 된 새로운 세대의 음악 팬들에게는 교과서가 제시되는 순간이었다.

본 작은 비너스 피터의 Trattoria 시대를 정리하는 기념으로 1996년 발표됐던 베스트 음반에 새로이 디지털 리마스터링(Digital Mastering)과 레어 트랙(Rare Tracks)을 더해 이름 그대로 디럭스 에디션으로 구성된 비너스 피터의 집대성이라 보면 되겠다. 세 장의 정규 앨범인 “Lovemarine”(1991), “Space Driver”(1992), “Big "Sad" Table”(1993)과 EP “Obsession”(1991)에 수록됐던 15곡의 주요 트랙들을 담고 있음과 동시에 한정 싱글 ‘Bobby’의 비사이드 넘버 ‘Darlin’ Love’와 Galaxie 500의 트리뷰트 음반에 수록된 ‘Blue Thunder’까지 모아 놓았다. 결과적으로는 1996년 베스트 음반에 비해 무려 6곡이 추가된 셈이다(일본 반은 5트랙).

블로그 투표를 통해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선정된 ‘Every Planet Sun’, ‘Lemon(새로이 추가된 초기 곡)’을 필두로 비너스 피터의 음악적 정점을 보여주는 ‘Obsession’, ‘Doo Be Free(베스트에 새로이 추가된 초기 곡)’, ‘Electric Sea(역시 베스트에 새로이 추가된 곡)’,싱글로만 발표됐던 ‘Star Parade’, ‘New World’, 사이몬 앤 가펑클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The Boxer’ 등 다양한 음반에서 추출한 액기스들로만 채워 진 앨범이다. 특히, 일반적인 베스트 음반과는 달리 싱글 커트 곡과 팬들이 선호하는 곡들의 안배가 고르게 맞춰 져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체크 포인트이다.

도쿄발 맨체스터 사운드의 기수로 알려져 온 비너스 피터이지만 수록 곡의 면모를 살펴보자면 80년대를 관통하는 브릿 팝의 다양한 스타일이 비너스 피터만의 감성에 녹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스미스(The Smiths), 라스(The La’s),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등 다양한 밴드의 장점을 농축해 놓은 느낌이랄까? 공개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사운드와 편곡의 느낌은 결코 진부하거나 올드 패션이 아니다. 오히려 요즘의 밴드들이 넘어서지 못하는 스트레이트함, 유려한 코드진행, 사운드의 공간감 등이 놀라울 따름이다.

마음 같아서야 비너스의 피터의 지난해 말 발표된 13년만의 새 앨범 “Crystalize”와 오키노 슌타로의 솔로 앨범들 역시 국내에 소개됐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요원한 상황일지 모른다. 비너스 피터의 베스트 음반이 발매된 것만으로도 담당자의 눈썰미와 큰 용기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차트상의 히트나 방송 화제에 힘입어 발매되는 기존의 라이센스 음반들과는 달리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이유 한가지만으로 국내에 소개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드문 일이다(사실 일본의 음반 관계자들도 놀라는 눈치이다). 과연 한국 땅에서 과연 이 음반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글 : sombr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