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 박종호의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 (My Favorite Opera Ar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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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인류의 지혜가 만들어낸 최고의 오락이다 - 스탕달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의 저자이자 오페라 칼럼니스트 박종호가 안내하는 아리아 컬렉션의 결정판 "My Favorite Opera Aria"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방송 리퀘스트와, 만족도 100%의 필청 아리아 32곡을 선곡. 도이치 그라모폰, 데카, 필립스, EMI가 자랑하는 100년 레코딩 사상 최강의 연주진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수록곡 해설
CD 1
1. 벨리니 <청교도> : “A te, o cara 그대에게 사랑을”
<청교도>는 청교도와 왕당파로 나뉘어 싸우던 영국의 종교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이별의 드라마이다. 아르투로는 왕당파 기사지만 청교도 성주인 발톤의 딸 엘비라를 사랑한다. 그들의 순애를 인정한 발톤은 결혼을 허락하여, 오늘 하루는 포성이 멈추고 성의 문이 열렸다. 소나무처럼 당당한 기사 아르투로는 백합처럼 아름다운 엘비라를 신부로 맞이하기 위해 눈부신 은빛 갑옷을 입은 채 성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사랑을 담아 이 숭고하고 투명한 아리아를 부른다. 이렇게 떨리고 절실한 사랑의 고백이 또 있을까? 남성 고음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살려 낸 벨리니의 명 테너 아리아이다.
2. 생상 <삼손과 델릴라>:“Mon Coeur S'ouvre A Fa Voix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얼어붙었던 마음도 열리게 하는 메조소프라노의 명곡이다. 이스라엘 인들을 선동하는 그들의 지도자 삼손이 가진 괴력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델릴라가 그를 유혹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오페라에서 보여주는 이 대목의 델릴라는 그 순간일지언정 삼손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녀의 깊이 있고 고혹적인 노래에는 삼손을 향한 자신이 가진 열정의 모든 것을 다 담아낸다. “아침 햇살에 꽃봉오리가 열리듯, 그대의 음성에 내 마음도 열립니다. 당신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도 당신의 품으로 뛰어드는 내 맘보다 빠르지는 않을 걸요....” 누가 이 노래에 저항할 수 있으랴.
3. 조르다노 <페도라> : Amor Ti Vieta 참을 수 없는 사랑
조르다노의 가장 격정적인 오페라의 하나가 <페도라>인데, 제정 러시아 말기의 황족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호사스럽기 짝이 없는 작품이다. 러시아의 황녀 페도라는 젊은 대위 블라디미르와 결혼하지만, 신랑이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고 만다. 이에 페도라는 로리스 이파노프 백작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그녀는 그의 범행 증거를 잡기위해서 자신의 저택에서 열리는 화려한 파티에 그를 초대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른 채 파티에 참석한 로리스는 페도라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앞에서 이 정열적인 고백의 아리아를 장마 뒤의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당신을 향한 저의 사랑은 잠시라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4. 드보르작 <루살카> : Mesicku na nebi hlubokem (Ondine)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북유럽에서 내려오는 전설로서 우리가 흔히 아는 ‘엄지공주'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물의 요정 루살카는 깊은 산 속의 호수에서 걱정 없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달밤에 숲으로 사냥을 나온 왕자가 호수에서 목욕을 하는 것을 루살카는 보고 만다. 그 때부터 그녀의 마음은 평화를 잃고 매일 밤마다 왕자를 향한 그리움으로 사무친다. 그러나 자신은 한낱 물거품에 불과하기에, 달님을 향해 자신의 소원을 절절히 노래한다.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 왕자님이 날 보고 사랑해 줄 수 있도록....” 그러나 인간 세상의 사랑이 그리 쉬운 일이더냐? 그녀에게는 물거품보다도 못한 비극적인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5. 비제 <진주조개 잡이> : Je crois entendre encore 귀에 들리는 그대의 음성
<카르멘>으로 유명한 비제의 또 하나의 명작이 <진주조개 잡이>인데, 지금의 스리랑카인 고대의 실론 섬을 무대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작품이다. 젊은 두 청년 나디르와 주르가는 깊은 우정을 나눈 절친한 친구였지만, 어느 미인을 만난 순간 둘이 동시에 그녀에게 반함으로서 우정에는 금이 가고 말았다. 결국 나디르는 고향을 떠나고 그 동안 주르가는 부족의 족장이 된다. 오랜만에 귀향한 나디르는 옛날 사랑했던 그녀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고 이 이국적인 테너 아리아를 부른다.
6. 도니제티 <라 파보리타> : “O, mio Fernando 오, 나의 페르난도”
<라 파보리타>란 말은 총비(寵妃)라는 뜻으로 왕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귀부인을 일컫는다. 레오노라가 왕의 애인인줄 모르는 페르난도는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한다. 그는 그녀에게 구애하기 위해서 전쟁에 참가하고 큰 공을 세운다. 궁정으로 들어온 페르난도는 소원을 묻는 왕에게 왕의 옆 자리에 앉아있는 그녀를 아내로 달라고 요구한다. 페르난도의 뜻밖의 말에 놀란 레오노라는 그의 구혼이 반갑기도 하지만 그간 왕의 첩으로 살아온 자신의 행로가 후회스럽기도 하다. 두 남자의 사랑 사이에서 자신의 과거 때문에 고뇌하는 여심이 절절하게 그려진, 도니제티의 곡으로서는 드문 메조소프라노의 명곡이다.
7. 베르디 <나부코> : “Dio di Giuda 유대의 신이여”
구약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베르디 최초의 성공작 <나부코>는 타이틀 롤인 바리톤의 역량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오페라이다. 엄청난 권력을 누린 바빌론 왕 나부코는 오만의 극한을 달려서 스스로를 신이라고까지 칭했다. 그런 그의 자만에 내린 대가는 딸의 배신과 자신의 추락이었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진 나부코는 다시 겸손함을 되찾는데, 그가 유대의 신 앞에서 참회의 눈물로 기도를 올리는 대목이 이 아리아이다. 베르디 바리톤의 진정한 매력이 묻어나는 깊이 있는 명곡이다.
8. 오펜바흐 <아름다운 엘렌> “Amours divins… 저에게 사랑을 주소서”
오펜바흐는 독일 출신이지만 무려 70여곡에 이르는 오페레타를 작곡하여 파리 공연계를 자신의 이름으로 점령하였다. 그의 많은 오페레타들 중에서 잊을 수 없는 명작의 하나가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의 이야기를 요절복통의 패러디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엘렌>이다. 엘렌(헬레나)은 아가멤논의 부인이지만, 항상 뜨거운 사랑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불같은 사랑의 화신이다. 그녀는 미지근한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제발 저에게 멋진 사랑을 내려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의 음성은 참으로 간절하고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9. 마스네 <베르테르> : “Toute mon ame est la 어찌하여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마스네에 의해 멋진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사랑하는 샤를로트가 약혼자와 결혼하고 남의 부인이 되지만, 베르테르는 그녀를 항한 정열을 여전히 억제하지 못한다. 긴 여행 끝에 샤를로트의 집으로 다시 돌아 온 베르테르는 지난 날 그들이 읽던 오시앙의 시집을 발견하고 추억에 젖는다. 그런데 거기에 적힌 싯귀는 바로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베르테르는 격정에 넘쳐서 그 시를 아리아로 낭송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이를 때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열정적인 키스를 퍼붓는다.
10. 토마 <미뇽> : “Connais-tu le pays?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토마의 서정적인 오페라 <미뇽>은 독일의 문호 괴테의 청춘시절의 고백록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떠돌이 고아 소녀 미뇽이 부르는 이 은은한 아리아는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어렴풋이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고향을 묘사하는 곡이다. “그 나라를 아시나요? 무화과 꽃이 피어있고 금빛 오렌지가 불타오르는 곳. 도금양 나무는 조용히 월계수는 높이 서 있는 그 나라를 아시나요?” 미뇽이 묘사하는 그곳은 괴테가 늘 꿈꾸며 그리던 이탈리아로서, 베로나 부근의 절경인 가르다 호숫가가 그녀의 고향이다.
11. 도니제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Tu che a Dio spiegasti l'ali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
<루치아>는 여주인공의 크게 부각되는 벨칸토 오페라이지만, 남자주인공 에드가르도의 매력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사랑하는 루치아가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낙심한 에드가르도는 조상의 무덤을 찾는다. 그 때 루치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에 에드가르도는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느끼면서 이 절묘한 테너 아리아를 비통하게 노래한다. 그는 1절을 부르고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찌른다. 그리고 2절에서는 숨이 끊어질 듯이 허덕거리며 나머지 부분을 처절하게 부르고는, 자신도 그녀를 따라 하늘로 떠난다.
12. 레하르 <미소의 나라> : “Dein ist mein ganzes Herz 그대는 나의 모든 것”
<미소의 나라>란 어디일까?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는 중국을 무대로 한 이국적인 작품으로, 20세기초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소재로 한다. 빈 주재 중국 외교관 수 총은 백작의 딸 리자와 사랑한다. 그 후 수 총은 중국의 총리대신으로 임명되고, 그는 리자와 함께 본국으로 귀환한다. 그런데 베이징으로 온 수 총은 집안의 계획에 의해 네 명의 여성과 한꺼번에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 아닌가? 그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리자 앞에 그가 나타나서 “그것은 중국의 관습이자 형식일 뿐, 나의 사랑은 오직 당신뿐”이라고 노래한다. 내용이야 어떻든 남자가 이토록 정열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
13. 구노 <사포> : “Ou suis-je?… O ma lyre immortelle 불멸의 수금이여”
구노의 이 오페라는 2500년전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여류 시인 사포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녀는 많은 사랑 이야기를 특유의 일상적 문체로 그려내었다. 오페라에서 사포는 파옹을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은 사포를 떠나 글리세르에게로 움직인다. 결국 파옹은 글리세르와 함께 배를 타고 사포의 섬을 떠난다. 그들의 배가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을 몰래 지켜본 사포는, 해변의 절벽 위에 올라가서 수금(竪琴)을 들고 비통하게 노래한다. 노래가 끝난 그녀는 항상 자신 곁에 있어준 수금과 함께 에게 해 속으로 몸을 날린다.
14.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Gil aranci olezzano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이탈리아 영화처럼 아름다운 이 오페라는 봄날 아침에 그림 같은 풍광의 시칠리아 섬을 배경으로 막이 오른다. 때는 부활절 날이다. 척박한 생활로 살아가는 시칠리아의 농민들이지만, 오늘만큼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성당으로 향한다. 그들은 시칠리아의 아름다운 4월을 찬미하며 즐겁게 입을 모아 아름다운 노래를 합창한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꽃잎은 사방에 넘친다. 활짝 핀 꽃 속에서는 새들이 노래한다....” 시칠리아의 봄 풍경이 눈에 잡힐 듯한 합창곡이다.
15. 바그너 <탄호이저> : “O du mein holder Abendstern 저녁별의 노래”
<탄호이저>는 사랑을 순수와 관능의 두 세계로 나누어 대립시킨 작품으로서, 대본을 직접 쓴 30대 초반의 바그너 자신도 두 개의 가치 사이에서 고심했던 흔적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엘리자베트와 사귀던 탄호이저는 베누스에게 빠져 관능의 사랑에 탐닉하지만, 엘리자베트는 충실히 그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동안 마음속으로 그녀를 사모하면서 지켜보는 젊은이가 볼프람이다. 그러나 볼프람의 순정과 호의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트는 그의 접근을 거절한다. 그은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저녁별의 노래>로 알려진 이 바리톤 아리아로 부른다. “저녁의 어둠이 죽음의 예감처럼 대지를 덮어오는데....”
16. J. 슈트라우스 <박쥐> : “Herr Chevalier, ich grube Sie!… Merci, merci, ,merci! 모두 짝을 지어서”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는 만년에 적지 않은 오페레타를 써서 빈 오페레타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하였다. 그의 가장 인기 높은 오페레타 <박쥐>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중상류층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고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다. 부인을 속이고 온 남편, 주인을 속이고 온 하녀가 모두 모였지만, 오늘 밤 파티의 순간만큼은 그저 즐거울 뿐이다. 파티를 계획한 팔케 박사는 “이제는 남녀가 짝을 지어서 즐깁시다”라며 분위기를 띄운다. 박사의 선창에 맞추어 모두 짝을 지으면서 합창을 부른다.
CD 2
1. 베르디 <맥베스> : “Perfidi! All'Anglio contro me v'unite!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유달리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여 평생 그의 희곡집을 베게 밑에 두고 잤다는 베르디가 남긴 걸작이 <맥베스>이다. 욕망의 권좌를 위해서 악행에 악행을 거듭하면서 일생을 살아온 맥베스-반군이 성으로 쳐들어오자 자신의 생애도 이제 종말이 가까웠음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죽음 앞에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맥베스는 이 회한으로 점철된 통렬한 탄식의 아리아를 통하여 인생의 허망함을 노래한다.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노년의 안식도 나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주검에는 한 송이의 꽃도, 나의 비석에는 한 줄의 미문(美文)도 남겨지지 않을 것이다....”
2. 벨리니 <노르마> : “Casta Diva 정결한 여신이여”
로마의 정치가 시저가 갈리아 지방의 총독으로 있을 때 썼다는 ‘갈리아 전기'를 연상시키는 것이 벨리니 최대의 걸작 <노르마>이다. 갈리아 지방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그들의 신앙인 드루이드 교를 신봉한다. 드루이드 교도들은 로마에 대항하여 봉기를 획책하고 있는데, 출정을 위해서 여사제를 통한 신탁이 내려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여사제 노르마는 로마 총독 폴리오네와 사랑했던 사이이며, 이미 그의 아이까지 몰래 낳았다. 그녀는 신탁을 준비하는 이 순간에도 조국의 승리보다는 떠나버린 폴리오네의 사랑이 다시 돌아오기를 염원하면서, 이 장엄하고 성스럽기까지 한 아리아를 부른다.
3. 조르다노 <안드레아 세니에>: "Come un bel di di maggio 5월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안드레아 세니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에 실존했던 외교관이자 시인이었다. 그는 생전에 단 두 편의 시를 발표했을 뿐이지만, 사후에 출판된 유고시집은 그를 당대의 가장 중요한 프랑스 시인으로 만들었다. 그는 실제에서나 오페라에서 논설과 시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혁명적 정신을 불어넣은 오피니언 리더였다. 프랑스 혁명은 성공하였지만 그는 로베스피에르 등과는 다른 온건 노선을 고수하여, 결국 집권파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열정적인 테너 아리아는 흔히 <단장시(斷腸詩)>라고 불리는데, 단두대로 향하기 직전에 쓴 시로서 죽음을 앞둔 32세의 남성이 삶에의 안타까운 미련을 토해낸다.
4. 도니제티 <연대의 딸>:"Ecoutez - moi, de grace!그녀 곁에 있고 싶어 군인이 되었소”
마리는 전쟁터에 버려진 고아인데, 군인들이 주워서 21연대의 마스코트로 자랐다. 장성한 마리의 모습에 반한 토니오는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서 자진 입대하여 군인이 된다. 그러나 마리는 베르켄필트 후작의 자손으로 밝혀져서 군대를 떠난다. 세월이 흘러 후작부인은 귀족 교육을 시킨 마리를 명문가에 시집보내려고 한다. 그 때 저택에 군대가 나타나는데, 새 지휘관은 그 동안 공훈을 세워서 대위의 계급장을 달고 있는 토니오다. 그는 후작부인의 손을 붙잡고 이 로만차를 애절하게 부르면서 마리에 대한 순정을 고백한다. 파리 코미크 극장을 위해 쓴 오페라 코미크로서, 노래는 불어로 불린다.
5. 베르디 <돈 카를로> : “Dio, che nell'alma infondere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스페인 왕이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서 유럽 최고의 권력자였던 필리포 2세는 프랑스의 엘리자베타 공주를 세 번째 부인으로 맞는다. 그런데 그녀는 원래 자신의 아들인 카를로의 약혼녀였다. 연인이 졸지에 어머니가 된 이 기막힌 상황에서 카를로는 조금씩 미쳐간다. 마음을 의지할 데 없는 카를로는 할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성당을 찾는데, 거기서 그는 친구인 로드리고를 만난다. 로드리고는 카를로에게 이제 어머니는 잊고 학대받는 플랑드르 지방을 위해 큰 뜻을 펼치자며, “둘이 평생을 함께 살고 함께 죽자”는 멋진 <우정의 2중창>을 부른다. 들을 때마다 테너와 바리톤의 단순한 화음이 가슴을 때린다.
6. 헨델 <리날도> : “Lascia ch'io pianga 울게 하소서”
성공의 푸른 꿈을 안고 런던에 도착한 헨델이 최초로 성공한 오페라가 <리날도>이다.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데, 십자군 지휘관의 딸 알미레나는 예루살렘의 왕 아르간테의 성에 포로로 잡혀 있다. 아르간테 왕은 그녀에게 반하여 계속해서 구애한다. 그러자 알미레나는 “아, 제발 저를 이대로 있도록 내버려 두세요. 혼자 울게라도 놔두세요....”라며 아리아를 부른다. 영화 <파리넬리>에 삽입되어 유명해졌지만, 실제는 영화처럼 남성 카스트라토가 아니라 여성 소프라노가 부르는 곡이다. 30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세련미가 두드러지는데, 이건 노래라기보다는 차라리 탄식이다.
7. 로시니 <모세> : “Dal tuo stellato soglio 하늘의 옥좌에서”
로시니는 흔히 오페라 부파의 명수로 알려져 있지만, 몇 곡의 뛰어난 비가극을 들으면 그의 숨겨진 재주에 또 한번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 중에서 참으로 멋지고 장대한 드라마가 바로 <모세>이다. 모세는 이집트에서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리고 그곳을 탈출하는데, 군대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모세 일행을 홍해 바다가 가로막는다. 진퇴양난에 처한 모세는 무릎을 꿇고 여호와에게 진지한 기도를 올린다. 베이스를 주인공으로 오페라는 드문데, 이 클라이맥스 대목에서 모세의 베이스 음성은 참으로 숭고하고 장엄하다.
8. R.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Di rigori armato il seno 완고함으로 이 가슴을 굳히고”
바그너 스타일로 성공을 거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번에는 모차르트의 스타일을 취해 최고로 호화로운 오페라를 만들어 낸 것이 <장미의 기사>이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통치하던 화려했던 빈이다. 육군 원수인 베르덴베르크 공작 부인은 아침부터 호사스런 치장을 하고 그녀를 찾는 많은 내방객들을 접견하느라 분주하다. 그런 부인에게 이탈리아에서 온 테너 가수가 소개되는데, 그는 부인을 위해 단 한 곡의 아리아를 부른다. 독일 오페라에서 뜻밖에 만나는 이 멋진 이탈리아 풍 노래는 내 마음을 송두리째 휘저어 놓는다.
9. 번스타인 <캔디드> : “Glitter and Be Gay 화사하고 즐겁게”
프랑스의 문호 볼테르의 철학적이고 풍자적인 모험담 <캉디드>는 미국의 작곡가 번스타인의 번뜩이는 기지에 의해 독특한 오페라 <캔디드>로 거듭났다. 웨스트팔리아 영주의 딸 귀네곤데는 우여곡절 끝에 권력자의 애첩이 되었다. 그녀는 마음에 없는 남자 앞에서 애교를 부리며 살아야 하는 자신의 비참한 신세를 한탄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마음을 바꾸어서 남은 앞날을 낙천적으로 살아가자면서, 이 콜로라투라의 기교로 가득 찬 노래를 즐겁고 화려하게 부른다.
10. 벨리니 <몽유병의 여자> : “Vi ravviso, o luoghi ameni 그리웠던 아름다운 나라”
<몽유병의 여자>는 아름다운 스위스의 산 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먼 추억과도 같이 아련한 전원의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평화로운 마을에 한 사람의 노신사가 고급 마차에서 내린다. 그는 어렸을 때 이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 이 지역의 영주 로돌포 백작이다. 그는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둘러보면서 유년기부터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이 곳을 감회에 젖어 노래한다. 아름답고 은은한 베이스 음성은 벨리니 오페라 특유의 서정미와 선율미를 보여주면서 듣는 나를 마음속의 고향으로 데려가기에 충분하다.
11. 푸치니 <나비부인> : “Humming Chorus 허밍 코러스”
가사 한 줄도 없는 곡이 이렇게 유명해진 예가 있을까? 이 푸치니의 걸작은 개항 당시의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미국으로 돌아간 남편을 3년째 기다리던 초초상이 항구에 들어온 배를 보고는 그가 집으로 오기를 기다리지만, 밤이 되어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 때 멀리 불이 깜박이는 항구에서 합창이 들려온다. 이 곡은 하루 일을 끝낸 부두 노동자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쉬면서 밤에 부르는 일종의 노동요(勞動謠)인 셈이다. 그 노래는 가사도 없이 오로지 허밍으로 불리는데, 바닷바람을 타고 언덕 위 초초상의 집까지 들려온다.
12. 베르디 <두 사람의 포스카리 인>:“Questa e dunque l'iniqua mercede 이것이 백발 용사에 대한 보답인가”
이 오페라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총독이었던 프란체스코 포스카리가 자신의 아들이 모함되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국가의 질서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서 아들을 죽이고 만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지내던 영국의 문호 바이런이 이 역사에 큰 감동을 받아서 쓴 극시(劇詩)에 기초하고 있다. 네 아들 중에서 셋을 이미 잃고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아들도 죽인 총독-그 앞에 10인 위원회가 나타나 이제는 퇴위마저 요구한다. 그러자 격노한 노총독은 그들 앞에서 피를 토하는 이 통한의 바리톤 아리아를 부른다. “이것이 평생을 조국을 위해 살아온 백발 용사에 대한 너희들의 보답인가....”
13. 베르디 <에르나니> : “Ernani! Ernani, involami 에르나니, 날 데리고 도망가 주오”
중세 스페인을 배경으로 위고가 쓴 이 정치적 역사극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스페인 왕인 카를로, 스페인의 대귀족 실바 공작, 그리고 백작이었지만 지금은 산적 두목이 된 에르나니-이렇게 세 명의 남자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엘비라란 귀족 처녀가 중심인물이다. 그녀는 실바 공작의 강권으로 내일이면 강제로 그와 결혼해야한다. 결혼 전날 밤 엘비라는 사랑하는 에르나니가 나타나서 자신을 납치라도 해주기를 바라면서 장대한 아리아를 부른다. “에르나니, 날 데리고 도망가 주오. 그대와 함께라면 황야든 동굴이든 따라가리....”
14. 푸치니 <투란도트> : “Non piangere, Liu 울지마오, 류여”
중국의 변방국가로서 지금은 망해버린 티무르의 왕자 칼라프는 베이징으로 와서 숨어 지낸다. 그러던 그는 투란도트 공주를 보고는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공주에게 구혼하기 위해서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어야하고, 그것을 다 맞추지 못하면 목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권력과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앞에 칼라프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렇게 무모한 그를 말리는 사람은 그를 사모하기에 아직도 그를 따르고 있는 여자 몸종 류다. 눈물로 자신을 말리는 류에게 칼라프는 자신의 절절한 입장을 이 아리아로 노래한다.
15.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Che faro senza Euridice 나의 에우리디체를 돌려다오"
그리스 신화를 다룬 명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서 이 아리아는 간판격으로 유명한 곡이다. 아내 에우리디체의 죽음을 탄식하던 오르페오는 직접 하계(下界)로 내려가서 하계의 왕을 설득하여 아내를 다시 지상으로 데려온다. 그런데 지상으로 가는 도중 아내에게 말을 걸어서도 돌아보아서도 안 된다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에우리디체의 조급함에 그는 그만 아내를 뒤돌아보고, 그녀는 영원한 죽음으로 빠져든다. 아내의 주검을 안고 흐느끼는 이 곡은 현대인의 감성에도 여전히 감동으로 다가온다. 남성 역할이지만 카스트라토 외에도 알토나 메조소프라노도 부른다.
16.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Un' aura amorosa del nostro tesoro 산들바람은 시원하고"
<코지 판 투테>란 우리말로 ‘여자들은 다 그래'란 뜻이다. 두 남자 친구는 자신들의 애인의 충실함을 자랑하다가, 서로 변장을 하고 상대방의 애인을 유혹하는 내기를 하게 된다. 굴리엘모가 페르난도의 애인을 유혹하지만 아직 그녀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이것을 보고 만족한 페르난도가 만족하여 부르는 아리아가 이 곡이다. 모차르트를 전문으로 부르는 미성의 레제로 테너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애호하는 곡으로, 참으로 우아하고 청아한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