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face Killah - More 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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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탱클랜의 황금라인! GHOSTFACE KILLAH의 신보 [MORE FISH]
우탱클랜의 황금라인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최신작 [More Fish]! 국내 힙합 마니아 사이에서 뜨거운 지지 속에 발매되는 이번 앨범에는 언더와 오버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온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들로 가득 차 있다.
Trife(트라이프)와의 환상의 조합으로 탄생한 소울풀한 첫 싱글 “Good”을 비롯, 최근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재즈 및 소울 싱어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보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You Know I’m No Good”, 정통 갱스터-허슬러 넘버인 “Block Rock” 등이 웰메이드 프로듀싱 앨범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한, 보너스 트랙으로 지난 앨범 “Fishscale” 에 수록된 히트넘버로 니요와 카니예 웨스트가 참여한 트랙 “Back Like That Remix” 역시 본 앨범의 소장가치를 높이는데 일조!
랩과 비트를 넘어 샘플링의 시대를 열었던 우탱 클랜은 어찌보면 사운드 프로덕션과 프로듀서가 곡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현재 힙합씬의 새로운 패턴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비트만으로의 곡의 분위기를 좌우했던 미니멀리즘(최근의 크렁크를 위시한 비트를 잘게 쪼개는 기법과는 또 다른)에 샘플링을 통한 새로운 유니크니스를 제시했던 이들은 그 혁신성이 지금의 힙합씬의 기초에 큰 영향력을 불어넣었던 만큼, 해체 후에도 다양한 범위에서 각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이어가며,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러한 활동이 더욱 의미 깊은 것은 새로운 것을 시작한 자들만이 체득할 수 있는 직관적인 스킬이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현재의 힙합 씬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많은 반목과 불필요한 다툼에도 불구하고, 90년대 힙합씬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분명한 이유는 이스트/웨스트간의 끊임없는 적의였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 있어, 현재 시점에서 우탱 클랜 출신으로 가장 최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아티스트는 고스트 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일 것이다. 제이지 은퇴후 뉴욕 최고의 MC는 누구냐는 설문조사에 1위로 뽑힐 랩 스킬은 두말할 것 없거니와, [Fishscale]에서 보여준 것처럼 메인스트림의 트렌드와 과거 우탱 스타일의 핵심을 가장 조화롭게 구성해내는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도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탁월함은 두드려졌다. 우탱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미디어들의 호들갑에도 꾸준히 자기 색채를 쌓아온 그의 앨범들은 어느 정도는 메이저 프로덕션의 스타일과 차이를 두면서도 그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노련한 재기로움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절충점을 잘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메이저 아티스트로서의 웰메이드에만 머무르지 않는, 어느 정도의 독자성을 지닐 수 있었다는 점이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두드러진 강점이라 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독자성은 비단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솔로 앨범들만이 아닌, 드 라 소울(De La Soul)의 [The Grind Date]에 수록된 'He Comes' 등의 피쳐링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바 있다. 현재 랩퍼들이 가장 초빙하고 싶은 feature 아티스트로 꼽히기도 한다는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장점은 비단 자신만의 색깔을 분연히 드러내는 것만이 아닌, 타인의 영역에도 보기 좋게 스며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데 있다. 타인의 비트를 이해할 수 있다는 너그러움과 압박에 가까운 타이트함을 두 축으로 하는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스펙트럼은 얼마나 넓을 것인가. 사실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성공 요인은 균형과 감각을 넘어서, 음악과 본질적으로 그 궤를 함께 했다는데 있을 것 같다.
모든 아티스트의 근본적인 관점이 될 ‘시대와의 균형감’과 ‘독자성’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근작 [Fishscale]에서 집중되었던 부분은 전자일 것이다. 니요(Ne-Yo)의 보컬라인과 카니예 웨스트의 프로듀싱으로 제작된 첫 싱글 ‘Back Like That’ 상징하는 것은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관용에 가까울 너그러움으로, 자신의 강점인 휭키하면서 하드코어한 랩핑의 메인스트림과의 새로운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할 것이다. 이 곡이 가졌던 팝 적인 설득력에 록키의 대사와 브라스의 터질듯한 긴장감을 그만의 프레셔로 믹스해낸 ‘The Champ’같은 트랙들이 공존했던 [Fishscale]은 많은 매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건재와 발전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씬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해준 듯 싶다.
[Fishscale]의 후속 버전의 개념으로 내놓은 [More Fish]는 전작에서 보여준 ‘균형감’과 ‘독자성’의 간격은 유지되면서, 각자의 레벨은 점점 더 고도화되어간다. 이번 앨범에서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자신의 아들인 갓(God/17세)과 ‘Miguel Sanchez’, ‘God 2 God’ 등 두 곡을 함께 녹음하며 가족애를 과시하는 등 또 다른 의미의 화제가 되고 있으며, 그의 아들 외에도 Theodore Unit 패밀리들인 트라이프 다 갓(Trife Da God), 캐패도나(Cappadonna), 션윅스(Shawn Wiggs) 등이 게스트로 참여했으며, 이미 전작에서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 엠에프둠(MF Doom)과 피트 락(Pete Rock)을 비롯한 매드립(Madlib), 하이텍(Hi-Tek) 등이 프로듀서로 다시 참여함으로서 전작과의 공통 노선이라는 안전 장치를 확보하되,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전작이 니요와 카니예 웨스트를 선두로, 우탱의 멤버들을 대거기용함으로서 웰메이드 프로듀싱을 통한 균형점 찾기에 노력했다면, 이번엔 자신의 유닛과 새로운 사운드를 대폭 도입함으로서 독자성에 기인한 ‘차별점’을 찾는 쪽에 주력하고 있다. 첫 싱글 커트 넘버 ‘Good’에서는 자신의 독자적인 컬러중 하나인 휭키함을 적극적으로 살려낼 수 있도록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Love Music’을 샘플링하면서 호른-재지한 악기들을 대폭 활용하며, 소울풀한 댄스 플로어의 분위기를 트랙 안에 실어내고 있으며, ‘Block Rock’과 같은 스트리트-게토 넘버의 정통적인 갱스터-허슬러 넘버가 있는가 하면, ‘Gotta Hold On’ 같은 곡에서는 Shawn Wigs의 깊은 곳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감성 깊은 랩이 있고, ‘I Don't Want You Back’ 같은 트랙에서는 힙합으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탄력적인 훅이 놀라운 리듬감을 창출하기까지 한다.
이 앨범의 출발은 전작 [Fishscale]의 부진한 판매고에 다소 자극 받은 바 크지만, 전작에서 시작된 메인스트림과의 접점 찾기는 이번 앨범에서 더욱 풍성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탱 클랜이 활개를 치던 시대와는 힙합의 의미도, 개념도, 사운드도 달라져버린 지금이지만,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스킬에 기인한 끊임없는 시대와의 호흡은 그 범위를 더해가며 점차적인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의 시적이고 현실적인 가사의 미학은 여전하며, 지나치게 자신의 과거를 현재에 내어주지 않는 경계선에 대한 훌륭한 스스로의 이해. 스트릿 오페라로 불리울 그의 표현력과 다양한 부정의 해학까지. 전작을 고스란히 계승했다한들 놀라운 퀄리티로 인정받을 앨범이 과감한 시도로 인해 한껏 그 의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어느 곳에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쏟아내는 노력의 진정성,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비트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드라이브가 되어주고 있음을 다시 한번 설파해준다.
트렌드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는 법칙이지만, 모두가 카니예를, 모두가 릴존을 좆아 간다고 하면, 힙합씬의 넥스트라는 것은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하지만 모두가 드 라 소울이 되어선 안되는 것처럼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 대중성과 다양성의 적절한 교집함을 읽어내는 것은 아티스트가 필히 지녀야 할 내적인 폭이라 할 것이다. 지금껏 이 폭을 끊임없는 생산성으로 경주해왔던 고스트페이스 킬라. 씬의 리더로서, 최고의 랩퍼로서 그가 가진 부담감을 이렇듯 흥미롭고, 유쾌한 발현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아티스트로서 가진 또 하나의 재능이리라. 그의 실험이 계속될수록, 우리는 또 다른 사운드를 듣게 되고, 또 다른 힙합의 면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밝히고자 달려가는 걸음이 되려 지치지 않기만을. 그의 랩 안 에서 가만히 바랄 뿐이다.
[자료제공: 유니버셜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