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빈, 남상일, 한승석의 소리세계 [젊은산조 7]
임현빈의 춘향가
임현빈은 우리 시대에 가장 주목할만한 중견 명창이다. 전통음악을 해온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소리의 바탕이 그야말로 탄탄하며 틀림이 없다. 젊은 나이인데도 원숙한 방식으로 소리하며, 연기력도 좋아 창극과 판소리에서 주역의 자리에 서있다. 임현빈의 소리는 슬픈 음색을 바닥에 깔고 있다. 그의 음색과 소릿결은 얼핏 한 대목만으로도 청중에게 다가가는 호소력과 집중력이 엄청나다. 전통사회에서라면 임현빈의 슬픈 음색이야말로 임방울에 비견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덕목을 지니고 있다.
남상일의 심청가
남상일은 아직 30대가 채 되지 않은 젊은 소리꾼이다. 그는 목소리가 우렁차지만 미성이고, 성음이 분명하지만 청년의 음색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는 우리시대 특출나게 빼어난 소리꾼이자 국립창극단에서 가장 활약이 많은 배우이다. 그는 소리뿐 아니라 악기 연주솜씨도 빼어난 재주꾼이다. 남상일은 춘향가와 심청가, 수궁가와 흥보가, 그리고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마당을 두루 잘하며, 특히 창극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통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광대의 면모를 지니고 있는 소리꾼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상일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탁월한 판소리 실력과 함께 임기응변에 능한, 전통적 의미에서의 광대적 자질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승석의 적벽가
한승석은 아주 꿋꿋한 소리를 펼쳐 보이는 소리꾼이다. 한승석은 원래 서울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활약하다가 정말 어쩔 수 없는 태생적 광대 기질 때문에 소리세계로 들어온 인물이다. 실력도 갖추고 있으며 그가 구사하는 성음도 녹녹하지 않다. 아주 때깔 나게 한 대목을 장악하여 보여준다. 한승석은 이론가이기도 하다. 한승석은 판소리의 재해석 작업이 특히 돋보인다. 그가 푸리와 함께 해온 작업은 판소리의 세계를 확대하는 일이다. 피아노와 함께하는 단가와 판소리 작업이 특히 그러하다. 자신의 세계를 판소리에만 국한시키지 않으려는, 좀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지향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