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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op Dogg - Tha Blue Carpet Treatment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살아있는 전설, Snoop Dogg(스눕 독)! 갱스터 랩 / G-Funk의 왕자에서 끊임없는 음악성 확장을 통한 자기 발전을 이루어온 스눕 독의 8번째 스튜디오 앨범, [Tha Blue Carpet Treatment]

빌보드 역사상 최초의 차트 1위 데뷔앨범이 되었던 1993년 데뷔앨범으로 갱스터 랩의 전성기를 열었던 스눕 독! 스눕 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직설적인 가사를 담은 나긋나긋한 래핑과 피쳐링 게스트 비-리얼(B-Real)의 강렬한 비트가 어우러진 첫 싱글 "Vato", 독특한 음색의 힙합 아이콘 에이콘과의 하모니가 어우러진 에이콘과의 신보 공동 수록곡 "I Wanna Fuck You" 등 더욱 다양해진 참여 아티스트와 앨범의 프로듀서진이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모양의 약동하는 그루브 21곡 수록!

90년대의 힙합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이 있다. 바로 Gangster Rap과 G-Funk. 이 두 거대한 흐름은 힙합을 마초적이고 폭력적인 가사가 난무하는 강한 남성들의 전유물로 탈바꿈 시키며 미 전역의 힙합 씬을 지배했다. 특히, 90년대 초반, Dr. Dre와 Snoop Dogg, Warren G를 필두로 ‘Dogg’ 또는 ‘G’ 돌림자를 쓰는 형제들이 일으켰던 새로운 스타일의 힙합, G-Funk는 90년대 중후반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수많은 뮤지션들을 배출하고, 서부의 Death Row를 당대 최고의 레이블로 끌어 올렸다. 그 영향력은 실로 거대한 것이어서 당시 힙합이라는 문화를 처음 접했던 이땅의 젊은이들은 ‘힙합 = 갱스터 랩 & G-Funk’라는 공식을 마음 속에 새기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갱스터 랩과 G-Funk의 아버지로 힙합계의 마이더스 닥터 드레를 서슴 없이 꼽는다. 하지만 닥터 드레의 중독적인 비트 위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폭력적이고 성적인 가사들을 내 뱉는 스눕 독이 없었다면? 10년 전 찬란했던 G-Funk의 역사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스눕의 본명은 Calvin Broadus, G-Funk의 전성기 그의 주무대였던 캘리포니아 롱 비치 인근에서 태어나 자랐다. 스눕이라는 별명은 어릴 적부터 깡마른 체형이었던 그가 만화 ‘찰리 브라운’에 나오는 Snoopy를 닮았다며 어머니가 붙여주었다. 어린 시절 교회 성가대로 활동하며 음악에 소질을 보였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코카인을 소지한 혐의로 감옥에서 3년을 보내게 된다. 범죄자의 삶에 탈출구로 음악을 택한 스눕은 감옥에서부터 랩 연습에 몰입했고, 출소 후 그의 친구 워렌 쥐의 집에서 함께 작업하며 데모 테이프를 만든다. 워렌 쥐는 그의 이복형이자 갱스터 랩의 시작을 연 그룹 NWA의 멤버인 닥터 드레에게 자신들이 만든 데모 테잎을 들려주었고, 드레는 스눕의 독특한 랩에 깊은 감명을 받아 곧 그와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둘의 첫 결과물은 드레의 첫 솔로 작품이었던 영화 'Deep Cover'의 테마 곡. 특유의 나른한 랩핑으로 스눕 도기 독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스눕은 이후 1992년 겨울 발매된 닥터 드레의 데뷔 앨범 [The Chronic]에 참여하면서 인기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앨범 수록 곡의 절반에 랩으로 참여한 스눕은 자신이 피쳐링 한 'Nuthin' but a 'G' Thang'과 'Dre Day'가 빅히트를 치면서 드레와 함께 90년대 초, 갱스터 랩과 G-Funk의 시대에 왕좌를 차지하게 된다.
닥터 드레의 [The Chronic] 앨범의 성공으로 데뷔 앨범을 내기도 전에 이미 가장 유명한 랩퍼가 된 스눕. 그 이전의 어느 랩퍼와도 다른 그만의 나긋나긋한 랩핑 스타일과 그런 랩핑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폭력적이고 성적인 가사들은 사람들에게 그를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자신의 데뷔 앨범 발매 직전에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체포 되면서 스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하늘 높이 치솟게 된다. 그의 체포는 아이러니 하게도 그의 가사가 '허구가 아닌 실재 그의 생활이다' 라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앨범이 발매되자 사람들은 진짜 갱스터가 내뱉는 진짜 갱스터랩을 듣기 위해 레코드샵으로 달려갔다. 결국 1993년 11월, 데스 로우를 통해 발매 된 그의 첫 앨범 [Doggy Style]은 역사상 최초의 차트 1위 입성 데뷔 앨범이 되었고, ‘Who Am I (What's My Name)?’과 ‘Gin and Juice’등의 싱글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1994년 초반은 스눕의 시간이 된다. 하지만 스눕은 곧 저속하고 과격한 가사와 범죄에 연루된 사실로 인해 많은 공격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한 스눕의 대처는 무척이나 능글 맞다. 그는 자신의 재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역이용해 첫 앨범의 수록 곡 'Murder Was The Case'의 가사내용대로 영화를 만들고, 동명의 싱글 앨범을 사운드트랙으로 발표한다. 결과는 스눕의 승리. 싱글은 차트 1위로 데뷔했고, 이에 힘 입어 앨범은 4백만장 고지를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스눕은 1995년을 재판으로 날려버린다. 지지부진한 재판 끝에 스눕은 1996년 2월이 되서야 모든 혐의를 벗고 다시 음악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처음 한 일은 소속사 데스 로우의 새 동료 2Pac의 새 앨범 [All Eyez On Me]에 참여하는 것. 두 명의 랩퍼가 함께 한 ‘All Bout U’와 ‘2 of Amerikaz Most Wanted’는 많은 인기를 얻었고 스눕의 주가는 더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96년 11월, 슈퍼스타 스눕의 두 번째 앨범 [Tha Doggfather]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결과는 전과 달랐다. 실패의 이유는 먼저 G-Funk의 창시자 닥터 드레가 소속사 사장과의 불화로 그의 곁을 떠났고, 두 번째로는 세상이 변해 있었다. 영원히 타오를 것만 같았던 G-Funk의 불씨가 재판을 질질 끄는 동안 사그러들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스눕과 함께 전설을 이어갈 동료 투팍이 앨범 발매 몇 주전 불운의 총격사건을 당해 유명을 달리 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다는 것을 증명하듯, G-Funk라는 거역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거대한 조류 역시 서서히 내리막을 걷게 된다. 이에 G-Funk 뮤지션들은 나름대로의 길을 모색하게 되는데, 스눕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Master P의 No Limit 사단을 택한다. 스눕은 이때부터 자신의 이름 ‘스눕 도기 독’에서 ‘도기’를 빼고 ‘스눕 독’ 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바뀐 이름처럼 그의 음악도 웨스트 코스트의 G-Funk에서 남부의 South 스타일로 바뀌게 된다. 슈퍼스타 스눕과 당대 최고의 흥행성을 자랑하던 노 리밋의 결합은 많은 힙합 팬들에게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겨 주었지만, 연이은 두 장의 앨범 [Da Game Is to Be Sold Not to Be Told]와 [No Limit Top Dogg]은 그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고 만다. 재기를 위해 고심하던 스눕은 다섯 번째 앨범 [The Last Meal]을 통해 다시금 웨스트 코스트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 앨범은 노 리밋의 이름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그들의 손을 떠나 닥터 드레, Scott Storch, Timbaland 등의 유명 프로듀서와 Meech Wells, Jelly Roll, Soopafly 등 2세대 G-Funk 프로듀서들의 손을 빌어 탄생 되었다. 데뷔 앨범 이후 가장 뛰어난 음반이라는 평을 받은 이 앨범은 스눕의 음악적인 능력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을 뿐 아니라 이후 스눕의 음악적 행로에 방향키를 제시하게 된다.
이어 내놓은 여섯 번째 앨범 [Paid Tha Cost to Be Da Bo$$]를 통해 스눕은 Neptunes의 Pharrell과 Ludacris, Jay-z, Nate Dogg에서부터 The Dramatics까지 참여하는 이스트, 웨스트, 사우스를 가리지 않고, 힙합과 Soul, Funk가 공존하는 자신만의 흑인음악 잡탕찌게를 끓여서 우리에게 가져왔다. 스눕의 새 앨범이 나올때마다 G-Funk를 사랑했던 팬들은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알 수 없었지만 스눕의 앨범은 음악성과 상업성을 골고루갖춘 명작이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슈퍼스타 스눕의 선택이었다. 그의 선택은 작년에 나온 일곱번째 앨범[R&G (Rhythm & Gangsta) The Masterpiece] 에서도 이어졌다. 히트 싱글 ‘Drop It Like It's Hot’과 ‘Let's Get Blown’, ‘Signs’를 비롯 무려 5곡을 프로듀싱한 넵튠스에 The Alchemist, Soopafly, Lil' Jon, Hi-Tek 등 절대 한데 뭉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프로듀서들이 모인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마스터피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넵튠스 프로듀싱의 감각적인 미니멀리즘 힙합 곡 ‘Drop It Like It's Hot’은 지난 시절 노 리밋의 뛰어난 홍보력과 셀링 파워 덕에 발매 할 때마다 앨범 차트를 정복했지만, 싱글 차트에서는 별볼일 없었던 스눕의 암울한 방황기가 끝났다는 것을 증명하듯 싱글차트에서 무려 4개 부문의 탑을 거머쥔다.
G-Funk의 왕자에서 노 리밋의 전사로, 법정싸움과 동료의 죽음, 좌절과 실패를 겪지만, 결국엔 자기의 이름으로 힙합 계 전체에 우뚝 선 스눕 독. 최근에는 다시 자신의 고향 웨스트 코스트로 돌아와 분열되었던 웨스트를 하나로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8번째 스튜디오 앨범 [Tha Blue Carpet Treatment]를 발표한 스눕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 왔다”고. 자신이 소속된 갱단인 Crips와 연관된 파란 바탕의 자켓에 스킷 하나 없이 21트랙, 무려 78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스눕의 새 앨범은 지난 앨범의 매끈한 대중성 만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적지 않은 당혹감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욱 다양해진 앨범의 프로듀서진과 참여 아티스트들이 주인공 스눕 독과 함께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화학적 결합은 수록 곡 전체에 걸쳐 서로 다른 모양의 약동하는 그루브를 만들어 낸다. 보다 깊어지고, 보다 로우해지고, 보다 미니멀해진 스눕 독의 새로운 음악들.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더욱 더 빠져드는 이 음악을 즐기는 건 그의 음악을 기다려 온 당신의 몫이다.

2006. 11. 류연근 (자료 제공 유니버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