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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 Roland Hanna Trio - Apres Un R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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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에서 발표한 세번째 작품이자 유작 앨범이 되버린 "Apres Un Reve" 앨범의 반주자는 'Dream'과 'Milano, Paris, New York'과도 달리 론 카터(Ron Carter)와 그래디 테이트(Grady Tate)이다. 카터는 '뉴욕 재즈 쿼텟'에서의 동료이기도 하며, 서로 잘 아는 사이이다. 한편 테이트는 한나와 동년의, 또 한나와 같은 정도의 다채로운 캐리어를 자랑하는 베테랑이며 이상적인 포진이라 해도 좋다. 첫번째 수록곡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가의 카프카'에 전면적으로 피처 된 것으로 슈베르트 재평가의 조짐도 있지만, 한나의 슈베르트 해석은 얼마나 세련된 것인가. 어디까지나 투명하고 맑은 아름다운 연주이다. 이것이 롤란드 한나가 죽기 2개월 전의 연주라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이어서 표제곡 '꿈꾸고 난 후에'는 포레의 가곡이지만, 상당히 현대적인 울림이 인상적이다. 단음의 연속에 익숙해진 멜로디가 하나의 연주에 의해 하모니가 풍부하게 되살아난다. 이 앨범 전체적으로 그러하지만, 각 곡을 짧게 일단락 지어,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연주가 많다. 'This Is My Beloved'는 보로딘(Alexander p. Borodin)의 작곡에 기인한다. 한나의 연주는 재즈로서의 연주 속에 클래식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하지만 어딘가 달콤하게 녹아들게 한다. 너무 달지 않는 달콤함의 적절한 조절이 훌륭하다. 현악사중주를 위한 곡이지만,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오리지널과 같이 자연스러운 울림으로 시종 일관 연주 하고 있다.
그리고 쇼팽. 클래식에서 영감을 얻은 재즈 피아노 앨범에서는 빠뜨릴 수 없이 들려주고 싶은 부분이지만, 우선은 론 카터의 아주 절묘한 솔로에 놀라게 된다. 나는 카터의 베이스 솔로는 음정이 약하다는 둥 나쁘게 평하여 왔지만, 이렇게 멜로디를 간단히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역시 명인이다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무리 카터가 열심히 해도 후반에 나오는 한나의 피아노 라인이 훨씬 더 인상 깊다. 베이스의 노력과 피아노의 아주 자연스러운 가심(歌心). 이 대비가 예사롭지 않다. 5번째 곡은 앨범 중 유일한 한나의 오리지널 곡이다. 산뜻하면서도 슬픈 아름다운 선율이다. 타이틀은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를 연상시키지만, '모래알에게서 세계를, 들꽃에게서 천국을 보네'라는 말에 영감을 얻은 곡이기라도 한 것일까. 가벼운 템포 속에 신비적인 감각이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재즈라 하기보다 시를 붙여 팝으로 만들어도 성공할 것 같은 좋은 곡이다. 이어지는 곡은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루빈슈타인(Rubinstein)의 '멜로디 F'이다, 로맨틱한 피아노 명곡으로서 알려진 테마이지만,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해석으로 연주하고 한나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가벼운 싱글 노트 속에 흘러넘칠 것 같은 피아노 터치의 아름다움이 넘치고, 부드러운 도취로 유혹한다. 다음은 모차르트의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테마. 영화로 유명해진 '엘비라 마디간'의 타이틀로도 알려진 선율이다. 한나의 억누른 피아노 선율이 정감을 가만히 드러내고, 한나와 마찬가지로 클래식에 강한 카터의 베이스 솔로가 부각된다. 너무나도 유명한 멜로디이지만, 통속적으로 흐르지 않고 격조 높은 연주로 완성되었다.
8번째 곡은 너무나도 유명한 '가로(家路)'이지만, 리듬 패턴을 새롭게 하여 과감히 원 멜로디의 가스펠 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의 부친이 설교사였던 것, 한나가 밍거스와 깊은 인연으로 묶여져 있었음을 생각하게 하는 검은 연주이다. 한나가 지금까지 펑키한 측면을 내 보인 적은 그다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블랙 필링에는 세련과 격조가 있다. 주니어 맨스 등과는 전혀 센스가 틀리다. 마지막은 이 앨범의 클라이막스라 해도 좋을 것이다. 말러의 '아다지오'.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감독의 '베니스에서 죽다'에서 클래식의 명곡 속에서 가장 대중적인 선율이 되었지만,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기술이라 해도 좋다. 그런 것은 아주 잘 알고, 한나는 이 독일 낭만파의 정수라고도 해야 할 멜로디를 감히 가볍고, 더듬더듬 연주하고 있다. 거기에서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감동이 생겨난다. 이만큼 병적인 감각을 정화하고 맑은 멜로디의 아름다움만으로 표현한 말러라고 하는 것도 진귀하다. 하나의 라스트 퍼포먼스에 이 이상 어울리는 결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