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die Higgins Trio - Christmas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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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만큼 즐거운 곡으로 가득찬 크리스마스 앨범!
피아노의 달인(達人) 에디 히긴스(Eddie Higgins)의 동심이 스며든 크리스마스 송북
이 원고를 쓰고 있는 것은 9월 중순. 냉방을 틀지 않아 방 안은 덥고 티셔츠 한 장으로 책상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앨범을 듣고 있자니, 어쩐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는 듯 하여 기분은 상쾌하다. 게다가 이미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나 연말, 나아가서는 내년 준비를 하는 계절이라는 실감이 솟아 난다. 그러고 보니 텔레비전에서는 금년 연하장 발매 매수를 발표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빨리 크리스마스 노래를 라이브로 들은 것은 벌서 10년 정도 될까? JVC 재즈 페스티벌 뉴욕을 6월 하순에 들으러 갔을 때, 카네기 홀에서 보컬리스트 몇 사람이 등장하는 콘서트가 있어 발길을 옮겼었다. 출연자 중 한 사람으로 멜 토메(Mel Torme)가 있었다. 그는 몇 곡인가 스탠더드를 부른 다음 지금부터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크리스마스 곡을 부르겠다고, 유머를 주고 받다가 자신이 작곡한 [The Christmas Song]을 불렀다. 연주회장에서는 커다란 박수가 일어났다. 나는 이 노래를 좋아하며, 냇 킹 콜(Nat King Cole)이 부른 것이 제일이라 생각하지만, 이 노래가 들어 있는 앨범은 나도 모르게 사고 싶어지는 것이다. 기쁘게도 본 앨범의 에디 히긴스 트리오도 두 번째 트랙으로 이 곡을 연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앨범에서 이 곡이 들어 있지 않으면 난 실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재즈맨이 연주한 크리스마스 앨범도 많이 발표되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그다지 없었다. 내가 처음 들은 재즈로 연주된 크리스마스 앨범은 CBS의 [Jazz Christmas]에서였다.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이나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까지 연주하고 있어 즐겁게 듣곤 했다. 유머나 동심을 이해하는 재즈 팬이라면 재즈화된 크리스마스 노래를 환영할 것이다. 일찍이 그 찰리 파커(Charlie Parker)도 크리스마스 밤의 [Birdland]에서의 라이브에서 [White Christmas]를 연주하고 있어 기쁘기도 했었다.
일본에서도 최근에는 훨씬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게 되었지만, 수년 전에 11월말에서 12월 초에 뉴욕에 갔을 때, 12월에 들어서면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길 모퉁이에 붉은 의상을 입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서 있는 것에 놀랐다. 게다가 12월 1일이라는 데 눈이 내리고 한 때 눈보라가 치기도 하여 크리스마스 기분을 맛볼 수 있곤 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할리데이가 있어,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거리로 나오니 번화가나 백화점은 더욱 붐비게 된다.
피아노의 에디 히긴스는 베테랑으로, 일찍이 시카고에서 오랫동안 클럽에 출연하였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반드시 크리스마스 노래를 연주해 왔음에 틀림 없다. 그러니 이 앨범의 곡도 대부분 자주 연주해 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곡에서 요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 원곡의 좋은 점이나 매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확실히 재즈로 마무리하고 있는 솜씨에 감탄해 버렸다. 이것이야말로 베테랑의 솜씨라고 하는 것일까? 게다가 스윙의 느낌과 로맨틱한 에디 히긴스의 개성도 드러내고 있어, 크리스마스 앨범은 컴필레이션도 좋지만, 본 작과 같이 동일한 뮤지션이 연주한 것은 통일감에 있어 보다 침착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최근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본 앨범의 세 번째 트랙으로 [I'll Be Home For Christmas] 라는 넘버가 연주되고 있지만, 최근 일본인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을 나타내고 있는 듯한 곡이다. 가정이 있는 사람은 요즘 가족과 함께 치킨이나 칠면조를 먹으면서 단란한 스타일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젊은 커플은 멋진 호텔에서 서양요리에 와인으로 큰 맘먹고 한껏 멋 부리며 보내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그런데 나와 같은 출생의 남자들은 '60년대 중반까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호스티스들에게 강요 받아 크리스마스 파티권을 사서 밤에 긴자의 캬바레나 클럽을 친구들과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곤 했었다. 끝이 뾰족한 크리스마스용 모자를 쓰고 긴자 거리를 취해서 걷고 있는 남성들을 자주 발견하곤 했다. 나도 그 한 무리의 한 사람이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무렵이 아마 60년대 초기였다고 생각하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밤, 긴자 클럽에서 마시고 있자니, 느닷없이 유명 배우로 알려진 이시하라 유지로가 동료와 마시러 왔는데 잠시 지나, 놀랍게도 유지로가 스테이지에 올라 재즈 밴드의 반주로 [White Christmas]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다. 대환성이 일어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빙 크로스비나 팻분의 [White Christmas]도 좋지만, 유지로의 운치 있는 노래도 잊을 수 없다. 에디 히긴스도 이 곡을 이 앨범에서 아홉번째 곡으로 연주해 준다. 피아노 트리오가 전해주는 가벼운 스윙은 마음에 윤기를 전해 주며, 안정된 분위기가 있어 상당히 기분이 좋다. 이 곡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꿈꾸게 해 준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아주 로맨틱한 곡이다. 동명의 영화가 있어 좋아하여 몇 번이고 봤지만, 물론 빙 크로스비가 부르고 로즈마리 클루니도 즐거운 듯 공연하고 있었다. 클루니를 만났을 때, 그녀는 [내가 나온 영화에서 정상적인 것은 이 영화뿐이다. 나머진 모두 졸작이다]라고 했었지만, 분명 그녀가 출연한 평범한 영화였다.
에디 히긴스는 어떤 곡이라도 즐거운 듯 때로는 유머 센스도 가미하여 항상 혼자서 듣는 데에 딱 맞는 분위기를 조금 바꾸어 가족이 모두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듣기에 어울리는 동심도 가미하여 연주하고 있다. 과연 어른의 얄미울 정도의 솜씨라 할 만하지만 연주를 같이 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제이 레온하트(Jay Leonhart), 드러머 조 아시오네(Joe Ascione)도 센스 있는 연주 방식과 서포트로 에디를 도와주고 있다.
첫 번째 곡이자 기분 좋게 스윙하는 [Let It Snow]를 들었을 때, 이 앨범은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눈이여 내려라 내려라”란 의미의 제명이지만, 이 무렵 매년 겨울이 따뜻하여 크리스마스에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유감이지만, 크리스마스는 역시 12월이 추운 북반구가 어울린다.
경쾌하고 스윙의 느낌으로 연주함으로써 곡의 재미가 살아나는 것이 [Sant Claus Is Coming To Town]일 것이다. J. 프레드 쿠츠가 1934년에 작곡한 비교적 새로운 곡으로, '50년대에 도리스 데이가 부른 레코드를 즐겼던 기억이 있다.
[O Little Town Of Bethlehem]이나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에는 경건한 무드가 있으며, 전자는 트래디셔널하고 베이스에 아르코 솔로도 효과적이다. 후자는 귀여운 멜로디가 인상적이며 쥬디 마틴과 랄프 브레인이 작사, 작곡하였다.
[The Christmas Waltz]는 새미 칸, 줄 스타인이라는 유태인 콤비가 쓴 아름다운 왈츠곡.
[Winter Wonderland]는 경쾌하고 즐거운 곡으로, 재즈화 하기에는 딱 맞은 곡이다. 1934년에 리차드 B. 스미스가 작사하여, 페릭스 버나드가 작곡한 팝 튠으로서의 크리스마스 노래지만, 1950년에 앤드류 시스터즈가 부른 레코드가 베스트 셀러가 되어 있다. 그 때문일까? 난 50년대에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에디 히긴스도 스윙의 느낌으로 연주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카운트 베이시 스타일의 연주법으로 끝나는 등, 멋진 유머 가득한 연주로 채색되고 있다.
[Deck The Hall Boughs Of Holly]는 트래디셔널하지만, 양호랑가시나무도, 이 곡도 크리스마스 무드를 높이는 데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장식되는 [Sleight Ride]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가장 기쁜 곡 중 하나이다. 1948년에 르로이 앤더슨(Leroy Anderson)이 작곡한 것으로 나중의 [Stardust]의 미첼 패리쉬(Mitchell Parrish)가 글을 쓰고 노래도 만들어졌다. 미첼 패리쉬라고 하면 1980년대에 뉴욕에서 자신의 가사로 노래한 [Stardust]를 들은 적이 있다. 노래를 부른 다음, 가수인 맥신 설리번(Maxine Sullivan)과 스테이지가 좁게 느껴질 정도로 마구 춤을 추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덧붙여 르로이 앤더슨(Leroy Anderson)의 작곡이라 하면 '50년대에 유행했던 [Blue Tango(1951)]나 [Syncopated Clock(1948)]도 유명하다.
이상 12곡에서 에디 히긴스 트리오는 완급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연주해 주고 또한 듣는 이를 즐겁게 해 주었다. 그의 피아노 트리오의 번외편으로서 훌륭한 작품이며, 같은 시카고에서 활약하고 있던 피아니스트라도 램지 루이스(Ramsey Lewis)가 43년 전에 녹음한 [Sound Of Christmas]보다도 에디 히긴스의 본작이 훨씬 기품이 담겨져 있다. 역시 무엇을 연주하더라도 인간성이나 인품은 확실히 나타나는 것일까? 이 앨범 속에는 애청해 마지 않는 에디가 미소 지으며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 이와나미 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