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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roviders - An Evening With The Sound Provi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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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재즈와 힙합이 공존하는 사운드 프로바이더스(SOUND PROVIDERS)
앨범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는데 1분여가 채 안되는 짧은 스킷으로 이루어진 트랙들과 오밀조밀한 구성을 가진 본격적인 인스트루멘탈 트랙, 그리고 다른 게스트 엠씨들이 참여한 트랙들로 나눌 수가 있겠다. 게스트들이 참여했던 5곡의 트랙들은 정말 하나도 빠지지 않고 그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매력들이 넘쳐나는 재즈 힙합튠들이다. 앨범에서 가장 사랑을 받았던 리틀 브라더의 참여곡 [Braggin & Boasting]를 비롯하여 역시 싱글커트되어 리믹스 버전과 함께 주목 받았던 [The Throwback], 비브라폰의 바이브로 넘실대는 애쉬루의 참여곡 [For Old Time's Sake]등은 굳이 일일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트랙들이다. 사운드 프로바이더스의 멤버인 솔로가 직접 랩을 한 [Never Judge]같은 곡들도 예상외로 훌륭한 결과물을 들려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인스트루멘탈 트랙들을 무척 사랑하는데 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트랙들인 [Autumns Evening Breeze]과 [Pacific Vibrations]는 정말 '가을 저녁 산들바람'의 느낌이라던가 '바닷가의 떨림'이라는 감성을 적확하게 캐치하여 만든 인스트루멘탈 트랙이라 할만하다.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왜 이들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음반을 듣는 즉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의 음악은 따뜻하고 감성적이면서도 특유의 힙합 바이브로 넘쳐난다.
OUTRO
이들의 앨범 제목인 [An Evening With..]로 시작하는 글귀는 5,60년대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앨범 제목으로 많이 쓰이는 컨셉이기도 했다. 저녁식사와 함께하는 디너쇼들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라이브 공연들은 저녁시간에 이루어지는데, 사운드 프로바이더스의 본 앨범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라이브의 느낌을 주는 스킷들과 더불어 마치 본 앨범의 참여진들을 게스트로 하여 기획된 라이브 쇼의 포스터를 자켓 커버에 삽입하면서 이러한 간지들을 주기 위해 애쓴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자켓에 실린 이 포스터는 ABB측에서 직접 파스텔 뮤직으로 보내기도 했는데 자켓에는 흑백으로 찍힌 사진이라 정확한 색깔의 판별이 불가능 하지만 포스터의 원본은 붉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무척 간지나기 때문에 현재 파스텔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는 이들의 싱글 모음집인 [Looking Backwards: 2001-1998]의 라이센스가 먼저 이루어졌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이들의 첫번째 정규작인 본 작이 라이센스 되어 위 앨범을 놓치고 있었던 힙합팬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될 듯 하다. 싱글 모음집은 흡입력이 강해 한번에 귓속으로 빨려드는 히트 트랙들을 주로 담고 있지만 본 앨범은 싱글 모음집 보다는 좀더 농익은 이들의 곡 운영과 비트들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몇몇 리스너들과 해외의 평가를 곱씹어 볼 때 프로파일의 랩핑에 대해 좋지 않게 논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는데 본작은 비트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러한 디스리스펙터들한테도 사랑을 받기에 이르렀다. 세상에는 아름답고 훌륭한 재즈 레코드들도 많이 있지만 그것들을 일일이 찾아 듣기는 분명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친절하게도, 사운드 프로바이더스는 재즈의 파퓰러한 부분들을 수집하여 모아놓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재즈의 달콤한 부분들을 들려준다. 사운드 프로바이더스와 함께하는 저녁은 당신을 더욱 여유롭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너무 진부한 표현일수도 있겠다만 이것은 사실이다.